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 선정 미뤄지자 KMI “방통위가 중기중앙회 봐주기” 의혹제기
황철증 통신정책국장 거액뇌물 혐의로 대기발령…선정작업 차일피일

 

(뉴스포스트)방송통신위원회의 제4 이동통신 적격심사가 미뤄지면서 올해 안에 사업자 선정을 마무리하겠다는 당초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알려진 것과는 달리 현대그룹이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주도의 인터넷스페이스타임(IST)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는 해석이 설득력 있게 거론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IST 컨소시엄은 방통위에 적격심사를 위한 사업계획서조차 제출하지 못할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아울러 방송위의 제4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작업에 특혜의혹이 제기되고 법정다툼으로 비화되면서 파행을 빚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멘토’로 불리는 방통위 최시중 위원장이 제4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작업 특혜의혹 논란의 중심에 서 있어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이외에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이동통신 사업을 할 수 없다는 위법성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동통신 시장에서 통신 3사가 독과점하는 구도에 제4의 통신 사업자를 참여시켜 통신요금을 획기적으로 인하하겠다는 정부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제4 이동통신 사업권 경쟁에 나선 업체는 한국모바일인터넷(KMI) 컨소시엄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주도하는 인터넷페이스타임(IST) 컨소시엄이다. KMI는 친박(친박근혜)계로 알려진 방석현 대표(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가 이끌고 있고, IST는 최시중 위원장의 친구인 양승택(전 정보통신부 장관) 대표가 맡고 있다.

제4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작업은 KMI(한국모바일인터넷)와 함께 경합을 벌이고 있는 IST 컨소시엄에 현대그룹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활기를 띠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그룹 참여가 불투명해져 IST 컨소시엄의 주주구성 작업이 차일피일 지연되고 있다.

IST 컨소시엄은 당초 중소기업 중심의 SPC(특수목적법인)와 현대그룹 등을 주요 주주로 구성, 늦어도 지난 9월 말까지는 사업권에 도전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대기업 주요 주주 구성이 지연되면서 사업권 신청도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제4 이동통신 사업권 경쟁에 나선 두 곳. KMI는 친박계로 알려진 방석현 대표(좌)가 이끌고 있고, IST는 최시중 위원장의 친구인 양승택 대표(우)가 맡고 있다.

 

 

 

 

 





현대그룹 참여 해프닝으로 끝나나?

현대그룹이 제4 이동통신 사업에 참여할 것이라고 중기협과 IST가 언론에 흘리면서 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3분 해온 이동통신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되며 관심을 모았다.

1조원 이상의 현금 동원력을 보유한 현대그룹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이 이동통신 사업권을 딸 경우 기존 통신3사와 요금 경쟁이 격화되는 등 파급효과가 커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현대아산·현대엘리베이터·현대증권 등을 거느린 재계 서열 20위권 그룹이다. 1990년대 고(故) 정주영 회장과 고(故) 정몽헌 회장의 지휘 아래 ‘걸리버’라는 브랜드를 내세워 휴대전화 제조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나로통신·온세통신 등에 지분 투자를 하면서 유력 통신회사를 만드는 계획도 추진했었다.

하지만 1990년대 말 외환위기로 그룹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통신 사업을 접어야 했다.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상선·현대엘리베이터·현대증권은 작년 2000억~5000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냈다. 하지만 이들은 경기침체 때 타격을 쉽게 받는 업종이어서 경기변동에도 안정적인 통신 사업을 추가하려는 의도로 해석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그룹의 IST 참여는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중기협이 제4 이동통신 사업권신청 허가를 두고 경쟁업체인 KMI보다 우위를 점하려고 언론공세에 나섰던 것에 불과한 꼴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KMI측은 “양승택 IST 컨소시엄 대표가 경쟁업체보다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 플레이를 했다”고 단정짓고 있다.

KMI측 관계자는 “아직 사업권 허가신청서를 방통위에 제출하지도 않은 IST와 중기협이 SPC 설립을 선언한 후 지난 9월16일까지 투자확인서를 제출받기로 했으나 참여기업의 지지부진으로 투자금액이 생각보다 저조하자 마치 현대그룹이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것처럼 언론을 동원해 여론몰이를 한 것”이라며 “이 같은 중기중앙회의 행위는 SPC 투자금 확보를 위한 노림수였다”고 맹렬히 비난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서 “중기중앙회는 사업신청서 제출 시기를 지난 8월 초에서 말로, 다시 9월 초에서 말로, 이번엔 10월 중으로 수 차례 번복 연기하며 시간 벌기를 하고 있다”며 “여기에 방통위는 먼저 사업신청서를 제출한 KMI에 대해 사업허가 신청의 적합여부를 알려줘야 하는 법규정까지 깨며 아직까지 통보를 해주지 않아 ‘방통위의 중기중앙회 봐주기’라는 의혹을 짙게 하고 있다”고 방통위까지 싸잡아 공격했다.

