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경제 침체가 우려되자 가계 지원을 위한 ‘기본소득’ 논의가 각 지자체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대부분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재난 기본소득을 차등지급하는 형식이지만 해당 지자체 거주자라면 소득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지급하는 파격적인 방식도 나왔다.

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뉴시스)
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뉴시스)

먼저 서울시는 지난 24일 재난긴급생활비 지원을 포함하는 8619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을 재석의원 100명 중 찬성 99명, 반대 0명, 기권 1명으로 가결시켰다. 총 3271억원으로 편성된 재난긴급생활비는 가구 수 별로 30만원에서 50만원까지 지역사랑상품권 또는 선불카드로 지급될 예정이다. 1~2인 가구는 30만원, 3~4인 가구는 40만원, 5인 이상 가구는 50만원 1회 지원이다.

지원대상은 기존 지원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 근로자, 영세 자영업자, 아르바이트생, 프리랜서 등으로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이다. 이번 대책으로 117만7,000가구가 지원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위소득 100% 이하 191만 가구 중 코로나19 정부의 지원 혜택을 받는 73만 가구는 중복지원을 막기 위해 제외했다. 재난긴급생활비는 오는 30일부터 각 주민센터 방문 또는 서울복지포털 사이트로 신청이 가능하며, 신청일로부터 3~4일 내 지급될 예정이다.

충북에서도 1천55억원 규모의 긴급재난생활비를 편성하고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30만~6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대구에서도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소득별로 50만~70만 원을 지급하고, 경북 포항은 중위소득 75% 이하에 602만 원을 지원한다. 경남은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당 30만~50만원을, 전북 전주는 실업자와 비정규직 등 5만여 명에게 1인당 52만 7천 원을 지급한다. 울산 울주군은 전 군민에 1인당 10만 원을 지급한다.

가장 파격적인 기본소득 정책은 경기도가 내놨다.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는 소득과 관계없이 경기도민 1천326만 명에 1인당 10만원씩 지급하도록 했다. 지급 대상을 선별하지 않고 전체 주민에게 지급하는 것은 광역 자치단체로는 처음이다.

경기도의 재난기본소득은 지급일로부터 3개월이 지나면 소멸하는 지역화폐로 지급한다. 단기간에 전액 소비되게 해 가계 지원 효과와 기업과 자영업자의 매출 증대라는 이중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다만 지역화폐 지급을 위한 준비 기간을 고려하면 4월 중에 지급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게 도의 설명이다.

필요한 재원 1조3천642억원은 재난관리기금 3천405억원, 재해구호기금 2천737억 원, 자동차구입채권 매출로 조성한 지역개발기금 7천억원을 내부적으로 차용해 확보했다. 그래도 부족한 재원은 지난주 발표한 저신용자 소액대출 사업비 1천억원 중 500억원을 삭감해 마련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소액이고 일회적이지만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이 국가 차원의 기본소득 논의의 단초가 되고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 정책으로 자리 잡기를 소망한다”면서 “저성장 시대, 기술혁명으로 소득과 부의 과도한 집중과 대량실업을 걱정해야 하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기본소득은 복지정책을 넘어 세계경제기구들이 주창하는 포용경제의 핵심수단이고, 지속 성장을 가져올 유일한 경제정책”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같은 지자체 정책이 ‘포퓰리즘’이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누구에게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경기도 정책을 두고 보수 야당은 총선용 ‘매표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이날 박형준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선거전략대책회의에서 “차기 대선을 노리는 여당 광역단체장이 대놓고 돈을 풀며 표 구걸 정책을 하고 있다”며 “국민 입장에서는 돈 10만원을 받고 표를 내줘야 하나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박 공동선대위원장은 “이 정권 사람들은 경제 살기기에는 재주가 없고 돈 푸는 데만 선수”라면서 “저희는 10만원을 쓰게 내어주는 게 아니라 100만원을 들여 어려운 분들을 살려내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송언석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 집중’에서 재난소득을 두고 “헬리콥터 머니”(헬리콥터로 살포하듯 뿌리는 돈), “국민을 현혹하는 마약” 등으로 표현했다. 송 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매표 행위에 가까운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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