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오는 4·15 총선의 최대 화두는 ‘위성정당’이다. 지난해 12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비례대표 전담용 정당’이라는 기이한 조직이 우리나라 정당사에 나타나게 됐다.

(그래픽=김혜선 기자)
(그래픽=김혜선 기자)

스타트는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끊었다. 통합당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자매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해 개정된 선거법에 대항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통합당을 향해 “정치 후퇴”라고 비난을 아끼지 않았지만, 막상 선거일이 다가오자 ‘연합 비례정당’으로 슬그머니 위성정당 창당에 합류했다.

민주당도 통합당도 비난을 무릅쓰고 위성정당 창당이라는 ‘한 길’을 같이 걷게 된 이유는 ‘의석수’ 때문이다.

선거법 개정은 각 당의 지역구 선거가 거대 양당 위주로 이뤄지다 보니, 정작 국민이 선택한 정당의 의석수는 국회 의석수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문제제기에서 시작됐다. 그러니 각 정당의 투표율이 실제 국회 의석수에 그대로 나타나도록 비례대표 의석을 통해 조정해야 한다는 게 개정된 선거법의 취지다.

예를 들면 A정당의 당 지지율이 10%일 때, 의석수 300석의 10%인 30석을 가져가야 비로소 정당득표율에 따른 의석 배분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 만약 A정당이 지역구에서 10석밖에 가져가지 못했을 경우 나머지 20석은 비례대표 배분을 조정해 채워주는 식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군소 정당’에 유리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거대 양당은 어차피 지역구에서 의석을 많이 가져가니, 정당 지지율을 반영한 의석수는 지역구 의석에서 거의 채울 수 있다. 결과적으로 거대 양당은 비례대표 의석수가 조정돼 확보할 수 있는 총 의석수가 줄어든다.

하지만 위성정당의 등장은 ‘각 정당 지지율을 반영한 국회 의석 구성’이라는 선거법 취지를 완벽하게 무력화 시켰다. 거대 양당이 ‘자매정당’ 혹은 ‘비례연합’의 이름으로 위성정당 창당을 결정하면서 비례대표 의석을 휩쓸게 된 것이다.

비례대표 의석 ‘파이’가 작아지게 되자 군소 정당들은 즉각 반발했다. 친여 성향의 군소 정당들은 각 독자노선을 걷거나 민주당이 제안한 ‘비례연합’에 참여하는 등 둘로 나뉘었다. 당초 선거법 개정 최대 수혜자로 불리던 정의당은 “원칙을 지키겠다”며 참여 불가 방침을 고수했다. 바른미래당에서 분당 후 만들어진 민생당은 비례연합 참여 여부를 두고 당내 격론이 벌어졌다.

위성정당의 두 얼굴

정치공학적 판단으로 위성정당이 탄생하게 됐지만, 민주당과 통합당 모두 나름대로의 고민이 남았다.

민주당의 경우 연합 비례정당에 참여하는 범진보 세력과 비례의석 지분을 어떻게 나눌지 고심에 빠졌다. 17일 현재 연합 비례정당에 참여한 군소정당은 정치개혁연합(가칭)과 시민을 위하여, 녹색당, 미래당, 기본소득당, 3040 정치네트워크 시대전환 등 원외 군소정당들이다.

가장 민감한 문제는 비례대표 의석 순번을 어떻게 정하느냐다. 우선 민주당은 ‘정의당 불참’을 전체한 시뮬레이션에서 연합 비례정당 의석수를 17석까지 가져갈 수 있다는 결론을 냈다. 민주당은 10번까지는 군소정당에 양보하고, 11번부터 비례의석을 가져올 계획이다.

그러나 군소정당에서는 비례 연합정당에서 민주당 몫이 최소화되고 군소정당의 몫이 최대화되어야 한다고 여기고 있다. 애초에 지지율이 낮아 ‘기타 정당’으로 분류되는 군소정당들의 비례대표 후보 순위를 어떻게 매길 것인지도 논의 대상이다. 여기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의당과 민생당 등 원내정당이 연합정당에 합류하지 않으면 민주당의 비례후보 몫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연합정당을 만들어도 ‘기호 1번’을 받기 위한 파견 작업도 골칫덩이다. 민주당과 통합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아예 내지 않게 되면서, 정당 기호 1번은 18석의 민생당이 가져가게 된다. 민주당이 기호 1번을 가져오려면 현역의원 19명 이상이 비례 연합으로 당적을 옮겨야 한다. 이를 위해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윤호중 사무총장은 당내 불출마 선언 의원과 ‘컷오프’ 당한 의원들을 차례로 만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당의 경우 미래한국당의 독자적인 비례 공천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 16일 한국당이 발표한 비례후보 공천 명단은 통합당이 전략적으로 영입한 총선 인재가 상당수 배제되고, 명단에 포함됐다고 해도 당선이 아슬아슬한 순위권 밖으로 물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황 대표는 이번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명단을 보고받고 격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봉길 의사의 장손녀인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과 이종성 전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사무총장, 전주혜 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윤창현 전 한국금융연구원장(26번), 박대성 페이스북 한국·일본 대외정책 부사장(32번) 등 통합당 영입인재는 모두 순위권 밖인 20위 뒤로 말렸다. 사실상 통합당 영입 1호 인사인 북한인권단체 나우(NAUH)의 지성호 대표이사는 ‘예비 4번’을 받았다.

이에 당에서는 “통합당 영입인사를 전면 무시했다”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염동열 미래통합당 인재영입위원장은 당 관계자들과 함께 이날 저녁 긴급 회의를 가지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염 위원장은 입장문도 내고 “보수의 변화와 혁신을 통해 문 정권의 폭주를 막아주길 바라는 국민적 염원 속에 울림을 주었던 미래통합당의 영입인사를 전면 무시한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공천 심사 결과”라고 혹평했다. 결국 이날 미래한국당은 비례후보 명단 확정을 위한 최고위원회의도 열지 못하고 무산됐다.

의외의 ‘카운터’에 황 대표는 통합당 독자로 비례후보를 내는 방안까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는 17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기자들을 만나 “통합당 자체 비례대표도 가능하다.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래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는 통합당의 반발을 두고 “설득력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공병호 미래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사람마다 시국을 바라보는 인식·판단의 차이가 있고, 한국 미래에 대한 비전의 차이, 현안에 대한 해결책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완전한 구상과 타인의 완전한 구상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미래통합당 인재영입 후보 대부분을 비례대표 후보군에 포함시키를 황교안 쪽이 원했다면, 공병호를 (미래한국당의) 공관위원장으로 인선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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