KMI, 방통위 “IST 봐주기 너무해”
두 차례 탈락의 고배를 마셨고 3번째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KMI는 방통위가 ‘자사는 비토’하고 ‘IST는 봐주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제4 이동통신 사업은 한두 달 만에 1조원대 투자금을 유치하고, 망설계와 사업계획서를 만들 수 있을 만큼 단순한 사업이 아니라고 KMI는 보고 있다. 그런데 중소기업중앙회가 7월초 태스크포스(TF)를 결성한지 한 달도 안 돼 전격적으로 사업 참여를 결정하는 등 초고속 행보를 보이는 데는 정치적 배경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양승택 대표가 한 달여 만에 사업계획을 완료하고 허가신청을 제출하겠다는 발언도 사전 특혜의혹을 증폭시킨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을 만나 제4 이동통신 참여를 권유했다는 소문도 특혜시비를 확대 재생산했다. 두 차례 사업허가 신청을 냈다가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KMI는 심사과정에서도 절차나 내용에서 공정하지 못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KMI와 IST 간의 갈등은 법정으로까지 번졌다. KMI가 중소기업중앙회와 함께 제4 이동통신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양승택 IST 대표와 전 KMI 임직원 2명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겸업 금지 및 영업비밀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KMI는 자사의 제4 이동통신 사업계획서 작성에 참여했던 양 대표 등 3명이 중기중앙회에 사업계획과 투자유치 계획에 대한 기밀을 유출할 것을 우려해 이같이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IST 양 대표 측은 “KMI나 공종렬(전 KMI 대표)과 고용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으며 관련 비용을 지불받은 적도 없다”면서 “다만 6월 말 KMI를 간접적으로 돕기 위한 대만 출장과 관련 80만원 상당의 비행기 표에 한해서 지원받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영업비밀 침해는 KMI 측이 향후 입증해야 할 사항”이라며 “KMI측 자료를 확보한 사실이 없으며 심사탈락으로 부정적 평가를 받은 KMI의 자료를 활용할 생각 자체가 없다”고 반박했다.

양 대표 쪽 관계자는 “양 전 장관은 탁월한 통신관련 지식과 전문성을 갖췄기 때문에 짧은 기간에 제4이통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데 아무런 무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중기, 제4이통 참여 ‘위법성 논란’
제4 이동통신 사업에 뛰어든 중소기업중앙회의 통신사업 참여에 대한 위법성 논란도 뜨겁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설립 근거법인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중기중앙회는 영리사업을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어, 수익을 내는 이동통신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설립근거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중기중앙회는 법령에 의해 정부예산으로 정부 일을 위탁 수행하는 준행정기관. 비영리기관인데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 영역의 이동통신 수익사업에 참여한다는 것은 중앙회 설립의 법적 근거인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앞으로 중기중앙회가 관련법을 무시한 위법성이 드러날 경우 방통위 제4이통사업자 허가신청 자격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는 ‘중앙회가 법령에 의해 중소기업청의 권한을 위탁 받은 기관으로, 영리행위의 금지, 정치관여행위의 금지, 특정 조합원 또는 회원의 이익만을 목적으로 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특정회원의 이익목적사업의 금지’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중앙회가 조합법상 이동통신사업과 같은 영리사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중앙회의 설립근거법인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에 대해 중기중앙회는 중소기업 경쟁력 발전을 위해 이동통신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 조합법에 이동통신 사업을 할 수 없다는 조항이 없고 수익사업에 대해서는 향후 정부가 승인 여부를 판단할 문제라는 것이다.

