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경기 이천의 한 물류창고에서 38명의 사망자를 낳은 대형 화재 참사가 발생한지 일주일이 지난 가운데, 정부는 그간 하청업체뿐만 아니라 원청업체를 대상으로도 참사 책임 소재를 따져볼 계획이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6일 경기 이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합동분향소에서 엄수된 추도식에 참석한 한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6일 경기 이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합동분향소에서 엄수된 추도식에 참석한 한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7일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른바 ‘이천 참사’에 대해 “화재 대책이 현장에서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에 중점을 둬 사고 원인을 철저히 밝히고, 결과에 따라 책임자를 엄정 처벌하겠다”며 “관계 부처는 범정부 태스크포스를 중심으로 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현장 이행력이 담보되는 근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경기 이천의 한 물류창고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가 발생했다. 참사가 일어난지 일주일이 지나면서 정부는 이틀 연속 참사 책임자 처벌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전날인 6일에는 고용노동부가 사고 현장의 안전관리 실태를 정밀 점검하기 위해 원청 시공사를 대상으로 2주간 특별감독을 한다는 조치를 발표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는 원청이 화재 발생 우려가 있는 장소에서 통풍·환기를 제대로 했는지, 용접작업 중 불티가 튀는 걸 예방했는지, 화재 감시자를 배치했는지 등을 조사한다. 산업재해의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올해부터 시행됨에 따라 취해진 조치다. 정 총리가 언급한 ‘책임자 처벌’ 역시 고용노동부가 조사하는 원청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노동계 인사들이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 등을 촉구했다. (사진=뉴시스)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노동계 인사들이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 등을 촉구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사고 직후부터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만으로는 이천 참사와 같은 대형 산재를 막을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은 참사 다음 날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과정에서 산재 사망과 건설 불법하도급 산재 사망에 대한 하한형 처벌을 국회에 넘기기도 전에 삭제했다”며 개정안의 맹점을 지적했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사업주가 위험한 환경에서 작업이 이뤄진다는 사실을 알고도 안전 조치 의무를 위반해 노동자가 사망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사업주 처벌에 징역 하한형을 두지 않아 재판 과정에서 면책 사유 등으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반면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은 기업이 조직 문화, 안전 관리 시스템 미비 등으로 사업장 등 다중이용 시설에서 인명 피해를 발생시켰을 경우 법인·사업주·경영 책임자 등에 대해 처벌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故 노회찬 의원이 2017년 발의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에 따르면 기업 대표이사를 처벌 대상으로 명확히 하고, 사망 사고 시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이 때문에 노동계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제정해 ‘사망 사고’ 기업을 처벌해야 제2, 제3의 이천 참사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민주노총은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은 국회에서 단 한 번의 심의도 없었다”며 “더 이상 이런 죽음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법 제정을 통해 노동자의 죽음의 행진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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