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9년 만에 선임·KB금융 2인 체제
자본시장법 개정안 본격 시행 전 선제적 움직임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주요 금융 지주사들의 3월 정기 주주총회가 이번 주부터 시작되는 가운데, 여성 사외이사 영입에 눈길이 쏠린다. 최근 자산총액(금융회사는 자본총계) 2조 원 이상 상장회사의 이사회를 특정 성(性)의 이사로만 구성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본점. (사진=각사 및 이해리 기자)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본점. (사진=각사 및 이해리 기자)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적용받는 자본총계 2조 원 이상 상장 금융회사 22개사 중 여성 사외이사가 없는 곳은 17개사에 달한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본격 시행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오는 8월부터지만, 금융 지주사들은 입법 취지를 고려한 듯 선제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하나금융, BNK금융이 오는 20일 정기 주총을 개최한다. 이어 25일에는 우리금융이, 26일에는 신한금융, DGB금융, JB금융이 등이 주총을 진행한다.

우선 신한금융지주 이사회는 2011년 이후 약 9년 만에 여성 사외이사를 맞이한다. 신한금융은 지난 5일 정기 이사회를 열고 윤재원 홍익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윤재원 후보는 회계·세무 분야의 전문 석학으로 각종 학회와 기관 자문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달 주주총회에서 선임이 확정될 경우 윤 후보는 신한금융 이사회 구성원 중 유일한 여성 사외이사가 된다. 

KB금융지주는 여성 사외이사 ‘2인 체제’가 될 예정이다. 기존 최명희 사외이사가 재선임 대상이고, 신임 사외이사로 권선주 전 IBK기업은행장이 영입됐다. 권 후보는 기업은행에서 리스크 관리 본부장과 금융소비자보호센터장을 거쳐 국내 최초로 여성 은행장을 지냈다.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여성인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등 사외이사 전원을 연임할 방침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예금보험공사가 매년 파견하는 비상임이사를 제외하고 기존 사오이사의 변동은 없지만, 사외이사의 수를 늘려서라도 여성 이사를 재선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성 비율을 강화하는 움직임은 금융 지주사뿐만이 아니다. 미래에셋생명은 기존 3명이었던 사외이사 인원을 4명으로 늘리고 전원을 신규로 선임하는 한편 최초의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한다. 

미래에셋생명은 오는 25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신규 사외이사 선임 건을 의결한다. 사외이사 후보는 이경섭 전 NH농협은행장·국민대 석좌교수, 위경우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김학자 법무법인 에이원 변호사, 최승재 최신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등 총 4명이다.

김 후보자는 현재 한국여성변호사회 수석부회장 및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자산관리공사 비상임이사, 각종 금융기관이 위원 등을 역임하며 법률 지식뿐만 아니라 금융산업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전문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았다.

또한 최근 금융감독원에서는 여성 부원장이 탄생했다. 지난 4일 금융위원회는 정례 회의를 열고 김은경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신임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부원장)에 임명하기로 결정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여성 사외이사의 비율을 2020년까지 40% 목표로 권고하는 것과 비교해보면 국내 금융 지주의 여성 사외이사 비율은 낮은 편”이라면서 “여성 사외이사 추천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사회의 다양성과 전문성이 한층 더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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