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시 코로나] 뉴욕 코로나가 불러온 장유유서
[오버시 코로나] 뉴욕 코로나가 불러온 장유유서
  • 김혜선 기자
  • 승인 2020.05.26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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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시 코로나(Overseas COVID)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으로 전 세계가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난 11일 기준 국외 98국에 거주하던 재외국민 2만7253명은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생계나 각자의 사정으로 귀국하지 않고 남은 ‘동포’들이 있다. 이들은 코로나19를 어떻게 이겨나가고 있을까. 이들이 바라보는 K방역은 어떨까. <뉴스포스트>는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재외국민들의 코로나 생존기를 전하고자 한다.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전 세계적에서 가장 많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는 미국 뉴욕은 거의 매일같이 거리에 앰뷸런스 소리가 울린다. 수많은 인파로 북적이던 거리는 기이할 만큼 텅 비었고 동양인들은 혹시라도 인종차별을 당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산다.

텅 비어있는 뉴욕의 거리. (사진=박미애씨 제공)
텅 비어있는 뉴욕의 맨하튼 웨스트 48 스트리트(W. 48th St.) / 사진=박미애씨 제공

지난 24일 미국 뉴욕에 20년째 거주하고 있는 박미애씨가 묘사한 풍경이다. 화장품 관련 회사에서 제품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박씨는 “최근 날씨가 따뜻해지고 메모리얼 위켄드(Memorial Weekend, 미국의 현충일에 해당하는 공휴일)가 겹치면서 많은 사람들이 외출할 것 같다. 확진자가 다시 늘어날까 불안하다”고 전했다.

박씨는 “뉴욕은 90% 이상의 사람들이 외출시 마스크나 스카프를 사용한다”며 “슈퍼마켓에서는 방역을 위해 일회용 장갑이 구비돼 있다. 슈퍼 안에도 적은 인원만 들어가 쇼핑할 수 있어서 밖에는 항상 일정 간격으로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고 묘사했다.

특히 생필품 구매 시에는 ‘장유유서(長幼有序·어른과 어린이 사이에는 차례가 있음)’를 목격하기도 한다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그는 “마켓에선 가게를 열고 30분 동안은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만 먼저 쇼핑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고 말했다. 또 박씨는 “5월 말 현재 뉴욕 상황은 확진자 1,000명 이하 사망자 50명 이하지만 매일 구급차 소리를 가까이에서 들리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위독한 상태란 것을 짐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람이 거의 없는 뉴욕의 지하철. (사진=박미애씨 제공)
사람이 거의 없는 뉴욕의 지하철. (사진=박미애씨 제공)

박씨의 또 다른 걱정은 ‘인종차별’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아시아인 혐오범죄가 증가세다. 최근 백악관의 청원사이트 ‘위 더 피플(petitions.whitehouse.gov)’에서는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혐오 범죄가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는 호소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박씨는 “동양 친구들과 화상 채팅을 하거나 전화로 안부를 물을 때 ‘인종차별을 당할까 봐 밖에 나가기 꺼려진다’는 이야기를 항상 하곤 한다”면서 “동양 친구 두명은 맨하탄 백화점 근처에서 황당한 일을 당했다. 흑인 남성과 살짝 스쳤다는 이유로 욕설과 폭언을 들으며 따라와 백화점으로 피신해 경비원(security guard) 도움으로 상황을 모면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뉴욕 거리마다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텅 비어있다. (사진=박미애씨 제공)
뉴욕 거리마다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텅 비어있다. (사진=박미애씨 제공)

경제적인 어려움도 있다. 지난 3개월 간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박씨는 “몇몇 친구들은 연봉이 2~30%가 삭감되기도 했다”며 “그래도 ‘직장이 있는 것 만으로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쉰다. 또 다른 친구는 아예 무급휴직인 상태”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물가도 천정부지로 올랐다고 박씨는 설명했다. 그는 “손 세정제 마스크는 구할 수가 없거나 아님 터무니없이 비싸서 사는 걸 포기 했다”고 말했다.

박씨의 낙은 일주일에 한번 정도 인터넷을 통해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다. 그는 “그룹 챗으로 친구들과 일주일에 한번 정도 인터넷 상에서 만나 술을 마신다”며 “우리는 이 시간을 ‘온라인 해피 아워(online happy hour)’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미국 역시 코로나19로 수고하는 의료진을 위해 저녁 7시부터 1분간 환호와 박수를 보내는 ‘코로나 타임’이 있다고 한다.

박씨는 “한국의 의료수준과 의료 보험 시스템은 세계 어느 곳 보다 수준이 뛰어난 것 같아 매우 자랑스럽고 뿌듯하다”고 전했다. 그는 “현지 친구들은 코로나19 이후 미국 의료시스템이 얼마나 엉망이지 느꼈다고 말한다”면서 “현지인들은 의료보험이 있어도 코로나19에 걸리면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들 한다. 저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급차만 타도 천불이 훌쩍 넘고 보험처리도 안된다고 하니, 한국 친구들은 의료보험 시스템 때문에 한국으로 들어가야 한다면 진심 어린 농담을 한다”고 말했다.

뉴욕 거리마다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텅 비어있다. (사진=박미애씨 제공)
뉴욕 거리마다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텅 비어있다. (사진=박미애씨 제공)

이어 “아직은 직장이 있고 많은 친구들이 있고 20년 동안 뉴욕에 살고 있는데 모든 걸 정리하고 돌아가기엔 쉽지 않아 버티고 있다. 한국은 코로나19 대처를 잘하고 있고 건강하고 성숙한 시민의식은 어느 나라 못지않은 명품인 것 같아 한국 사람으로 뿌듯하고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

한편, 26일 오전 9시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66만2250명이다. 사망자 수는 9만8218명이다. 전날 대비 확진자 수 증가는 2만1278명, 사망자 수 증가는 539명이다.

김혜선 기자 hyeseonkim9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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