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미성년자 성착취 동영상을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을 통해 공유한 ‘N번방 사건’ 피의자 조모 씨의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조국 사태’를 통해 검찰의 공개소환 제도가 폐지되면서 조씨의 신상공개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일명 n번방 사건 핵심 피의자 조모(가운데)씨가 지난 19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명 n번방 사건 핵심 피의자 조모(가운데)씨가 지난 19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3일 미래통합당은 ‘N번방 가해자들의 영웅 조국’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조국으로 인해 N번방 용의자들의 신상공개와 포토라인 세우기는 한층 힘들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원석 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상근대변인은 “인권보호수사규칙을 통해 자신의 위선을 은폐하기 위해 정의를 남용한 포토라인 공개금지 수혜자 제1호 ‘조국 前 장관’ 때문”이라면서 “죄 없는 여성들의 기본권을 무참히 짓밟은 가해자들이 조국이 만들어낸 왜곡된 특혜에 기대어 잊힐 경우 제2, 제3의 N번방 가해자들은 영구적으로 면죄부를 받는 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조씨의 신상공개는 아예 불가능한 일일까. 정확히 말하면 조씨의 ‘신상공개’는 가능하지만, 그를 ‘포토라인’에 세우는 것은 어려워졌다.

먼저 수사기관의 피의자 신상공개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생각할 때 매우 ‘예외적 조치’다. 하지만 일정한 요건을 갖춘 강력범죄 피의자는 그의 얼굴과 성명, 나이를 공개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있다. 특정강력범죄처벌법(특강법) 제8조의 2항에서는 △범죄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 사건일 것 △피의자가 그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할 것 등 조건을 채우면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24일 오후 서울 내자동 청사에서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조씨의 얼굴, 이름 등 신상공개 여부를 논의할 방침이다. 신상정보 공개위원회 회의 결과 조씨의 신상 공개 결론이 나면, 얼굴과 성명, 나이가 공개될 수 있다.

포토라인의 경우 조금 경우가 다르다. 포토라인은 검찰과 경찰의 공개소환 폐지로 없어졌지만, 피의자의 언론 노출 가능성은 남아있다.

먼저 포토라인은 일종의 수사관행과 취재관행이 합쳐져 만들어진 것으로, 수사기관이 특정인을 ‘공개소환’하면 언론사들이 그 현장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질서유지선’을 세우면서 만들어 진다. 수사기관에 출석하는 피의자들이 포토라인에 설 의무는 없지만,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는 모습이 전국적으로 보도되는 장소가 포토라인이다. 강력 사건의 경우 전 남편 살해 사건 고유정과 한강 몸통 시신 사건 장대호, PC방 살인사건 김성수 등이 신상공개 결정이 내려져 포토라인에 서게 됐다.

검찰 포토라인은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개혁 지시에 따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해 10월 검찰의 공개소환 제도를 전면 폐지하면서 사라졌다. 조씨를 수사 중인 경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같은 시기 민갑룡 경찰청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같은 수사기관인데 (검찰과) 서로 관련 방침을 다르게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공개소환 폐지를 시사한 바 있다.

경찰청 수사기획과 관계자는 공개소환과 관련해 본지에 “예전에는 중요 사건관계인일 경우 호송하거나 소환할 때 그 일시와 장소 등을 언론에 알렸다. 하지만 (검찰 공개소환 금지) 비슷한 시기에 사건관계인 소환 일정 등 사전공개를 금지하고 수사기관에 출입할 때도 언론 노출이 최소화된 출입구를 활용하라는 내용의 지시가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검찰과 경찰이 언론에 피의자 일정을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포토라인’에 서게 될 가능성을 줄인다는 이야기다.

신상공개위원회에서 조씨의 신상 ‘공개’ 결정을 내릴 경우는 어떻게 되는지 묻자 이 관계자는 “검찰 송치를 언제 할 예정이다, 이런 식으로 언론에 미리 알리지는 않는다”면서도 “언론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송치 일정에 맞춰서 피의자를 촬영할 경우, 그런 것을 적극적으로 막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제가 알기로는 (신상공개) 결정이 되면 모자나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지 않는 식으로 (피의자를 언론에) 자연스럽게 노출시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경찰의 신상공개 방법은 ‘경찰수사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을 따른다. 이 규칙 제16조(특정강력범죄 피의자의 얼굴 등 공개)에는 ‘얼굴을 공개하는 때에는 얼굴을 드러내 보이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해서는 아니 되며 얼굴을 가리는 조처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훈령은 지난달 26일을 기점으로 유효기간이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지난 1월 경찰위원회가 올해 12월31일까지 연장하기로 심의, 의결한 바 있다.

종합하면 조씨를 ‘포토라인’에 세우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수사기관이 언론에 피의자의 소환일을 알리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에서 공개 결정이 내려지고 언론이 조씨의 검찰 송치 일정을 알아낸다면 사실상 ‘포토라인’ 세우기가 가능해진다.

한편, 경찰은 지난 1월 법무부와 행정안전부에 ‘머그샷 배포’를 통해 신상공개가 가능한 지 유권해석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법무부는 ‘현행법상 가능은 하지만 강력범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강력범이 신상 공개를 동의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 사진을 공개하는 방안도 가능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본지에 “해당 유권해석은 일명 고유정 사건 당시 신상공개 과정에서 일어난일 때문에 받았다. 당시 신상공개 위원회에서 ‘공개’ 결정이 되었는데, 막상 신상공개 시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다 가려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래서 실효성있는 (신상공개) 방안을 도입해보려고 유권해석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머그샷 도입 등은 검토 중일 뿐, 아직 결정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검증 결과

대체로 사실 아님

참고

1. 특정강력범죄처벌법 제8조

http://www.law.go.kr/%EB%B2%95%EB%A0%B9/%ED%8A%B9%EC%A0%95%EA%B0%95%EB%A0%A5%EB%B2%94%EC%A3%84%EC%9D%98%20%EC%B2%98%EB%B2%8C%EC%97%90%20%EA%B4%80%ED%95%9C%20%ED%8A%B9%EB%A1%80%EB%B2%95

2. 경찰수사사건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

http://www.law.go.kr/admRulLsInfoP.do?admRulSeq=2100000077711

3. 경찰청 수사기획과 관계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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