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응선 논설고문
강응선 논설고문

[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강응선] 경영학 용어에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라는 게 있다. 국어사전에 의하면 ‘경영 대리인이 주인의 기대를 저버릴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는 문제’라고 적혀 있다. 즉 기업의 대리인인 경영자(우리가 흔히 부르는 사장, 전무 등 임원진을 말함)는 자신의 이익과 명예를 지키기 위해 불법·부당한 정보를 은폐하거나, 수익성이 낮은 사업에 투자해 큰 손해를 발생케 하는 등 기업의 주인인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기 쉽다는 얘기다.

대리인 문제는 자본주의 체제를 운용하고 있는 모든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기에 그에 대한 예방과 재발 방지를 위해 통제장치가 매우 발달돼 있다. 예컨대 경영진의 독단적 의사결정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이사회 의결을 꼭 거치도록 하게 하거나 각종 수입과 비용에 관한 자금거래에 대해서는 회계원칙에 따라 기재하도록 함은 물론이거니와 이를 다시 외부의 회계감사를 받도록 하는 것들이 대리인 문제를 방지하고자 하는 대표적인 통제장치에 속한다. 그만큼 남의 돈을 관리하는 사람은 스스로가 엄중해야 한다는 것이며, 그러기에 민법에서도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다 해야 한다고 명문화하고 있는 것이다. 대리인 문제가 발생하면 주로 횡령과 배임이라는 불법행위로 이어진다.

이제 이 문제를 최근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윤미향 전 정의연(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의 경우에 대입해서 생각해 보자. 21대 국회의원이 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 5월 29일에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본인에게 제기된 몇 가지 의혹에 대해 나름 해명을 한다고는 했으나 일반 국민들이 납득하기엔 너무 주관적이고 해명자료도 뒷받침되지 않는 그저 형식적인 수준에 불과했다. 아무리 시민단체라는 조직의 성격상, 또한 이제껏 관행상 그랬다고는 하나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아 목적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하나의 조직으로선 너무도 엉성하고 자의적인 경영을 해 왔기 때문에 여러 의혹들이 제기된 것이다. 만약 윤미향 전 이사장의 행적이 기업 경영인의 경우였다면 곧바로 횡령이나 배임으로 이어질 수 있는 대리인 문제를 유발한 셈이다.

여러 의혹 중에서도 사업후원금이나 장례비 등 외부 모금액(즉 기부금)을 개인계좌로 받아들인 것에 대해서는 사후에 법인계좌로 이체했느니 하는 식의 해명을 하더라도 이치에 안 맞는 명백한 대리인 문제다. 시민단체의 생명인 ‘투명성’을 위반한 행위이기도 하다. 경영인의 경우라면 사실상 ‘횡령’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아마 이런 식의 운영 행태는 비단 정의연만의 문제가 아니고 이제껏 적지 않은 시민단체들이 일상적으로 행해 왔으리라 짐작된다. 흔히 목적이 좋다고 해서 수단마저 무시될 수 없다고 말하듯이, 각종 공익적인 목적사업을 하고 있다고 해서 투명한 자금관리(회계)라는 기본적인 수단을 무시해서야 올바른 시민단체라고 결코 말할 수 없다. 종국엔 검찰 등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지겠지만 윤 전 이사장은 기자회견에서 최소한의 자료라도 증빙하는 성의를 보였어야 했다.

또한 안성쉼터를 시세보다 비싸게 사서 그것을 갑자기 싸게 팔았다는 의혹도 객관적인 자료 등으로 해명이 되지 않는다면 바로 ‘배임’ 행위에 해당하는 또 다른 대리인 문제가 된다.

시민단체의 주인은 국민이다. 기부금으로 시민단체의 목적사업에 지지를 보내는 국민은 기업의 주주와 같으며, 세금을 통해 무언의 지지를 보내는 국민 또한 ‘마음의 주주’이기에 어떤 시민단체라도 운영진과 조직원들이 ‘선량한 관리자’ 라는 기본적 책무를 잊고 살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이번 윤미향 사태는 말해주고 있다.

<프로필>

▲ 서울상대 졸업

▲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경제학 석사

▲ 미국 하와이대 경제학 박사

▲ 제 16회 행정고시

▲ 경제기획원  정책조정국 조정 4과장

▲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실장MBN 해설위원

▲ 시장경제연구원장

▲ 고려대 초빙교수

▲ 서울사이버대 부총장

▲ 가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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