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이인권] 흔히 공무원 조직을 일컬어 ‘관료적’이라고 한다. 그것은 그 조직 풍토가 너무 격식화·도식화·규격화 되어 있는 데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과업을 수행하는데 있어 무엇보다 책임성에 형식성을 중시해 문서 근거가 갖추어져야 하고 규정이나 조례에 맞추어져 있어야 한다. 심지어 보고서의 글자체나 양식이나 색깔까지도 일정한 틀을 따라야 한다.

물론 일반 조직에서도 예외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민간조직에서는 효율성과 효과성에 역점을 두다보니 창의성이 강조된다. 그에 반해 관료적인 조직은 현대 글로벌 경쟁사회에서 가장 절실한 창의지수(CI·Creative Intelligence)가 낮다.

창의성을 역설했던 제너널 일렉트릭(GE)의 잭 웰치 전 회장은 “대기업이지만 구멍가게처럼 운영하라”고 다그쳤다. 그가 주문했던 것은 바로 경계의 벽을 없애라는 것이었다. 조직의 구성원간, 부서간의 경계는 창의성의 적이기 때문이다.

창의력이 부족하게 되면 조직의 생산성과 효율성이 떨어지게 되어있다. 창의성을 논하자면 공연장 무대 위에서 연주를 펼치는 오케스트라를 떠올리게 된다. 그것은 섬세하게 완벽한 선율을 빚어내기 위해 창의적 노력을 필요로 하는 예술 조직체라서 일 것이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말로 하지 않는다. 오로지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 지휘봉만 휘두를 뿐이다. 지휘자의 한 동작 한 눈빛으로 음악가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악기를 통해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선율을 창출해낸다. 만약 어느 한 악기 파트에서 화음을 맞추지 못하면 연주는 엉망이 된다.

그래서 조직을 경영하는 것을 오케스트라 연주에 비유하고는 한다. 성과를 내는 조직은 최고경영자의 지휘봉으로 운영된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지휘봉 하나로 정서를 교감하고 의사를 소통시킨다. 회의와 지시와 보고가 아닌 조직의 상하좌우 라포르를 통해 시너지를 발동시킨다.

이렇게 조직이 오케스트라처럼 운영되기 위해서는 ‘하모니’(harmony)가 가장 필요하다. 그것은 창의적인 경영의 핵심요소다. 창의경영이 되면 조직 내 기맥이 서로 통하게 되며 구성원들의 마음과 뜻이 합치되는(情意投合) 분위기가 자연스레 조성된다.

하모니는 조직 구성원들 간의 화합이나 조화를 뜻한다. 이 하모니는 구성원들에게 있어 자발적인 동기부여나 의욕과 열정과 몰입이 생겨날 때 달성된다. 조직을 구성하는 다양한 개성의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로 결집된다는 것은 가장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눈빛으로 말하고 몸짓으로 표현하는 한마음으로 통할 때 조직에는 활력이 넘치며 생기가 꿈틀된다. 흔히 조직은 위계와 질서와 강제적인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물리적 결합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관료사회가 수직적 계선조직이기 때문에 집합과 결합에는 유리할 수 있으나 통합이나 융합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달리 표현해 조직에서의 하모니란 다름 아닌 화학적 결속 곧 ‘케미’(chemistry)를 의미한다. 그것은 구성원 자신이 그 조직에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안정감과 소속감을 갖게끔 하는 것이다. 그러면 조직에 대한 충성심도 생겨난다.

여기에서 충성(loyalty)과 복종(subordination)은 엄연히 다르다. 그런데 흔히 우리는 충성을 복종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일에 있어 그것이 가능한지 아닌지에 앞서 올바른 것인지 아닌지를 먼저 판단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그런 자세가 바로 충성으로 이는 품성과 능력을 합친 개념이다. 진정한 충성심은 어리석은 복종이나 추종과는 근본적으로 궤가 다르다.

전성기를 누리던 세계적인 기업 필립스가 1990년대 초 적자 누적에 허덕이고 있을 때였다. 당시 조직 경영의 구원투수로 잔 티머가 최고경영자로 투입되었다. 그가 조직 부활을 위해 첫 번째로 내세운 것은 바로 구성원들 간의 화합이었다.

그는 조직의 체계정비나 전략개발에 앞서 먼저 직원들 간의 ‘정서적 관계’를 중시했다. 그래서 세계 각지 공장을 시찰하게 되면 보고 수치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현장의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표정을 통해 공장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파악했다.

그는 경영의 기조를 무엇보다도 화학적인 결속에 두었다. 곧 오케스트라가 빚어내는 아름다운 앙상블처럼 기업 조직의 멋진 화음을 창출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긴 것이다. 그의 화합 중심의 펀(fun)경영, 그것이 필립스의 재도약을 이뤄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군림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이다.

마하트마 간디는 “생각이나 말이나 행동에 있어 온전한 화합을 목표로 삼아라. 그것이 행복에 이르는 길이다”라고 했다. 또 토마스 머톤은 “행복의 관건은 열정보다 균형과 질서와 유연성과 화합이다”라 했다. 그렇게 보면 화합은 성공과 행복에 이르는 첩경인 것 같다.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 칼럼니스트 · 문화커뮤니케이터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 · 예원예술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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