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AT&T·Comcast·Verizon 등 해외 ISP와 망이용료 계약
- 국내 ISP엔 이중지급 언급하며 ‘소비자가 망 이용료 지불해 안 낸다’
- 경실련 “넷플릭스 등 트래픽 초과사용...공정한 생태계 형성에 정부 나서야”

[뉴스포스트=문현우 기자] 넷플릭스의 국내 ISP 호구 잡기 행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 13일 국내 ISP사 가운데 하나인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망 이용대가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다. 넷플릭스가 연 법정 다툼 포문에 방송통신위원회의 재정 절차는 중단됐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가 넷플릭스의 강점과 성장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가 넷플릭스의 강점과 성장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11월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의 망 이용료와 관련해 방통위에 중재를 요청하는 재정 신청을 한 바 있다. 업계는 넷플릭스가 방통위의 결정을 회피하기 위해 법원으로 향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견을 조율하는 국내 기관과 관련 제도를 무시하는 행태란 지적이다.
 


넷플릭스, 해외 ISP와는 ‘망 이용료 지급 계약 체결’


넷플릭스는 줄곧 SK브로드밴드 등 국내 ISP의 망 이용료 지불 요구에 ‘소비자가 망 이용료를 이미 지불해 CP사인 우리가 망 이용료를 추가로 지불하는 것은 이중지급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해당 주장은 해외에서 보인 행태와는 사뭇 다르다. 넷플릭스가 수년 전부터 AT&T 등 주요 해외 ISP와 망 이용료 지급 계약을 체결한 까닭이다.

KTOA가 지난 2018년 9월 발표한 ‘망이용대가 관련 해외사례’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2014년 4월 Verizon △2014년 7월 AT&T △2014년 8월 Time Warner Cable 등 해외 ISP와 망 이용료 지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인터넷망은 대표적인 양면시장(two-sided market)...CP도 ‘망 이용료’ 지불해야


양면시장은 특정 플랫폼 사업자가 서로 다른 두 그룹을 매개하는 시장을 말한다. 플랫폼을 통하지 않으면 두 그룹은 연결과 거래가 불가능하다. 그런 까닭에 플랫폼 사업자는 두 그룹이 원활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각 그룹은 플랫폼을 통해 가치를 창출한다.

가맹점과 카드 이용고객을 연결·관리하고, 가맹점으로부터 수수료를, 이용고객으로부터 연회비를 지급받는 신용카드사의 예를 통해 양면시장의 구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택시기사와 승객을 연결하는 택시앱, 매도자 그룹과 매수자 그룹을 중개하는 부동산 중개업 등도 양면시장 플랫폼의 사례가 될 수 있다.

CP와 이용자는 망의 매개 없이 상호 연결과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망 사업자가 두 그룹을 매개함으로써 CP는 고객에게 자신들의 콘텐츠를 제공해 이용요금을 얻을 수 있고, 이용자 그룹은 다양한 콘텐츠에 원활하게 접근할 수 있는 효용을 얻는다.

양면시장 개념에 따르면 플랫폼 사업자는 매개하는 두 그룹으로부터 요금을 받는다. 시장 참여자 간 요금부담 주체와 수준은 사업자의 선택과 협상에 달렸다. 방점은 플랫폼 사업자를 비롯한 시장참여자들은 기본적으로 양면시장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요금 구조를 따르게 된다는 것이다.

앞서 양면시장의 예로 들었던 신용카드사가 가맹점에 상대적으로 높은 요금(수수료율)을 부과하고, 이용고객에게는 낮은 요금(연회비)을 부과하는 것도 양측의 경쟁강도와 수요 등을 고려해 양면시장의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이다. 때문에 플랫폼 사업자의 망을 통해 고객집단에 연결되고 경제적 이익을 얻는 CP가 망 이용대가를 부담할 의무가 없다는 주장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양면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넷플릭스, 구글 등을 비롯한 글로벌 CP들이 국내 인터넷 가입자가 지불하는 망 이용요금, 또는 국내 CP가 분담한 망 이용대가에 무임승차 하고 있다는 사실이 명확해진다. 글로벌 CP의 국내 인터넷망 무임승차는 결국 국내 소비자의 요금 부담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설명이다.
 


경실련 “정당한 망 이용대가 지불하라”


넷플릭스의 이러한 행태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23일 성명을 통해 넷플릭스에 “국내 전기통신사업법 등 관련법에 의거해 정당한 망 이용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과 같은 동영상 서비스들이 국내 인터넷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글로벌 CP들은 이미 국내 인터넷망을 과점하여 트래픽을 점유해 왔다”며 “그 과정에서 SKB나 KT 등 국내 ISP들이 제공했던 트래픽 사용량의 한계를 과도하게 초과사용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넷플릭스 등 해외 CP가) 국내 ISP들과의 상호접속에 따라 발생되는 망접속료를 제대로 정산하지 않고 무상으로 트래픽을 이용함으로써 부당이득을 취했다”며 “이용계약 과정에서 시장지배력의 우위를 점하면서 불공정 관행으로 협상에 일관하고 암묵적으로 불공정 계약조건을 강요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불공정거래행위를 선제적으로 규제해 망접속료의 형평성과 생태계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이용자 보호와 피해 예방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며 “공정위와 방통위의 리더십 부재로 인한 행정 공백과 법적 공백을 틈탄 글로벌 CP들의 이같은 작태에 대해서 정부가 신속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최종 판단은 법원이 내리겠지만, 넷플릭스가 미국과 유럽에서 적정한 망 대가 지급 계약을 체결하게 된 배경에는 미국 FCC(연방통신위원회), 프랑스 ARCEP(통신우정규제청) 등 각국 규제기관의 역할이 있었다“며 “지금처럼 일방이 투자비용을 전적으로 부담하고, 다른 당사자가 그것을 이용해 수익을 독식하는 구조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저해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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