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시 코로나(Overseas COVID)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으로 전 세계가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난 11일 기준 국외 98국에 거주하던 재외국민 2만7253명은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생계나 각자의 사정으로 귀국하지 않고 남은 ‘동포’들이 있다. 이들은 코로나19를 어떻게 이겨나가고 있을까. 이들이 바라보는 K방역은 어떨까. <뉴스포스트>는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재외국민들의 코로나 생존기를 전하고자 한다.

[뉴스포스트=이해리, 김혜선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가장 심각하게 확산되고 있는 곳은 유럽, 그 중에서도 영국이다. 영국의 코로나19 확진자수는 18일 오전 9시 기준 24만3695명으로 전날대비 3534명이 추가로 늘어났다.

(사진=이민지씨 제공)
영국 런던 마트에서 장을 보기 위해 줄 선 시민들. 대부분 마스크를 하지 않고 있다. (사진=이민지씨 제공)

영국 런던에서 17년째 거주하고 있는 황지현(45·여)씨는 최소한의 외출만 허용하는 락다운(lockdown, 이동제한령)이 발동된 이후 6주째 집에 머무르고 있다. 영국은 지난 3월 24일 이후로 하루에 한 번 가벼운 걷기 정도의 외부 운동, 애견산책, 생필품 구매를 위한 쇼핑 정도의 외출을 제외하고 바깥 활동은 모두 금지하는 봉쇄 조치를 취해왔다.

전업주부 겸 번역일을 틈틈이 하고 있는 황씨는 1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에서 락다운을 시행하면서 집 구성원 전원이 재택근무를 하게 됐다. 아이들도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돼 집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런던 거주 7년차인 이민지(30·여, 가명)씨 역시 락다운 이후 3개월 째 집안에만 있다고 했다. 그는 “두 달째 봉쇄중인데, 주변에 학생들은 휴학을 하거나 자퇴한 사람이 많이 생겼다.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은 그나마 사정이 낫고 일시해고를 당한 이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최근에는 영국 정부에서 락다운 완화 단계를 발표하면서 조금 숨통이 트인 상황이다. 황씨는 “아직 완전히 락다운이 해제되지는 않았지만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특정 업종은 출근이 가능하다던가, 내달부터 1, 6학년 초등학교를 다시 열 예정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엔 전혀 나가지 않았다. 다음주 쯤 밖으로 나가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같은 완화 조치는 코로나19 상황이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을 경우만 시행될 예정이다. 영국 정부는 바이러스 감소세가 충분치 않으면 봉쇄조치가 다시 도입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만약 정부의 락다운 조치를 어길 경우 벌금이 상습 위반자에 대해서는 최대 3천200 파운드(약 483만원)까지 부과될 수 있다.

하지만 런던 시민들은 정부의 봉쇄 조치에 인내심이 극에 달했다는 게 황씨의 설명이다. 그는 “지난 주말에는 영국 런던에서 가장 큰 왕립공원인 하이드파크에서 코로나19 봉쇄조치를 항의하는 ‘락다운 반대집회’도 열렸다”고 설명했다. 이씨 역시 “긴 봉쇄로 사람들이 다 지쳐있다. 아마 6월 즈음이면 봉쇄령이 풀릴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방역에 대한 현지 평가는 어떨까. 황씨는 “얼마 전 채널4(Channel 4·영국 지상파 방송)에서 한국의 방역과 영국의 방역을 비교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약 1시간 분량의 자세한 내용으로 현지에서도 K방역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고 말했다. 이씨도 “코로나 확산 초기에 주변에서 한국의 대응에 대해 관심이 높고 여러 차례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은 거의 이야기를 안 한다”고 전했다.

다만 한국식 방역은 현실적으로 영국 방역에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황씨는 전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 접촉자의 동선이 추적·공개되지만, 이런 부분은 개인 프라이버시 문제와 직결돼 논란이 된다”고 말했다.

한국으로 귀국할 생각이 있으냐고 물으니 “한국으로 돌아가면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돼서 회사 업무를 할 수가 없다”고 답했다.

또 황씨는 “영국 정부에 기대하지 않고 본인 판단에 의해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고 토로했다. 그동안 영국 정부는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다’며 대중의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지 않다가 지난 11일이 돼서야 ‘얼굴가리개’ 사용을 권고한 바 있다. 그는 “코로나19가 한창 확산되던 3월에는 마스크 한 장 당 2~3만 원을 호가했다. 어서 확산세가 줄어들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씨도 “마스크 쓰는 사람들이 많이 늘긴했지만 아직 50퍼센트도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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