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10일 21대 총선 사전투표 첫 번째 날이 시작됐다. 사전투표 제도는 유권자의 투표권을 더 두텁게 보장하기 위한 제도로, 지난 2012년 공직선거법이 개정된 후 2016년 지방선거부터 시작됐다. 선거일 직전 금요일과 토요일 오전 6시에서 오후 6시 사이면, 신분증을 갖고 전국 어디든 사전투표를 할 수 있다.

21대 총선 사전투표 첫날인 10일 시민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김혜선 기자)
21대 총선 사전투표 첫날인 오늘 시민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김혜선 기자)

사전투표는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한층 보완하기 위한 장치다. 특히 이번 선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일찌감치 나왔기 때문에, 사전투표를 통해 투표 인파를 분산시킨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해졌다.

이참에 기자도 사전투표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무엇보다 최근 집으로 배달된 선거 우편물에서 걸어서 가까운 거리에 사전투표소가 있다는 내용을 봤다. 순간 머릿속에 ‘사전투표를 1등을 해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새벽 6시, 각종 소셜커머스 시장의 새벽배송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이른 시간이다. 찬 공기를 마시며 홀로 투표소에 서있는 모습을 상상하자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뿌듯했다.

혹시 일어나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에 꼬박 밤을 샜다. 새벽 5시 55분, 눈곱을 겨우 떼고 마스크를 쓰고 현관문을 나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투표소 입장 시 마스크 착용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다. 다만 마스크가 없다고 해서 투표를 못 하는 것은 아니다.

한 손에는 신분증을, 다른 한 손에는 휴대폰을 들고 사전투표소로 걸음을 옮겼다. 밖은 어스름하게 밝았지만 골목에는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다. 과연, 1등을 할 수 있을까 마음이 두근거렸다.

6시 1분, 사전투표소에 도착하자마자 허탈감을 느꼈다. 이미 한 남성이 사전투표소 앞 모니터링 요원과 발열 체크를 하고 투표소장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건물 앞으로 가까이 다가가니 테이블에 위생장갑과 손소독제가 늘어져있다. “손 소독하고 장갑 끼고 올라가세요.” 모니터링 요원이 안내하는 사이 기자 뒤로 투표를 하기 위한 인원 서너 명이 줄을 섰다. 비접촉식 체온계로 체온을 재고, 투표소장으로 올라가며 ‘그래도 내가 2등일 거야’라고 생각했다.

투표소장에 들어서자마자 헛된 생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자 앞서 올라간 남성을 포함해, 이미 투표소장에는 5명의 사람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줄을 서 있었다. 투표소 안내원이 따로 말하지 않아도 시민들은 1m간격을 두고 줄을 선다. 시계를 보니 6시 2분, 어쩐지 억울한 느낌이 들었지만 별 수 없다. 앞 사람과 간격을 두고 줄을 섰다.

기표소가 설치된 방으로 들어서니 그냥 웃음이 나왔다. 이미 투표를 하고 있는 사람 4명, 투표용지를 받고 있는 사람은 4명 정도다. 눈으로 보이는 것만 해도 20명 가까이 기자 앞에 섰다. 투표용지를 인쇄하는 직원에 “6시 정각부터 투표를 시작한 게 맞느냐”고 묻자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1등인 줄 알았는데…” 아쉬움에 중얼거리자 “일찍부터 꽤 오셨더라고요” 답변이 돌아왔다.

투표를 끝내고 밖에 나오니 6시 7분, 밖에는 그새 사람이 더 늘었다. 10명 남짓한 시민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서서 손 소독과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

(사진=김혜선 기자)
투표소에 등장한 위생장갑. 여담이지만 투표 인증샷은 꼭 투표소 밖에서 찍어야 한다. 예전엔 불법이었지만 지금은 엄지손가락을 들거나 손가락으로 브이(V)를 하는 사진은 괜찮다. 그래도 그냥 어정쩡한 손을 찍어봤다. (사진=김혜선 기자)

1등은 하지 못했지만 투표를 끝내고 돌아오니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아침의 투표열기를 눈으로 목격하니, 오전 9시 현재 전국 평균 투표율이 역대 전국선거 동시간대 사전투표율 중 가장 높다는 이야기도 납득이 된다. 이날 중앙선관위는 오전 9시 기준 전국 4399만4247명의 유권자 중 66만2912명이 참여해 1.51%의 사전투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한편, 사전투표는 별도의 신고를 하지 않아도 거주지와 관계없이 본인의 주민등록증이나 여권, 운전면허증 등 신분증을 지참해 투표소로 가면 된다. 전국 사전투표소 위치는 선관위 홈페이지나 포털 사이트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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