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고개 꼿꼿이 든 조주빈, ‘손석희’ 던지고 유유히 검찰로
[현장] 고개 꼿꼿이 든 조주빈, ‘손석희’ 던지고 유유히 검찰로
  • 이별님 기자
  • 승인 2020.03.25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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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텔레그램을 통해 미성년자 성착취 동영상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조주빈(25·남)이 경찰의 신상공개 결정 이후 ‘포토라인’에 섰다. 텔레그램에서 일명 ‘박사’로 활동하며 피해 여성에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준 조주빈의 실체는 초라했다.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 앞에서는 조주빈의 신상을 공개하는 포토라인과 몰려든 인파를 막기 위한 폴리스 라인이 세워졌다. (사진=김혜선 기자)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 앞에서는 조주빈의 신상을 공개하는 포토라인과 몰려든 인파를 막기 위한 폴리스 라인이 세워졌다. (사진=김혜선 기자)

25일 오전 7시30분 경,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 앞은 언론사 취재진과 정당 관계자, 일반 시민 등으로 북적였다. 일부 취재진들은 옆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촬영을 준비하고, 경찰서 앞마당에는 포토라인을 친 기자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경찰서 내부로 들어가지 못한 시민단체와 시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속끓는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현관 앞에서 경찰서 정문 밖까지 폴리스 라인이 세워졌고, 경찰은 분노한 시민들을 통제하느라 분주했다. 이른바 텔레그램 박사방의 운영자 ‘박사’가 처음으로 대중에 얼굴을 드러내는 날의 풍경이었다.

성범죄 사례 최초로 신상 공개가 결정된 조주빈은 종로경찰서 포토라인에 서서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느닷없이 JTBC 손석희 대표이사 사장과 윤장현 전 광주시장, 김웅 기자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현장 취재진의 추가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자주색 상의와 검은색 하의를 입고 나타난 조주빈은 이마 위에 하얀 거즈를 붙이고 목에는 의료 장치를 착용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앞서 경찰 조사에서 조주빈은 자해를 하다가 경상을 입어 일선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목 깁스로 고개를 꼿꼿히 치켜든 조주빈의 얼굴은 지극히 평범했다.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뉴시스)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뉴시스)

텔레그램이라는 익명에 숨었던 박사가 조주빈이라는 현실로 나타나자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자와 똑같은 고통을 겪어야 한다’, ‘성폭력 범죄 모의 제대로 처벌하라’, ‘26만 공범 신상 공개하라’,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라’ 등의 다양한 구호가 쏟아졌다. 일부 시민들은 조주빈을 향해 거친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짧은 시간 모습을 드러낸 조주빈은 경찰이 마련한 호송 차량을 타고 현장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시민들의 분노는 지속됐다. 일반 시민들도 5~6명 있었다. 이들은 조주빈이 현장을 떠난 뒤에도 ‘N번방에서 감방으로’, ‘그 방에 입장한 너흰 모두 살인자다’라는 피켓을 한동안 내리지 않았다. 이들은 <뉴스포스트>에 온라인상에서 이 문제를 이야기하다가 만나게 됐다고 답했다.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은 이들과 같은 일반 시민들이 수면 위로 끌어냈다. 끔찍한 성 착취 범죄에 분노한 시민들은 SNS상에서 활발하게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 한겨레와 국민일보 등 언론사들의 기획 보도 역시 해당 사건을 공론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익명의 누리꾼들이 아니었다면 끔찍한 성 착취 사건은 여전히 음지에서 활개를 쳤을지 모른다.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 앞에서 한 시민이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을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김혜선 기자)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 앞에서 한 시민이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을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김혜선 기자)

일반 시민들뿐만 아니라 민중당 등 정당 관계자들도 이곳에서 목소리를 더했다. 이들은 ‘가입자 전원 엄벌하라’, ‘2차범죄 방지하라’, ‘성 착취를 종식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관련 구호를 한동안 지속적으로 외쳤다.

특히 손솔 민중당 비례대표 후보는 조주빈뿐만 아니라 관련자 모두를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 후보는 “텔레그램 N번방에 입장한 모두가 공범이다. 박사는 시작일 뿐이다”라면서 “집단 성폭력을 방조하고 가담하고 모의한 모든 텔래그램 N번방 입장자에 대한 처벌을 해야한다”고 외쳤다.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 앞에서 손솔 민중당 비례대표 후보가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의 공범들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 앞에서 손솔 민중당 비례대표 후보가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의 공범들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한편 조주빈은 지난 2018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일명 ‘박사방’을 운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곳에서 그는 ‘박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여성과 미성년자 등을 상대로 성 착취 동영상을 제작해 돈을 받고, 유포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는 알려진 것만 70명 이상에 달했다. 특히 범죄 수위가 입에 담기 힘들 정도로 잔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서울경찰청은 전날인 24일 조주빈의 얼굴과 신상을 공개하기로 했다. 경찰은 ▲ 범죄의 중대성 ▲ 국민의 알권리 ▲ 범죄 재범 방지 ▲ 범죄 예방 등의 이유를 들며 성 범죄 혐의로는 이례적으로 신상공개를 결정했다.

이별님 기자 leestarni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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