중기조합법 제106조 제1항에는 ‘설립목적을 이루는 데 필요한 수익 사업으로서 주무관청의 승인을 받은 사업’과 ‘제1항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필요하면 주무관청의 승인을 받아 다른 법인에 출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향후 중기중앙회의 수익사업의 범위에 이동통신 사업의 포함 여부가 위법성 여부를 가릴 핵심 사안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에서 중앙회의 업무 범위를 △조합·사업조합 및 연합회 조직과 사업지도 △정회원 권익 보호를 위한 사업 및 정부 건의 △중소기업에 대한 조사·연구 등만을 열거하고 있어, 이통사업이 설립목적에 부합하느냐의 여부는 미지수다.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에 도전장을 던진 KMI와 IST컨소시엄은 모두 기존 통신사보다 뛰어난 '가격 경쟁력'을 제4 이동통신의 강점으로 꼽고 있다. 사진은 스마트폰 업체의 PR장면.

이통 사업자 선정 차질 불가피
방송통신위원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4이통사 선정을 위한 기간통신 사업자 선정 및 주파수 할당 공고가 빨라야 10월 중순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라고 한다.

방통위는 KMI가 지난 8월 말 제4 이동통신 사업권을 신청하고 역시 IST 컨소시엄이 9월 중에 사업신청서를 제출키로 하자, 늦어도 9월까지는 제4 이통사 선정 공고안을 낼 계획이었다.

사업계획상 일정은 올해 말 사업자 선정이 완료되면 내년 말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으로 짜여져 있었다. 방통위가 올해까지 주파수 할당과 사업자 선정을 마무리하면 선정된 업체는 바로 통신망 구축을 시작해 내년 연말에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업을 추진 중인 IST가 사업권 신청을 하지 못하고 있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또 국정감사 기간과 맞물렸고 지난 9월 황철증 통신정책국장이 업체로부터 거액의 뇌물과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 당하고 대기발령 조치된 것도 사업자 선정작업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방통위는 확인국감이 끝나는 10월 중순 이후에나 정식으로 공고안을 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방통위는 공고기간을 한 달로 잡고 있어, 빨라야 11월 이후에나 기간통신 인허가 여부와 주파수 할당심사를 같이 병행하게 될 전망이다. 당초 정부는 올 연말까지 제4 이동통신 사업자를 선정하도록 일정을 잡았다.

현재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는 5100만명을 넘어 포화 상태를 보이고 있다. 매년 마케팅 비용만 5조~6조원을 쓰는 치열한 경쟁 시장이기도 하다. 기존 통신사들은 “후발 주자인 ‘제4 이동통신’이 버티기 힘들것”이라며 부정적 태도를 보이면서도 내심 긴장하고 있다.

정부가 제4 이동통신을 출범시켜 서비스 경쟁을 활성화하고 통신요금을 인하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과도한 통신비 부담에 시달리는 국민도 이를 바라고 있다.

KMI와 IST 등 두 컨소시엄 모두 기존 통신사보다 뛰어난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고 있다. 방석현 KMI 대표는 “앞으론 데이터 요금제가 중요하다”며 “2만8000원에 무선 인터넷을 무제한 쓸 수 있는 요금제를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양승택 IST 대표도 “1만원대 요금만 내면 월 100시간 이상 음성통화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저가 서비스에 대한 자신감은 제4 이동통신이 사용할 예정인 ‘와이브로(휴대 인터넷) 어드밴스트’라는 기술에 있다. 기존 와이브로 기술을 발전시킨 이 방식은 무선 데이터 통신 속도가 현재 가장 빠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4세대(4G) 통신 기술 LTE(Long Term Evolution)보다 속도가 2~3배 빠르다. 통신망 구축비용은 LTE보다 30~50% 정도 저렴하다. 다만 세계 각국이 차세대 통신망으로 LTE를 채택하고 있어 글로벌 로밍이 안 되고 인기 휴대폰을 조달하는 데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제4이통 ‘넘어야 할 산’ 많아
이렇듯 제4 이동통신이 안착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동통신 3위 LG유플러스가 시장에 진입해 첫 흑자를 내기까지 무려 10년이 걸린만큼 요금만 싸다고 할 수 있는 그런 단순한 사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이동통신시장은 SK텔레콤(2632만명)·KT(1625만명)·LG유플러스(921만명)가 3분하고 있다. 총 가입자가 우리나라 인구보다 많다. 이에 따라 신규 가입자는 드물고 서로 상대방 가입자를 뺏고 뺏기는 ‘제로섬 경쟁’을 하고 있다. SK텔레콤이 연간 3조원대 마케팅비를 쓰는 등 3사가 총 5조~6조원을 쏟아붓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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