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호윤 회계사 “기념품비를 장애인 직원에 지급? 회계적으로 틀렸다”
- 장애인단체 “중증 장애인 대신 기존 직원으로 채용률 높이는 꼼수”
- 수자원공사 “다들 그렇게 할 것” ‘아니다 지적에’ “다른 공기업은 어떻게 돼 있나?”
- “법률 기준보다 장애인 채용률 낮은 것 사실”...“장애 가진 사람들이 지원 안 해 ”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한국수자원공사가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이하 장애인고용법)에 따른 채용률을 높이기 위해 ‘기념품비’ 예산을 꼼수로 활용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박재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사진=뉴시스)
박재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사진=한국수자원공사 제공)

수자원공사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공시한 복리후생비 내역에 따르면, 수자원공사는 기념품비 예산을 장애인 직원과 보훈 직원에게 지급해오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기념품비 예산으로 △2015년 4,654만 9,000원 △2016년 4,458만 1,000원 △2017년 4,775만 2,000원 △2018년 4,273만 3,000원 △2019년 4,624만 7,000원 등을 장애인 직원과 보훈 직원에게 급여성으로 지급했다. 1인당 최고 지급 금액은 300만 원, 매년 600여 명 안팎의 직원이 기념품비에서 급여성 수당을 받았다.

이에 대해 최호윤 삼화회계법인 회계사는 “기념품비를 장애인 직원이나 보훈 직원에게 지급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회계적으로도 틀리다”며 “수자원공사가 잘못 지출한 기념품비가 매출액 대비 소액인 까닭에 회계감사에서 걸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회계감사는 회사 경영에 대한 지표를 회계법인이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들은 회사가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 경영 사정이 건전한지 등을 알게 된다. 회계감사를 하는 이런 특수한 목적과 제한된 감사 기간 때문에 전체 매출액의 1% 미만에 해당하는 소액에 대해선 제대로 감사가 이뤄지지 못한다는 맹점이 있다.

연 매출 3조 원 안팎인 수자원공사의 기념품비 예산은 연 매출액의 0.0015% 정도를 차지한다. 매출액 대비 소액이기 때문에 회계감사에서 잘못이 걸러지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수자원공사가 신규 장애인을 채용하지 않기 위해 꼼수를 쓴다”고 지적했다. (출처=알리오 공시)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한국수자원공사가 신규 장애인을 채용하지 않기 위해 꼼수를 쓴다”고 지적했다. (출처=알리오 공시)

하지만 수자원공사의 기념품비 예산 운영을 통해 나타나는 사회적 부작용은 적지 않다는 평가다. 수자원공사는 새롭게 장애인으로 등록하는 기존 직원에게 월급의 70%에 해당하는 금액을 ‘장애인 신규등록 격려금’ 명목으로 기념품비 예산으로 지급했다.

익명을 요구한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수자원공사가 중증 장애인과 신규 장애인을 채용하지 않고 기존 직원들에서 장애인 직원을 찾아내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을 채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알리오 공시는 수자원공사 내부 예산안과 다른 점이 있다”며 “다른 공기업은 알리오에 복리후생비나 기념품비를 어떻게 공시하고 있냐?”고 말했다.

앞서 본지 취재결과 알리오에 복리후생비를 공시하는 △인천항만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중부발전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공기업 가운데 복리후생비 항목의 기념품비를 장애인 직원과 보훈 직원에게 지급했다고 공시한 사례는 없었다.

한국중부발전과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3년 동안 기념품비 예산 사용 내역이 없었다. 코레일과 한국수력원자력은 퇴직자에게 기념품을 지급하는 등의 용도로 기념품비 예산을 사용하고 있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기념품비 예산을 이용해 신규 장애인을 채용하지 않고, 기존 직원 가운데 장애인을 등록해 의무고용 비율을 높이려고 한다는 지적은 오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자원공사가 장애인고용법에 따른 법률상 고용 기준보다 장애인 고용률이 낮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수자원공사에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르면 국가와 지자체,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 지방공기업 등은 전체 직원 가운데 3.4%를 장애인 직원으로 의무고용해야 한다. 기준 의무고용률에 미달하는 공공기관은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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