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영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인터뷰
발달장애 동생 데리고 탈시설한 ‘생각많은 둘째언니’
“가장 낮은 곳에 사는 가장 불평등한 사람의 삶의 존엄”

비례대표는 ‘소수’다. 비례대표는 각 정당의 ‘메시지’인 만큼 청년, 여성, 장애인 등 소수의 사회구성원으로 구성되는 게 일반이다. 민의의 정당인 국회에 조금 더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정치 공간에서 배제되기 일쑤인 소수자들을 위해 비례대표는 존재한다.
이번 21대 총선에서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며 각종 ‘비례정당’이 쏟아졌다. 비례대표는 인물보다 정당선거이기 때문에, 국민의 손으로 투표를 해놓고도 각 후보의 인간적 면모를 들여다보기 어렵다. 그래서 <뉴스포스트>는 4·15총선 특집으로 비례후보들의 면면에 집중하기로 했다. 소수를 대표하는 이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이들을 국회로 보냈을 때,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가. 비례대표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풀어가고자 한다.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원칙을 지켜서 국민을 지키겠다는 게 정의당이 가야 할 길입니다. 원칙은 민주주의 같은 형식도 있지만, ‘평등’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이 다 똑같다는 류의 평등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불행하고 가장 불평등한 사람들도 어떻게 존엄을 누리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평등입니다. 가장 낮은 곳에 사는 가장 불평등한 사람의 삶의 존엄. 거기에 우리의 원칙을 두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혜영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사진=김혜선 기자)
장혜영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사진=김혜선 기자)

1일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약 보름 앞둔 상황. 코로나 19가 전국에서 확산하는 엄중한 시국이지만, 누구보다도 바쁜 이들이 있다. 바로 각 정당별 비례대표 후보들이다. 지역구 후보들이 각자의 구역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동안 비례대표 후보들은 온라인상에서는 물론 전국을 직접 발로 누비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정의당 비례대표 2번 장혜영 후보는 한 단어로 설명이 불가능한 인물이다. 발달장애인 동생과 함께 사는 장 후보는 장애인 인권 운동가이며, 여성 후보로서 여성·청소년 범죄에 누구보다도 분노한다. 또한 음반과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한 문화예술인이자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크리에이터이기도 하다. <뉴스포스트>는 지난달 3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 인근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는 장 후보와의 인터뷰를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 인근에서 진행했다.

장혜영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사진=김혜선 기자)
장혜영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사진=김혜선 기자)

-요즘 일상이 궁금하다. 페이스북에서는 동생 건강을 걱정하시던데...

“선거철이기 때문에 월화수목금금금의 날들을 보내고 있다.(웃음) 아침에 출근해서 밤늦게 퇴근한다. 선거 관련 업무를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언론과 인터뷰도 한다. 그러다 보니 가정 일에 소홀하게 된다. 동생은 24시간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데, 요즘은 동생의 곁을 제 대신 활동지원사 분들과 친구들이 돌아가면서 지켜주시는 상황이다”

“얼마 전 동생이 경련발작을 일으켰다. 제가 동생이랑 같이 산지 약 3년이 됐는데, 저와 같이 있을 때는 한 번도 하지 않았던 발작을 한 것이다. 다행히 일정 끝내고 돌아가던 길에 동생이 아프다는 연락을 받았고, 그날 병원에 갔다가 새벽에 돌아왔다. 그때 많은 걸 느꼈다. 내가 왜 정치를 시작했고, 여의도에 와서 무엇을 바꾸려고 하는지를 말이다. 탈시설 당사자와 당사자의 가족의 삶이 얼마나 취약한지에 대해 자각을 하는 계기가 됐다”

-각 정당별 비례후보 연령 통계를 내 봤는데, 역시나 정의당이 ‘제일 젊다’. 특히 당선권에 2~30대 여성 청년들이 많이 보이는데, 여기에 어떤 의미부여를 하고 싶은지?

“이번 총선을 대하는 데 전 당적 차원의 결정이 있었다. 더 많은 여성의 국회 진출은 예전부터 강조돼 왔다. 비례대표 후보인 조혜민 여성본부장은 90년대 페미니스트라는 기치로 경선에 나오시기도 했다. 당에서 오래 활동하신 여성 당원들도 많다. 이 같은 분위기가 정의당에서 존재했다”

“청년후보에 대해서는 가산점을 부여하는 수준을 넘어서 실제로 청년을 국회로 보내는 것. 그 자체가 정의당의 중요한 전략이었다. 정의당 전국위원회에서는 국민들이 정의당에 바라는 비전을 고려해 청년들을 비례후보에 전진 배치하는 결정을 투표로 내렸다. 그 결과 청년 후보에게 비례 5석을 할당하는 결정이 내려졌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전부 여성이 차지했다”

-당내 반발은 없었나?

