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코로나19, 혈액형 A형이 더 잘 걸린다?
[팩트체크] 코로나19, 혈액형 A형이 더 잘 걸린다?
  • 김혜선 기자
  • 승인 2020.03.19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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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특정한 혈액형이 코로나19에 더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해당 연구가 실제 코로나19 감염증 치료나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특정 혈액형이 코로나19에 더 취약하다는 주장은 중국 우한대학 중난병원(Zhongnan Hospital of Wuhan University) 증거기반 번역의학센터와 왕싱환 (王行環·Wang Xinghuan) 우한 레이선산병원 원장 등 중국 의료진에서 나왔다. 이들은 지난 11일 의학논문 공유 저장소인 메디아카이브(medrxiv.org)에 이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게제했다.

중국 내  3개 병원에서 COVID-19에 대한 ABO 혈액 군의 위험에 대한 메타 분석. (사진=메디아카이브 캡쳐)
중국 내 3개 병원에서 COVID-19에 대한 ABO 혈액 군의 위험에 대한 메타 분석. (사진=메디아카이브 캡쳐)

보고서는 코로나19 발원지인 후베이성 우한과 선전 등 3개 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217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혈액형 패턴을 조사했다. 그 결과 우한시 진인탄 병원의 확진자 1775명의 혈액형 분포가 A형은 37.75%, B형은 26.42%, AB형은 10.03%, O형은 25.8%로 나타났다. 나머지 2개 병원에서도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는 게 연구진의 주장이다.

연구진은 우한 지역 정상인 3694명의 혈액형 분포가 A형 32.16%, B형 24.9%, AB형 9.10%, O형 33.84%인 점을 들어 “혈액형 A와 O의 비율은 정상인보다 각각 상당히 높고 낮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코로나19에 감염된 A형 환자가 같은 지역 정상인의 A형보다 많고, 마찬가지로 확진된 O형 환자가 같은 지역 정상인의 O형보다 적다는 이야기다.

해당 보고서는 “혈액형 A를 가진 사람들은 비 A 혈액형 그룹에 비해 COVID-19를 획득 할 위험이 상당히 높은 반면, 혈액형 O는 비 O 혈액형 그룹에 비해 감염 위험이 상당히 낮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같은 혈액형 분포 특징은 연령이나 성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정말 A형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더 취약할까.

국내 전문가들은 해당 연구 결과가 ‘가설’을 제시한 것일 뿐, 실제 코로나19 치료에 적용할 만한 논문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김대하 의사협회 홍보이사는 본지에 “(해당 보고서는) 사전 논문(preprint) 사이트에 게재된 내용으로 정식 연구 결과가가 아니고 가설 제시에 불과하다”며 “연구자들이 아이디어 공유 차원에서 나누는 자료로 실제 환자 치료에 참고할 정도의 신뢰를 갖춘 결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해당 보고서가 올라온 메디아카이브는 ‘사전 논문사이트’로 동료 평가를 거치지 않고 나온 내용이다. 최근 한국화학연구원 CEVI(신종 바이러스) 융합연구단이 코로나19 항체를 예측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을 때도 사전 논문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게제됐다. 당시 화학연구원 관계자는 본지에 “코로나19 사태처럼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이슈에 대해서는 과학자들이 소통하는 창구를 쓴다”며 “아카이브는 정확하게 말하자면 논문은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심지어 해당 연구진도 코로나19와 혈액형간의 직접적인 관계를 밝히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보고서에 언급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 연구가 ‘가설(hypothesis)’임을 강조하면서 “코로나19에 대한 ABO 혈액형 분화 감수성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해당 연구가 가설임을 명시한 내용. (사진=메디아카이브 캡쳐)
해당 연구가 가설임을 명시한 내용. (사진=메디아카이브 캡쳐)

여기에 국내 의료진은 해당 연구를 실제 코로나19 방역이나 치료 현장에 적용하기도 어렵다고 본다. 김대하 이사는 “혈액형에 따른 위험도 차이 역시 가설에 불과하며, 설령 유의한 차이가 있다고 해도 그게 혈액형에 따른 다른 예방이나 치료법과 같이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고대현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역시 본지에 “해당 연구는 통계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정도의 의미이고, 임상적인 의미를 찾기는 어렵다”며 “실제로 치료나 방역에 사용할 수 있는 정보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검증 결과

대체로 사실 아님

 

참고자료

1. ABO 혈액형과 COVID-19 감수성의 관계

https://doi.org/10.1101/2020.03.11.20031096

2. 김대하 의사협회 홍보이사 인터뷰

3. 화학연구원 관계자 인터뷰

4. 서울아산병원 고대현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인터뷰

김혜선 기자 hyeseonkim9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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