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말까지 매주 화요일마다 ‘환매조건부채권’ 매입
금융기관 신청액 전액 공급…자금조달 숨통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한국은행이 다음달부터 3개월간 금융회사에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한다. 매주 1회 환매조건부채권(RP)를 한도 없이 매입하는 것. 무제한 RP 매입은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도 하지 않던 전례 없는 조치다.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펼치는 양적완화(QE)와 사실상 다르지 않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가 2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무제한 유동성 공급 방안을 의결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가 2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무제한 유동성 공급 방안을 의결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한은은 2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4월부터 6월까지 일정 금리수준 아래서 시장의 유동성 수요 전액을 제한 없이 공급하는 주 단위 정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RP란 금융기관이 일정 기간 후에 다시 사는 조건으로 채권을 팔고 경과 기간에 따라 소정의 이자를 붙여 되사는 채권이다. 한은이 공개시장 운영으로 RP를 매입하면 시장에 유동성(통화)이 풀리는 효과가 난다.

한은은 오는 6월까지 매주 화요일 정례적으로 91일 만기의 RP를 일정금리 수준에서 매입한다. 매입 한도를 사전에 정해두지 않고, 시장 수요에 맞춰 금융기관의 신청액을 전액 공급한다는 게 이번 대책의 골자다. RP 거래 대상이 되는 적격 증권만 제시하면 매입 요청한 금액을 모두 사들이겠단 것이다. 

금리는 기준금리(연 0.75%)에 0.1% 포인트를 가산한 0.85%를 상한선으로 설정한다. 입찰 시 모집금리를 공고할 예정이다. 한은은 RP 입찰 참여 금융기관에 증권사 11곳을 추가하고 RP 매매 대상 증권도 한국전력공사 등 공기업 발행 채권 8종을 추가했다. 

이날 금통위 결정에 따라 한은과 RP 거래를 하는 증권회사는 5개 사에서 16개 사로 늘어나게 됐다. 대상 증권도 한국전력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수자원공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발행하는 채권이 추가된다.

한은은 7월 이후에도 시장 상황과 입찰 결과 등을 고려해 조치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이날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일부 금융시장에서 자금이 조달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러한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로금리 수준까지 간 다음에 더 이상 금리정책 여력이 없어 국채나 MBS 등을 매입하는 방식의 선진국 중앙은행 양적완화와는 다르지만, 시장 수요에 맞춰 전액을 공급하는 점에 있어서는 꼭 양적완화가 아니라고 볼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