“정의당은 오랜 진보정치 역사를 함께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진보 정치를 해오신 분들이 많다. 비례대표 후보로 이들이 아닌 왜 청년을 내보내야 할까에 대해 당내에서는 충분한 논의 과정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눈높이를 생각했다. 국민들은 국회가 젊어지길 바라고, 기득권층을 타파해 새로운 누군가가 국회에 들어가길 원한다. 당내에서 이 부분에 공감했다”

“당에서는 비판보다는 청년후보들에게 책임감을 가지고 더 잘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씀이 많았다. 감동을 많이 받았다. 청년들이 잘나서가 아니라 당이 가지고 있는 가장 귀한 부분을 이번에는 청년들이 대표할 수 있는 계기를 가진 것이다. 마음이 무겁다”

장혜영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사진=김혜선 기자)
장혜영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사진=김혜선 기자)

-비례대표 후보는 선거 운동 어떻게 하는지?

“비례대표 후보들은 지역구 후보들을 최대한 지원한다. 후보님 마다 필요한 게 다르다. 어떤 분은 후원 캠페인에 참여해주길 원하시고, 어떤 분은 아침 인사에 나와주거나 선거 유세에 나와주길 원하신다. 어떤 후보님은 기자회견에 나와서 지지 발언을 부탁하신다. 비례대표 후보들은 각자의 장기를 살려서 지역구 후보들의 지지를 독려한다”

“저희 비례대표 후보들 면면을 보면 각자 캐릭터가 다르다. 정치를 시작하기 전 해왔던 일도 다르다. 후보들마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역할을 스스로 찾아서 하는 경향이 있다. 저 같은 경우 청년선대본을 꾸려서 온라인에서 액션을 취한다. 우리는 콘텐츠로 소통하는 세대니까 콘텐츠를 어떻게 더 잘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한다. 최근에는 N번방 사건 등 성 착취 범죄에 대한 총선 전 법안 통과와 관련해 유튜브 라이브를 했다”

-정 후보는 청년 선대본부장인데, 18세 유권자를 포함해 청년들의 표심을 사로잡을 묘책이 있나.

“코로나 정국이다 보니 오프라인에서 뵐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 필연적으로 온라인 중심으로 활동한다. 온라인에서는 유권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형식으로 다가가야 한다. 정치 고 관여층이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언어도 첫 투표를 하시는 분들은 잘 모르실 수 있다. 예를 들어 제가 유튜브 라이브에서 지지 호소를 하면 ‘좋아요. 지지할게요. 근데 비례대표가 뭐예요’라고 묻는 분도 있다. 그분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을 제공하는 것. 이런 것들이 시작이다. 하지만 요즘은 이분들을 뵐 면목이 없다. 반헌법적, 반민주적 위성정당들이 버젓이 투표용지에 올라가 있기 때문에 이 상황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씀드려야 하는지 죄송하다.”

-최근 비례정당 출현으로 정의당 지지율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조국 사과’ 이후 조금 오름세를 보이기도 하는데, 총선에서 정의당이 국민에게 선택 받으려면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비례정당의 출현을 두고 선거공학적으로 정의당이 피해를 입었다고 분석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선거공학적 맥락보다는 민주주의 자체가 타격을 입은 게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 위성정당이 생겨서 어디에 표가 얼마큼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민주주의에 타격이 간다는 게 훨씬 큰 문제다”

“원칙을 지켜서 국민을 지키겠다는 게 정의당이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 원칙은 민주주의 같은 형식도 있지만, ‘평등’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다 똑같다는 (기계적) 평등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불행하고 가장 불평등한 사람들도 어떻게 존엄을 누리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평등이다. 그런 관점에서의 원칙. 가장 낮은 곳에 사는 가장 불평등한 사람의 삶의 존엄. 거기에 우리의 원칙을 두겠다는 생각이다. 상당히 엄혹한 시기인데, 이 시기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이 든다”

-‘생각많은 둘째언니’ 유튜브를 통해 발달장애 동생과의 일상을 공유하고 계신데. 어떻게 동생을 시설에서 데리고 와야겠다 생각하셨는지.

“하나의 계기가 있다기 보단, 긴 고민 끝에 결정을 했다고 말하는 게 맞겠다. 저는 오랫동안 발달장애인 동생을 언젠가는 책임져야겠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내가 돈을 벌어서, 지위를 얻어서, 성공한 개인이 돼서 동생을 책임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여기에선 사회가 책임질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시설에서 일어난 인권침해 사건과 이 사건이 유야무야 되는 과정을 보고 개인이 다른 개인을 구제하는 방식에 명확한 한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탈시설에 대해 말하면 사람들은 ‘좋긴 하지만, 지금은 어려워. 나중에’라며 자꾸 미룬다. 그렇게 했다간 나중에 오지 않을 거란 생각이 어느 순간에 들었다. 함께 살면 살아진다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뭐라도 되겠구나 싶었다. 돈도 없고, 복지 제도도 미비하지만 이런 이유로 못 나오면 평생 못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일단 나오면 눈앞에 사람이 있으니까 뭐라도 하게 된다. 배고프다고 하면 밥을 줄 것이고, 춥다고 하면 옷을 입히면 된다. 내가 도움을 시끄럽게 요청하면 분명히 누군가는 도와줄 것이다. 우리 사회에 대한 그 정도 신뢰는 있었다”

