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1차 수요집회...인근에선 보수단체 맞불
‘조중동폐간’ 팻말...곳곳에서 언론보도 성토
정의연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비난 멈춰달라”
“본질 훼손하면 안 돼...수요집회는 계속된다”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할머님들은 30년 동안 밤낮으로 눈이 오고 비가 쏟아져 내려도 굳건하게 바위처럼 이 자리를 지켜오셨습니다. 할머님들이 이 자리에서 일본 대사관을 향해 목소리를 외치고, 절규해도 들어주지 않던 언론들이 지금 누구보다 할머님들을...언론은 할머님들의 목소리를 함부로 재단하지 마십시오”

27일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 대사관 앞에서 제1,441차 수요집회가 열렸다. (사진=이별님 기자)
27일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 대사관 앞에서 제1,441차 수요집회가 열렸다. (사진=이별님 기자)

27일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41차 수요집회에서 이나영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 이사장은 “정의연의 지난 한주는 고통과 좌절, 절망과 슬픔의 시간이었다”며 “지난 20일 오후 5시부터 정의연 사무실과 전쟁여성박물관에서 검찰은 12시간 동안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21일 오전에는 몸이 편치 않으신 길원옥 할머니가 계신 쉼터까지 들이닥쳤다”며 울먹였다.

이어 “압수수색 종료 이틀 후 지난 23일 검찰 출석 통보를 받고 26일 검찰의 첫 번째 면담 조사를 진행했다”며 “외부 회계 검증 절차 진행하며 감사 자료를 준비하는 중이었다. 공익성과 전문성·투명성 확보를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누누이 약속한 이후인 데다 쉼터 자료를 제출하기로 검찰과 합의한 터라 충격과 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달 7일 진행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선생의 1차 기자회견 이후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의 후원금 사적 유용과 정의연의 회계부실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의 조사 시작과 함께 언론의 보도가 겹쳐지면서 정의연과 윤 당선인에 대한 여론이 급격하게 악화했다. 이 선생의 2차 기자회견 역시 여론 악화에 불을 지폈다.

27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41차 수요집회에서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27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41차 수요집회에서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이 때문에 제1,441차 수요집회는 어느 때보다도 소란스러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수요집회 장소 인근에는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 소녀상 철거와 ▲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 해체 ▲ 윤 당선인 사퇴 ▲ 수요집회 중단 등을 주장하는 맞불 집회 두 군데가 열렸다. 사안이 중대한 만큼 언론사들의 취재 경쟁 역시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다.

하지만 이 이사장은 이 선생에 대한 비난과 공격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마음이 아프고, 진심으로 송구하게 생각한다. 그 깊은 고통과 울분, 서운함의 뿌리를 우리 모두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30년 투쟁에도 피해자들의 고통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문제 해결이 지연된 근본 원인을 재점검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선생에 대한) 비난과 공격은 운동의 의미와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니 제발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추측성 언론 보도 즉각 멈춰야”

이날 집회에 참석한 이들은 ‘일본 정부의 사죄 촉구’와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 등 기존의 수요집회가 촉구했던 주장이 아니라 ‘언론개혁’과 ‘조중동 폐간’ 등 언론 비판의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기도 했다. 각종 의혹이 언론 보도를 통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황이 연일 이어지면서 수요집회는 이른바 ‘기레기’를 성토하는 장이 된 것이다.

27일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41차 수요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언론 보도를 성토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27일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41차 수요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언론 보도를 성토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이 이사장 역시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강하게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단독이라는 이름하에 왜곡 짜깁기 편파 보도가 쏟아지고 SNS에는 각종 막말과 가짜뉴스가 넘치는 등 아물 길 없는 상처 내기에 급급하다”며 “검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부디 억측과 섣부른 판단은 자제해달라”고 호소했다.

집회에 참석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 대학생 연합동아리 평화나비 김민지 서울 대표는 언론 보도를 성토하는 과정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할머님들은 30년 동안 밤낮으로 눈이고 오고 비가 쏟아져도 굳건하게 바위처럼 자리를 지켜오셨다. 할머님들이 이 자리에서 일본 대사관을 향해 외치고, 절규해도 들어주지 않고 실어주지 않던 언론들은 할머님들의 목소리를 함부로 재단하고, 평가하지 말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특히 일부 언론이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표현으로 정의연 등을 공격하는 것에 대해 “당신들이 기사에 말하는 ‘피해자 중심주의’는 가해자들이 인용하라고 하는 말이 아니다. 피해자들의 말을 들으라고 하는 요구에서 나온 언어임을 명시해주길 바란다”며 “할머님들은 당신들의 말처럼 단순한 피해자에 멈춰있는 분들이 아니라 엄연한 인권활동가이고, 누구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선 분들이다.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말을 오용하지 말라”고 외쳤다.

언론을 규탄하는 목소리는 집회가 끝난 이후에도 지속됐다. 일부 참가자들은 정의연 관련 의혹들을 보도하는 보수 성향의 언론사와 방송사의 이름을 언급하면서 “폐간하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각종 의혹이 언론을 통해 쏟아짐에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30년 동안 걸어온 길을 멈출 수 없다는 입장이 이번 수요집회에서 재확인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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