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회계감독 위원회 고발 후속 조치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교보생명이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을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본사. (사진=교보생명)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본사. (사진=교보생명)

교보생명은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지우를 통해 공인회계사법 제15조, 제22조 등의 위반 혐의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9일 밝혔다. 지난달 회계평가 업무 기준 위반으로 미국 회계감독위원회(PCAOB)를 고발한 이후 국내에서 처음으로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안진회계법인이 교보생명의 재무적 투자자(FI) 4곳이 보유한 풋옵션(특정가격에 팔 권리)의 공정시장가치(FMV)를 산출할 때 행사가격을 높이기 위해 평가 기준일을 고의로 유리하게 선정해 적용했다는 것이 이번 고발의 핵심 사유다. 현재 교보생명 최대주주인 신창재 회장과 FI와 풋옵션 행사 가격인 주당 40만 9,912원이 적정한 지를 놓고 분쟁을 벌이고 있다.  

교보생명에 따르면 안진회계법인은 2018년 6월 말 기준으로 직전 1년간 다른 생명보험사(삼성생명·한화생명·오렌지라이프)의 주가 수준을 비교해 풋옵션 가격을 산정했다. 해당 기간에는 금리 인상 등의 기대감으로 삼성생명 등 생명보험사의 주가가 급등한 시기가 포함돼 있어 풋옵션 행사 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는 게 교보생명의 주장이다. 

교보생명 측은 “일반적인 기업 가치평가와 달리, 법원에 의해 강제성이 부여될 수 있는 옵션 행사가격에 대한 평가는 행사 일을 기준으로 산출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며 “안진회계법인은 기본 원칙을 위배해 FI의 풋옵션 행사 시점이 2018년 10월 23일임에도 같은 해 6월 기준 직전 1년의 피어(peer)그룹 주가를 사용했다”라고 말했다.  

공인회계사법 제15조 제3항, 제22조 제3항 등에 따라, 공인회계사는 직무를 행할 때 독립성을 유지해야 하고 고의로 진실을 감추거나 허위 보고를 하면 안 된다. 또 의뢰인이 사기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부당한 금전상의 이득을 얻도록 이에 가담 또는 상담해서는 안 된다. 같은 법 제53조(벌칙)에는 제15조, 제22조 등을 위반 혐의에 대한 처벌 규정이 명시돼있다.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지우는 고발장을 통해 “안진회계법인이 산정한 FMV는 의뢰인이 부당한 이득을 얻게 하도록 가담하지 않았다면 도저히 산정할 수 없는 금액”이라며 “공인회계사법 위반을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자료가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라면서 엄중한 수사를 촉구했다.

앞서 교보생명은 지난달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을 미국 회계감독위원회에 고발했다. FMV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평가 업무 기준을 위반했고, 이것이 주주 간 분쟁 장기화의 단초가 되며 회사에 유무형적 피해를 줬다는 이유에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사안의 본질에서 벗어나 주주 간 분쟁이 경영권 문제로까지 연결되면서 회사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가중되고 있다”라며 “이번 조치는 고객, 투자자, 임직원 등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해 회사의 평판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자구책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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