“내가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게 내 권리라면 동생도 마찬가지다. 나에게 필수불가결이라면 동생에게도 필수불가결이다. 일단 시설에서 나와서 생각하자고 다짐했었다. 만약 우리가 나와서 살아갈 수 없다면, 이 문제를 모든 사람에게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보여주려고 했다.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면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여성’ ‘장애인 언니’ ‘나이 어린(청년)’...붙는 키워드가 전부 ‘기성 정치인’하고는 거리가 멀다. 사회적 주류로 평가받는 국회에 ‘소수자 대표’로서 입장하는 것인데. 각 키워드별로 어떤 정치적 역할 혹은 입법활동을 하고 싶은지 묻고 싶다.

“장애 문제 관해 1호 법안이 뭐냐고 물으면 24시간 활동 지원 제도를 확립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청년 부문에 대해서는 역시 자산과 소득의 불평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 당에서 말하는 청년기초자산제를 포함해 청년 주거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겠다는 게 제가 지닌 관점이다”

“여성 공약에 대해서는 여러 의제가 있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안전’이다. 성폭력과 성 착취를 어떻게 근절.방지하고, 제대로 처벌할 것인가에 대한 법안에 주력할 생각이다. 그 안에는 스토킹 처벌법도 들어가야 하고, 현재 문제가 되는 디지털 성범죄 형량 강화도 있다. 아청법에서 ‘대상 아동’ 문구를 삭제하는 표현도 말이다.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여전히 통과가 안됐다. 성범죄 방지 법안은 하나라고 볼 수 없다. 여러 가지가 패키지로 들어가야 한다”

-그 중에 ‘1호 법안’으로 만들고 싶은 법안은?

“요즘 시급한 법들이 너무 많아서 갈등된다. 하지만 평소에 말해왔던 것처럼 24시간 활동 지원 제도 확립을 꼽겠다. 사실 관련법은 있다. 다만 충분하게 시행되고 있지 않은 게 문제다. 개정을 통해 명확한 재원과 확실한 기준을 마련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24시간 활동 제도를 뒷받침하는 법안. 사실 기재부에서 예산을 받으면 되는 문제이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현재 가장 이슈가 된 n번방 사건을 언급 안 할 수 없다. 정의당 청년선대본 ‘청년정의’가 관련 입법을 위해 의원 290명 전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여당에서는 총선 이후에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나?

“왜 이렇게 일관성 없는 메시지를 내는지 솔직히 이해할 수 없다. 시급하다고 말하면서 사실상 미루고 있다. N번방 사건은 청와대 청원제도가 생긴 이후 가장 많은 국민들의 동의한 사안이다. 수백만 명이 동의한 건 전혀 다른 의사표현 수준이다. 국민들이 이 사안에 얼마나 비상사태라고 느끼는지 보여줬다. 하지만 국회는 이를 비상사태로 보지 않고 평상시 스탠스로 대하고 있다. 긴급한 사안인데 평상시처럼 5일 당정 협의회를 개최하고, 5월 통과라니. 5월도 1일부터 30일까지 있다. 워딩을 긴급하다고 해놓고 이러는 건 너무 실망스럽다”

“저는 간곡히 호소드린다. 늦지 않았다. 5일 당정 협의하면 총선 당일까지 열흘의 시간이 있다. 하루만이라도 내자는 것이다. 제시하신 N번방 방지 3법에 문제가 있다면 그 법 말고 현재까지 계류된 법안 수준에서라도 상징적으로 처리해 의지를 보여주면 된다. 투표용지에서 정당 이름 순서는 그렇게 빨리 바꾸시던데 말이다”

-유권자에게 마지막 할 말은?

“언제나 그렇지만 21대 총선은 매우 중요하다. 21대 국회는 곧 코로나 이후에 대한민국이 어느방향으로 나아갈지 키를 잡는 국회다. 이토록 불확실한 시기일수록 우리가 진짜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와 원칙을 지키는 이들이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칙과 가치를 지키는 우리 사회 가장 불평등한 사람들의 편에 서는 진보 정당 정의당을 꼭 지지해달라. 여러분께 보답하는 정치인이 되겠다. 저를 믿고 지지해달라. 특히 이번에 첫 투표를 하시는 만 18세 유권자분들과 청년들의 지지가 너무나 절실하다. 기회를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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