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21대 국회 원구성 협상을 두고 여야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가장 첨예한 부분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누가 맡느냐는것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내놓지 않으면 모든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쓸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제1야당 미래통합당은 마땅한 저지 방안이 없어 골머리를 앓는 모양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진=김혜선 기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진=김혜선 기자)

8일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당에서) 법사위를 빼앗아라도 가겠다면서, 이에 동의하면 민주당 11대 통합당 7로 상임위를 나눠줄 수 있지만 동의하지 않으면 법사위를 포함해 18개 모두 가져가겠다는 위협만 있었다”고 밝혔다.

민주당과 통합당 원내지도부는 전날부터 원구성 협상에서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법사위원장은 국회 관례상 제1야당이 위원장을 맡아 왔지만, 이번에 민주당에서는 ‘일하는 국회’를 강조하며 법사위원장 자리를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야가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혈투’를 벌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법사위에서는 체계·자구 심사를 통해 각 상임위에서 의결한 법안이 기존 법과 충돌하지 않는지 등을 들여다보는데, 이 단계에서 법사위 통과를 하지 못하면 본회의 표결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법사위에서는 정치적 쟁점이 되는 법안들이 발목 잡혀 통과하지 못하거나 대폭 수정되는 일이 종종 벌어졌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 권한을 남용하고 상원처럼 군림해온 게 국회가 지킬 전통은 아니다. 시급히 없애야 할 폐습”이라고 말했다.

통합당은 최소한의 견제를 위해서라도 법사위 위원장을 양보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의석수 177석의 ‘슈퍼 여당’을 제어할 묘수가 없는 상황.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전과 달리 절대적 다수 의원을 갖고 있어 협상할 필요조차 없다는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하는 상황”이라며 “합의 안하면 몽땅 다 가져가겠다는 것은 입법 독재, 국회 독재의 선전포고”라고 지적했다.

법사위, 여당은 “없애자” 야당은 “바꾸자”

민주당은 더 나아가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제거하고 해당 기능을 국회의장 직속 기구에 일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법사위에서 체계·자구 심사라는 명목으로 많은 법안의 발목이 잡혔으니, 외부 기구에서 법 체계 검토를 맡겨 정치 쟁점화할 수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통합당은 국회의원의 법안 심사권을 침해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또 법사위 심사가 사라지면 이익집단의 압력으로 각 상임위의 ‘청부 법안’이 그대로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주 원내대표는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이 없어지면 각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 바로 본회의로 가게 된다”면서 “법제처 심의를 거치지 않으면 청부입법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통합당은 법사위의 문제점에는 동의하면서도, 법사위를 없애는 것보다는 기능을 분리시키자고 제안한다. 주 원내대표는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가 문제가 되는데, 법사위가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고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법사위를 법제위와 사법위 등 2개로 쪼개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사법위원회에서 올라온 법안도 다 관장하기 버거운데, 나머지 상임위에서 온 법안들을 7명의 위원들이 확인하려면 (심사 기능이) 부실해진다”면서 “법제도 예결특위처럼 4-50명으로 특위를 구성해서 7명이 2200건 이상을 부실하게 보는 것을 바꾸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여야는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로 원구성을 위한 상임위원회 별 위원 정수 조정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상임위원회 배정명단 제출보다 상임위별 위원 정수를 먼저 정하라는 통합당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 특위는 11명으로 구성하고 민주당 6인, 통합당 4인, 비교섭단체 1인으로 배분됐다. 비교섭단체몫 위원은 국회의장이 추천하기로 했다. 정수 규정 특위는 정수 규칙 개정안을 오는 10일 처리할 방침이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