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찬희 충북대 교수, 사외이사 선임 석 달 만에 업무협약
- 협약식서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 이찬희 사외이사 함께 참석
-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사외이사 독립성 해치는 부적절한 행태”
- 독립성 의문 이찬희 교수, 24일 코오롱생명과학 주총서 재선임 안건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코오롱생명과학이 사외이사로 선임한 교수가 재직하는 대학과 업무협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CGCG는 지배주주와 경영진을 견제하는 워치독 역할을 해야 하는 사외이사제도의 취지를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찬희 사외이사(왼쪽 셋째), 이우석 대표이사(오른쪽 셋째). (사진=충북대학교 제공)
이찬희 사외이사(왼쪽 셋째), 이우석 대표이사(오른쪽 셋째). (사진=충북대학교 제공)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2017년 6월 충북대학교와 ‘바이오 분야 우수 인력 양성을 위한 업무 협약식’을 맺었다. 협약식에는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이사와 윤여표 충북대학교 총장 등 대학 간부진이 참석했다.

이날 협약식을 통해 충북대학교는 △필요로 하는 인력 양성을 위한 교과목 개설 및 운영 △코오롱생명과학의 전문인력을 교수임용 절차에 따라 충북대학교 겸임 교수로 초빙 △취업 및 인턴십 참여 희망자 가운데 우수학생 선발 및 추천 등을 코오롱생명과학에 제공하기로 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학생을 대상으로 한 인턴십 프로그램 운영 △인력 채용 시 충북대 졸업생 채용 노력 △충북대 소속 교수와 산학공동연구 추진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뉴스포스트> 취재결과 이날 협약식에 이찬희 충북대학교 미생물학과 교수도 함께 했다. 이찬희 교수는 지난 2017년 3월 코오롱생명과학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이 교수가 사외이사로 선임된 지 3개월 만에 코오롱생명과학과 충북대학교가 업무협약을 맺은 것이다.

사외이사제도는 지난 1998년 2월 국내에 도입됐다. 견제 없는 기업지배구조가 외환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다. 경영진과 지배주주로부터 독립적 위치에 있는 사외이사를 통해 이들을 감시하고 감독해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였다. 그런 까닭에 사외이사는 경영진과 지배주주로부터의 ‘독립성’이 가장 중요한 요건이다.

이에 대해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 관계자는 “지배주주와 경영진을 감시하는 워치독 역할을 해야 하는 사외이사제도 취지에 반하는 부적절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4일 예정된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이찬희 사외이사를 재선임하는 안건을 추진한다. 이찬희 사외이사는 현재 코오롱생명과학의 유일한 사외이사다. 2017년 3월 24일 신규선임돼 2020년 3월 23일 임기가 만료된다.

지난 19일 CGCG는 “이찬희 사외이사 후보는 회사의 불법행위로 인한 기업가치 훼손 과정에서 이사회 구성원으로 적절히 대응했는지, 사외이사로서 감시 의무를 충실히 수행했는지 의심스럽다”며 이찬희 사외이사의 재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한 인보사케이주. 국내 판매 허가 신청 당시 식약처에 허위자료를 제출해 허가가 취소되고 이우석 대표이사가 구속기소됐다. (사진=코오롱생명과학 제공)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한 인보사케이주. 국내 판매 허가 신청 당시 식약처에 허위자료를 제출해 허가가 취소되고 이우석 대표이사가 구속기소됐다. (사진=코오롱생명과학 제공)

CGCG가 지적한 기업가치 훼손은 ‘인보사 사태’를 말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17년 7월 인보사 판매 허가 과정에서 식약처에 허위자료를 제출했고, 해당 사실이 2019년 미국에서 적발됐다. 지난해 5월 인보사는 허가가 취소됐고 이우석 대표이사는 구속기소됐다.

이찬희 사외이사는 인보사와 관련된 여러 건의 의사결정에 찬성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식약처에 국내 인보사 판매 허가를 위해 허위자료를 제출하기 전부터 허위자료 적발 이후까지, 인보사 사태의 전 기간에 해당한다.

이찬희 사외이사는 2017년 3월 29일 열린 이사회에 참석해 △인보사 Sales & Distribution 계약 체결의 건 △인보사 마케팅 코프로모션 계약체결의 건 △바이오 신공장 투자 승인의 건 등에 찬성했다.

2018년 6월 22일부터 2019년 11월 08일까지 개최된 이사회에서는 △인보사 전용실시권 한시적 추가 획득의 건 △인보사 공급 계약의 건 △인보사®-케이주 기술수출 계약의 건 (일본, License Out) △인보사 전용실시권 한시적 추가 획득의 건 △인보사케이주 공급계약 해지의 건 등에 모두 찬성 의견을 던졌다.

지난 2017년부터 임기 3년 동안 이찬희 사외이사가 이사회에서 논의된 경영 관련 의사결정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힌 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본지에 “이찬희 사외이사의 재선임과 김수정 사내이사의 해임 등에 관련해서는 어떠한 입장도 밝힐 게 없다”고 했다.

한편, 바이오신약연구소장으로 재직했던 김수정 사내이사는 인보사 연구와 상업화를 이끌었다. 인보사 개발에 큰 역할을 한 공로로 지난 2019년 3월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임기는 오는 2022년 3월 23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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