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이인권]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가운데 사람들의 생활은 일상을 되찾아 가는 것 같은 분위기다. 5월 초에 맞는 긴 연휴에 전국의 관광지는 예약이 넘쳐 난다는 소식도 있다.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이번에 글로벌 팬데믹이 되면서 세계적인 전파를 가져온 코로나바이러스가 인류에게 초유의 위기를 경험케 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전례가 드문 극심한 코로나 사태가 인간의 생각과 행동의 패턴을 바꾸어 놓을 것이라는 예측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한마디로 코로나바이러스는 물질문명의 정점에 있었던 인간사회에 ‘황무함’을 느끼게 해준 대격변이다. 적어도 이 기간 동안에는 그동안 인류가 이루어 놓은 모든 기성 체계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무한한 우주 공간에서 한 점밖에 안되는 지구의 구석구석에서 벌어지던 다툼이나 갈등도 묻혔다. 인간이 구축해 놓은 모든 사회체계도 올바로 작동하지 못했다. 특히 인간의 생활에 기본이 되는 경제활동이 바닥으로 내려앉으면서 생존의 단계까지 달했다. 

그러면서 전 지구적 대재난 앞에 우열로 가름되던 강자도 약자도 평등하게 똑 같은 처지에 놓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인간사회가 누려왔던 모든 물질적 풍요가 영원하지도 안전하지도 않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었다.

반면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사회적 활동이 제한을 받다보니 가장 원초적 기초 공동체인 가정과 가족이 대피처가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을 겪게 되었다. 특히 개인적 연계와 집단적 유대를 중시하는 한국사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다른 세계 어느 나라보다 그 체감도가 더욱 강했을 것이다.

이제 이번에 코로나바이러스로 혹독한 시련을 겪으면서 우리는 진정한 삶의 안녕과 행복, 곧 ‘웰빙’(Well-being)이 무엇인지를 새롭게 깨닫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저 “이 또한 지나가는 것”이라는 안이한 태도에서 벗어나 삶의 가치관을 다듬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나아가 무한한 자연의 섭리에 반해 유한한 인간이 문명의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그 자연의 온전성과 건강성에 도전해 왔던 것도 한번 돌이켜 볼 일이다. 역설적으로 ‘인간이 멈추니 지구가 살아나 공기가 맑아졌다’는 시정(市井)의 정담은 시사하는 바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 모두가 이번 사회적 거리두기를 거치면서 가족 중심의 생활을 집중 체험하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칩거의 인내 가운데에서도 그것이 가정의 소통과 유대, 나아가 행복한 가정의 문화가 정착되는 더없는 계기가 되었을 수도 있다. 일정한 시기나마 안분지족(安分知足)의 생활을 영위해야 했다.

사실 강요된 사회적 거리두기 전에도 조급함에 몰린 현대인들은 조금은 삶의 여유를 갈구했었다. 그래서 내적인 단순함 속에서 자기만의 기쁨을 가지려 하는 사회적 추세가 있었다. 현대사회가 ‘빨리빨리’, ‘높게높게’, ‘크게크게’라는 사이클에 맞추어져 있다 보니 스케일다운(scale down)이 필요했던 것이다.

뭔가 조금은 템포를 늦추면서 생각할 여유를 갖고 삶의 가치와 목적에 대해 깨닫기 시작했었다. 그래서 환경이나 주위에서 얻어지는 물질적인 충족보다도 내면에서 솟는 정신적인 만족과 행복을 추구하려 했었다.

사람들은 보편적으로 전에 없었던 물질적 여유를 누리게 되면서 부유한 것과 행복한 것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여기에 첨단기술의 발전은 오히려 사람과 사람 간의 물리적 관계를 이격시키며 집단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을 희석시켰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성공과 행복한 삶의 근원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게 된 것이다.

결국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비교적 장기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개인, 사회, 국가가 뼈아픈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 상황에서 누구나 어려움을 겪어 왔지만 그런 가운데 새로운 인간 사회문화체계를 정립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의 난관은 분명 극복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어떤 시련이나 고난도 이겨낼 수 있는 긍정의 힘인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코로나 이전 과거 그대로 상태의 회복이 아닌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으로 도약하는 변곡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비온 뒤에 땅이 굳듯이 말이다.

곧 개별적으로는 무엇보다 기초 생활기반이 되는 가정이라는 터전의 소중함을 각성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또 거시적으로는 인류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글로벌 공동체의 연대감을 강화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 칼럼니스트 ·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