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세홍 사장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최선의 방안을 실천할 것” 발언 무색
- GS칼텍스, ‘바다 기름 유출’ ‘대기오염물질 허위 증명서 발행’ 등 전례
- 전라남도 동부지역본부 “폐수 3,000리터 유수된 것으로 추정”
- 여수시 “토양오염정밀조사 명령...일반적으로 일어나지 않는 사고”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이 친환경 경영 기조를 선포하기 전날, GS칼텍스 여수산단의 폐수탱크가 흘러넘쳐 폐수 3,000리터가 토양을 오염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허세홍 GS칼텍스 대표가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산업부-정유업계 CEO 간담회에 참석해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허세홍 GS칼텍스 대표가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산업부-정유업계 CEO 간담회에 참석해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라남도 동부지역본부 관계자는 6일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8일 여수산단의 GS칼텍스 폐수탱크의 수위감지기 결함으로 폐수 3,000리터가 토양으로 흘러내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부지역본부는 사고 당시 수위감지기의 메인보드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공장 폐수 유출 건이 흔한 문제는 아닌 데다가, 폐수탱크 아래 폐수가 흘러넘쳤을 때 1차로 유실된 폐수를 막는 콘크리트 벽이 없었다”며 “화학 물질의 경우에는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하지만 폐수의 경우에는 사업자가 선택적으로 설치할 수 있는데, GS칼텍스가 설치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여수시청 관계자도 “GS칼텍스에서 폐수탱크에서 사고가 났다는 신고를 접수해 현장 조사를 나갔다”며 “조사결과 폐수탱크에서 흘러넘친 폐수로 토양이 오염된 것으로 분석돼 GS칼텍스 측에 토양오염정밀조사를 명령했다”고 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폐수탱크에서 폐수가 흘러넘치는 건 일반적으로 일어나지 않는 사고”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강흥순 여수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수위감지기가 고장 난 것도 문제지만, 설비를 관리하고 현장을 감독할 GS칼텍스의 부실한 인력 운용 행태도 문제”라며 “이번 사고는 설비 문제이자, 인재”라고 강조했다. 수위감지기 등 설비 점검을 주기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어 강 사무처장은 “여수시가 GS칼텍스에 토양오염정밀조사를 명령했지만, 사실 현행 토양오염정밀조사 구조상 조사기관이 독립적으로 활동하기 어려운 까닭에 진실이 제대로 밝혀질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우려했다.

현행 토양오염정밀조사는 지자체의 명령을 받은 사업자가 외부 조사기관을 직접 선정해 조사 용역비를 지불하고 조사를 진행한다. 강 사무처장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사업자로부터 용역비를 받아 토양의 오염 여부를 살피는 조사기관이 사업자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은 지난달 9일 “에너지 효율화를 통해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최선의 방안을 실천할 것”이라며 ‘친환경 경영’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온실가스와 대기 오염물질을 줄여 ESG 역량 강화에 나선다는 복안이었다.

이날 GS칼텍스 측도 “그동안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대기오염 저감, 수자원 리스크 관리, 수질오염 저감, 유해물질 관리, 폐기물 관리, 토양오염 예방 등 환경오염물질 관리를 위해 노력해왔다”며 “GS칼텍스는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법적 수준 이상으로 수처리해 방류하고 있고, 폐수 일부를 추가로 재사용하는 등 전체 폐수 재활용률을 약 18% 수준으로 늘렸다”고 폐수 처리 프로세스를 자신한 바 있다.

GS칼텍스 여수공장 전경. (사진=GS칼텍스 제공)
GS칼텍스 여수공장 전경. (사진=GS칼텍스 제공)

한편, GS칼텍스가 환경 문제를 야기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5년 5월 18일 GS칼텍스의 전남 여수공장 중질유 분해공정에서 기름이 유출돼 바다로 유입된 바 있다.

또 지난해에는 GS칼텍스가 여수산단에서 대기오염물질을 축소하거나 실제로 측정하지 않고 허위로 성적 증명서를 발행한 것이 영산강환경관리청에 적발된 바 있다. 당시 허세홍 사장은 권오봉 여수시 시장을 만나 “30만 여수시민에게 머리 숙여 사과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폐수탱크 사고에 대해 GS칼텍스 측은 “여수공장 정기보수를 하는 가운데 폐수탱크 1기에서 폐수가 넘쳤다”며 “공장 외부 유출은 없었고, 해당 탱크 주변 토양에 유출돼 방제작업을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사고 즉시 유관기관에 신고했고, 여수시의 토양오염정밀조사 명령과 전남도의 개선계획 제출 요청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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