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마케팅, TV 광고 등에도 몇 년째 제자리걸음
과도한 상표권 사용료 지불…수익성·건전성 악영향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지난달 NH투자증권 정영채 사장이 탄탄한 실적과 두터운 사내 신임을 바탕으로 연임에 성공했다. 정 사장은 지난 2018년 NH투자증권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투자은행(IB) 실적을 대폭 성장시키며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견인했다. 수익 부문에서는 안정화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경쟁사 대비 중위권에 머물고 있는 NH투자증권의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기에는 딱히 묘수가 없는 모양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사진=NH투자증권)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사진=NH투자증권)

증권사 브랜드평판지수 5~6위 유지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24일 발표한 4월 증권사 브랜드평판지수를 보면 NH투자증권은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의 뒤를 이어 5위를 기록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는 매달 참여지수, 미디어지수, 소통지수, 커뮤니티지수, 사회공헌지수, 금융소비자보호 관련 지표 등을 통합해 증권사의 브랜드 평판지수를 발표한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 3월 각각 6위, 5위를 기록하며 자산과 규모에 비해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업계에서는 자기자본과 시장 점유율, 수익성 등 증권업계 수위를 달리고 있는 NH투자증권이 리테일(소매) 부문의 수익성이 타 부문에 비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낮은 브랜드 인지도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015년 1월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의 합병으로 탄생한 5년 차 브랜드다. 2018년 5월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두 번째로 초대형IB에 지정돼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를 받아 발행어음 사업을 시작했다. 다양한 발행어음 상품을 판매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며 탄탄한 실적을 쌓아왔다. 또한 우리투자증권의 색을 빼고 NH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자 지상파 TV 광고, 드라마 속 PPL(간접광고) 등 노력해오고 있다. 

NH투자증권의 대표적 브랜드 마케팅은 ‘골프 대회’다. NH투자증권의 ‘믿음과 신뢰’라는 기업문화를 담은 ‘NH투자증권 프로 골프단’은 정정당당한 페어플레이와 함께 ‘도전과 열정’을 모토로 2011년 창단했다. 

우리투자증권과 합병 이후 2016년부터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의 총상금 규모를 5억 원에서 7억 원(우승상금 1억 1,400만 원)으로 늘리며, 한국 여자골프의 메이저 대회로서 NH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또한 관람 고객을 위해 18번 홀 그린 주변에 400석 규모의 관람 스탠드 설치, 갤러리프라자 휴식 공간 마련 등을 통해 4년 동안 8만 명에 이르는 갤러리들이 참가를 유도했다. 이외에도 소속 선수를 통한 금융상품 홍보 등에도 나서며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마케팅에 힘써왔다. 

NH투자증권 여의도 본사 사옥. (사진=NH투자증권)
NH투자증권 여의도 본사 사옥. (사진=NH투자증권)

아울러 지난해 5월 NH투자증권은 새로운 브랜드 비전을 선포하는 행사를 열고 “증권업종 내에서 최상위권 규모의 자산과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 위상에 걸맞지 않게 브랜드 인지도에서는 중위권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정영채 사장 취임 이후 ‘자본시장의 대표 플랫폼 플레이어’의 기치 아래 브랜드 파트너사와 함께 새로운 브랜드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집행할 브랜드전략추구TFT를 구성하는 등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현하는 활동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신규 브랜드 비전을 고객들과 공유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증권업과 관련 없는 ‘제철식당’을 오픈하기도 했지만, 인지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오히려 당시 5월에서 6월의 브랜드 평판은 두 계단 하락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이라는 브랜드명을 사용한 지 5년 됐다”면서 “기존에 계속 브랜드를 유지했던 타사와는 비교하면 신규 브랜드라는 점에서 한계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5년부터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광고 활동을 열심히 해왔다”라며 “합병 초반 3년 정도 PPL이나 지상파 광고, 사회 공헌 활동 등을 펼쳐왔다”라고 덧붙였다.  

비싼 ‘NH‘ 상표권 사용료...출범 후 1046억 원 지출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브랜드 인지도만큼 문제인 것은 ‘NH’라는 상표권(CI) 사용료에 상당한 금액을 지불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협중앙회의 간접 지분은 49%지만 지분 100%인 다른 금융 계열사들과 동일한 기준으로 상표권 사용료를 내고 있어, 기업의 수익성과 건전성 악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공시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CI 사용료로 2018년 221억, 2019년 258억 원을 지출했으며, 우리투자증권과 합병한 이후 지난해까지 치른 사용료는 1046억 원에 달했다. 증권업계 상표권 사용료 2위인 미래에셋대우가 2018년 미래에셋캐피탈에 지불한 상표권 사용료는 78억 원으로 NH투자증권 업계에서 유독 비싼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었다.

농협의 과도한 상표권 사용료는 꾸준히 지적돼 왔다. 기존에는 ‘명칭사용료’로 불렸지만 과잉 논란을 빚자 2017년 사업비 개념이 들어간 농업지원사업비(농지비)로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다양한 마케팅 활동과 값비싼 상표권 사용료 지불에도 고객들에게 각인되는 효과는 없어 브랜드 인지도는 NH투자증권의 아킬레스건으로 자리 잡았다. 

코로나19 위기에 선제적 리스크 관리 

한편, NH투자증권의 지난해 IB 수익은 2,589억 원으로 전년(1,111억 원)보다 133% 증가했다. 인수 주선 수수료는 전년 보다 72.1% 증가한 1,117억 원을 기록했다. 이를 바탕으로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연결기준 세전이익 6,332억 원을 나타냈다. 이는 전년 보다 25.4% 늘어난 수치다. 당기순이익도 전년 보다 31.8% 증가한 4,755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IPO, M&A, 대체투자 등 IB 환경이 얼어붙으며 올해 1분기 실적 전망은 어둡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은 그동안 꾸준히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ELS나 부동산 물량 등 유동성에 영향을 끼칠만한 것들을 선제적으로 관리해왔다”라면서 “코로나19가 종식되면 그동안 쉬었던 영업활동과 함께 동학개미운동으로 늘어난 신규 계좌를 위한 언택트(비대면) 마케팅을 활발히 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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