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말까지 매주 화요일 정례 RP 매입
금리 0.78%, 기준금리보다 0.03%포인트 높아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무제한 돈 풀기’ 행보에 나섰다. 한도가 없는 전액공급방식으로 5조 2,500억 원 규모의 환매조건부채권(RP)을 첫 매입했다.

서울 중구 한국은행. (사진=이해리 기자)
서울 중구 한국은행. (사진=이해리 기자)

한은은 2일 전액공급방식의 RP(91일 만기) 매입을 실시해 응찰액 5조 2,500억 원 모두 낙찰했다고 밝혔다. 이번 RP 매입 금리는 기준금리(연0.75%)보다 0.03%포인트 높은 0.78%로 결정됐다. 한은은 통화안정증권 수익률과 최종 호가 수익률, 한은의 직전 RP 매입 평균 금리, 증권사의 RP 조달금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리 수준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은 관계자는 “RP 매입 금리를 기준금리보다 낮게 책정하면 금융기관의 금리 차액거래 수단으로 전용돼 응찰 규모가 필요 이상으로 과다해질 우려가 있다”라며 “모집금리를 기준금리보다 낮게 설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앞서 한은은 오는 6월 말까지 매주 1회 정례적으로 한도 없이 RP를 매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도 하지 않았던 전례 없는 조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단기금융시장에 자금 경색 우려가 커지자 이 같은 조치에 나선 것이다.

RP란 금융기관이 일정 기간 후에 다시 사는 조건으로 채권을 팔고 경과 기간에 따라 소정의 이자를 붙여 되사는 채권이다. 시중에 단기자금이 풍부하면 한은은 RP를 매각해 자금을 흡수하고, 반대로 자금이 부족하면 RP를 매입해 유동성을 푼다. 한은이 RP를 무제한 사들이면 그만큼 유동성이 풀리는 효과가 생긴다.

한은은 무제한 유동성 공급으로 불안 심리가 완화되는 효과를 거두게 되고 정부의 ‘민생·금융 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의 시의적절한 운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은은 매주 화요일 정례적으로 RP 매입 입찰을 하되 4월 첫 입찰에 한해서만 목요일인 이날 실시하기로 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