[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의 확산으로 개강을 연기하던 대학들이 줄줄이 ‘사이버 개강’에 나서면서 학생들이 우려했던 ‘강의 질 저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한 취업전문 대학에서는 강의 자료로 ‘위키백과’ 복사본도 등장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지난 15일 대학 내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사이버 강의 형식으로 전환한 폴리텍대학 바이오캠퍼스 수업 자료 중 일부가 ‘위키백과’를 그대로 사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학생은 “우리 과 강의교재라고 보내준 PDF 내용이 그냥 위키백과를 100% PFD 파일로 만들어서 보내준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학생은 “나도 보고 욕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폴리텍 바이오캠퍼스 관계자는 본지에 “해당 학과와 자료는 내리도록 조치를 취했다”면서 “아시다시피 코로나 사태가 워낙 급박하다 보니 발생한 사태인 것 같다. 학생들을 위한 강의 컨테츠가 부족하지 않도록 학사 운영을 노력하고 관리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시스템 미비로 서버가 다운된 대학도 있다. 이날 고려대 온라인 강의 시스템은 오전부터 동시접속 인원이 몰려 일시적으로 서버가 다운되는 해프닝을 겪었다. 고려대 교수학습개발원 이러닝지원팀은 “여러 기기에서 동시에 로그인 시도하는 것을 지양해 달라”며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지속적으로 확인하겠으니 양해 부탁드린다”는 공지글을 게시했다. 고려대 외에 국민대·서울대·중앙대·서울시립대·한국외대 등에서 서버 다운 현상이 벌어졌다.

같은 학교도 수업마다 ‘출석체크’ 방법이 다르거나 과제 제출이 달라 학생들의 혼선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 서강대에 재학 중인 A씨는 “어떤 수업은 리뷰만 쓰면 출석을 인정해주기도 한다. 그냥 강의 자료만 올려두는 수업도 있다”고 지적했다.

강의를 올리는 교수도 골머리를 앓기는 마찬가지다. 전남대학교의 경우 교수들이 동영상 자료를 만들어 온라인 학습 플랫폼에 올리는 과정에서 자료사진과 글꼴 등 저작권 문제로 업로드한 동영상 강의를 삭제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한편, 사이버 개강에 따른 ‘부실한 강의’ 우려는 이미 3월 초부터 제기돼 왔다. 전국대학학생네트워크(전대넷)는 지난달 27일 진행한 ‘코로나 대응 대학가 대책 관련 전국 대학생 긴급 설문조사’에서 대학들의 학사일정 조정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10명 중 6명꼴이라고 지난 2일 밝혔다.

구체적으로 피해를 입은 항목은 ‘수업 미비’와 ‘수업 부실’ 등 항목에 집중됐다. 피해 부분별(중복선택)로 ▲실기·실험·실습 등 온라인 대체가 불가한 수업 대안 미비 6233명(49.4%) ▲온라인 수업 대체로 인한 수업 부실 5163명(40.9%) ▲기숙사 입사 기간 조정으로 인한 주거 불안 2042명(16.2%) ▲군 입대·국가고시 등 주요 일정 변경 730명(5.8%)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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