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국민 유도 스타였던 왕기춘 전 유도선수가 미성년자 제자 성폭행 혐의로 구속되면서 또 한번 체육계 성폭력 문제가 불거졌다. 지난해 촉발된 체육계 미투로 스포츠계 내부에서는 성폭력을 뿌리뽑겠다고 했지만 현실은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왕기춘 전 유도선수. (사진=뉴시스)
왕기춘 전 유도선수. (사진=뉴시스)

26일 이날 오후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 관련 미래통합당 특별조사위원회 김은희 위원은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전직 유도선수 왕기춘의 성범죄 혐의로 불거진 체육계 성폭력 사태와 관련해 “인권과 성인지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현직 테니스 코치이기도 한 김 위원은 과거 체육계 성폭력 실태를 고발한 장본인이다.

앞서 대구지방검찰청 여성·아동범죄수사부는 지난 21일 미성년 제자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왕기춘을 구속기소한 바 있다. 왕기춘은 2017년 2월 자신이 운영하던 체육관에 다니는 17세 A양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또 다른 제자 16세 B양과 10차례에 걸쳐 성관계한 혐의도 있다. 지난해 2월에는 B양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왕기춘 사건과 같은 체육계 성폭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1월 조재범 전 쇼트트랙 코치의 성폭력 범죄가 알려진 이후 유도계에서도 코치에게 수년간 성폭력 범죄를 당했다는 제자의 폭로가 나와 충격을 줬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체육계를 대상으로 성폭력 전수조사를 진행했고, 대한체육회는 성폭력 사태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왕기춘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체육계 내부의 성폭력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체육계 내부에서 성폭력 문제가 끊이지 않는 원인에 대해 김 위원은 “스포츠계 성폭력 문제도 권력형 성범죄다. 권력과 권위 등 위력을 행사해 피해자에게 지위의 우월함을 과시해 발생하는 범죄”라며 “권위주의적인 안일함과 오만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엄벌, 뗄 수 없는 두 가지

끝나지 않은 체육계 성폭력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올해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폭행·성폭력 체육지도자 장려금 환수법’만으로는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은 “범죄 발생 시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하고, 처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아울러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은 “피해자들은 피해 이전의 삶으로 원상 복구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2차 피해 방지는 물론 피해자의 치유, 회복, 일상생활 복귀를 위해 세심한 관심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피해자 보호와 지원, 가해자에 대한 엄벌. 이 두 가지를 통해 침묵하는 피해자들이 없도록 하는 게 (체육계 성폭력) 근절을 위한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왕기춘은 2007년과 2009년 세계선수권 금메달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은메달을 거머쥐면서 일약 국민 스포츠 스타로 발돋움했지만, 실력과 비교되는 사생활 문제로 꾸준히 구설에 올랐다. 2009년 경기 용인의 나이트클럽에서 20대 여성의 뺨을 때린 혐의로 입건됐고, 2013년 육군훈련소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해 영창에 다녀오기도 했다.

자신이 저지른 사회적 물의에 대해 반성한다고 입장을 남긴 왕기춘은 은퇴 후 대구에서 유도관을 열고 생활체육 지도자와 유튜버 등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제자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면서 그는 대한유도회로부터 영구제명을 당했다. 또 단급을 삭제하는 삭단 조치도 이뤄졌다. 이로써 그는 선수 및 지도자로 활동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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