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컷‧유동성 공급 효과 지켜본다
금통위, 공개시장운영 단순매매 대상증권 확대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9일 통화정책 결정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0.75%로 동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앞서 금리를 인하하고 유동성 공급 방안을 내놓은 만큼 당분간 정책 효과를 지켜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정례 회의를 열고 이달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0.75%로 동결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달 16일 임시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75%로 0.50%포인트 전격 내렸다. 또 지난달 26일에는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방식을 통해 무제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을 내놨다. 시장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한국형 양적완화(QE)’라는 평가가 나왔다. 채권시장안정펀드 등 금융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긴급 유동성 대책도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한은 입장에서는 ‘빅 컷(큰 폭의 금리 인하)’과 유동성 공급 정책 등의 효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분간 유동성 공급 정책에 집중하면서, 추후 금리 인하 등을 저울질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한은은 금통위를 열고 산업금융채권 등 특수은행채 매입을 통해 회사채 시장 안정을 유도하는 방안을 내놨다. 기존 국채와 정부 보증채로 한정된 공개시장운영 단순매매 대상증권에 △산업금융채권 △중소기업금융채권 △수출입금융채권 △주택금융공사 주택저당증권(MBS)을 포함하는 내용의 공개시장 운영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공개시장 운영이란 한국은행이 금융시장에서 금융기관을 상대로 증권을 사고팔아 유동성과 금리 수준에 영향을 주는 통화정책 수단으로, 한은이 단순 매매 대상 증권을 확대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한은은 “이번 조치로 금융기관들의 자금조달이 쉬워지고, 자금조달 비용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한은이 산은채 등 특수은행채 매입을 통해 금융기관에 자금을 공급하게 되면, 특수은행들은 보다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회사채 매입에 활용하면, 채권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한은은 이번에 특수은행뿐만 아니라 주택금융공사 주택저당증권(MBS)도 단순매매 대상증권으로 포함했다. 안심전환대출 등으로 MBS 보유 규모가 크게 늘어난 은행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도다.

한은은 또 현재 환매조건부(RP) 매매 대상증권과 대출 적격담보증권에 예금보험공사 발행채권도 포함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14일부터 시행되며, 유효기간은 2021년 3월 31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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