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최근 일본 언론에서 우리나라가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선거에 도전하려고 한다면서 “일본에서 사무총장을 배출하자”는 뜬금없는 주장이 나왔다. 정작 보건 당국은 WHO 사무총장 선거와 관련해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19일 보건복지부 국제협력담당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WHO 사무총장 선거와 관련해 진행되고 있는 이야기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만약 누군가 선거에 나간다면 복지부 뿐 아니라 외교부 등 다른 정부부처가 다같이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사진=뉴시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사진=뉴시스)

‘한국이 WHO 사무총장 후보자를 내려고 한다’는 주장은 지난 18일 일본 보수 언론인 산케이(産經) 신문의 사설에서 나왔다. 신문은 최근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이 정치색 문제로 사퇴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일본이 사무총장을 내는 것도 유력한 선택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이미 차기 사무총장 선거에 한국이 ‘코로나19 대책에서 세계적인 평가를 얻었다’며 후보자를 내려는 움직임이 전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즉시 (일본) 총리관저에 사령부를 설치해 정부가 한덩어리가 돼 G7 각국 등의 지지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WHO의 수장에 다시 동아시아 출신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한 국제통상 전문가는 “국제기구 특성상 WHO의 수장은 대륙별로 돌아가면서 대표를 맡기 때문에, 故 이종욱 박사가 지난 2003년 제6대 WHO사무총장으로 취임한 전적이 있는 한국이 또다시 WHO 수장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이 느닷없이 ‘일본인 WHO 사무총장 출마’를 들고 나온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적으로 K방역이 주목을 받자 이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을 WHO 차기 사무총장으로 추대하자는 국내 여론도 함께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거브러여수스 총장의 임기는 오는 2022년까지지만, 최근 미국은 거브러여수스 총장이 ‘친중국적’이라면서 사실상 사퇴압박을 넣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8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거브러여수스 총장에 보내는 서한을 공개하고 “ WHO가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발병 관련 보도를 무시했다”면서 “WHO는 중국으로부터 독립돼있다는 점을 입증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WHO가 ‘실질적 개선’을 이루지 않으면 한달 내로 WHO 자금지원을 영구 중단하고 탈퇴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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