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북한이 9일 정오부터 남북정상 간 ‘핫라인’은 물론 모든 남북한 사이의 통신연락선을 차단하고 대남관계를 ‘대적사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북전단을 두고 강경 담화를 발표한 지 닷새만이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8일 개최한 대남사업 부서들의 ‘사업총화회의’에서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남북통신을 완전 차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9일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사진은 김여정 제1부부장이 2019년 3월 2일 베트남 호찌민의 묘소 헌화식에 참석한 모습. (사진=AP/뉴시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8일 개최한 대남사업 부서들의 ‘사업총화회의’에서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남북통신을 완전 차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9일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사진은 김여정 제1부부장이 2019년 3월 2일 베트남 호찌민의 묘소 헌화식에 참석한 모습. (사진=AP/뉴시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6월 9일 12시부터 북남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유지해 오던 북남 당국 사이의 통신연락선, 북남 군부 사이의 동서해통신연락선, 북남통신시험연락선,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와 청와대 사이의 직통통신연락선을 완전 차단·폐기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통신 단절 조치는 지난 8일 김 제1부부장과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의 지시로 이뤄졌다고 통신은 전했다. 실제로 개성에 설치된 남북연락사무소는 1년 9개월 만에 불통 사태를 맞았다. 통일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예정대로 북한과 통화 연결을 시도했으나 현재 북측이 받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북한은 오후 공동연락사무소 마감 통화에는 응답했으나, 9일 현재 연락사무소는 또다시 북한이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남측을 향해서는 김여정 제1부부장과 김영철 부위원장이 ‘쓰레기’, ‘배신자들’ 이라는 등 강경 발언이 쏟아졌다. 이들은 대남사업 부서들의 ‘사업총화회의’에서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배신자들과 쓰레기들이 저지른 죄값을 정확히 계산하기 위한 단계별 대적사업계획들을 심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남북간 통신을 ‘완전 차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

통신 차단 후 추가 조치가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통신은 “남조선 당국과 더이상 마주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남조선 것들과의 일체 접촉공간을 완전격폐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없애버리기로 결심한 첫 단계 행동”이라고 전했다.

앞서 김여정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담화를 발표하고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삐라 살포 등 모든 적대행위를 금지하기로 한 판문점 선언과 군사합의서 조항을 모른다고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지난달 31일 이뤄진 한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콕’ 집어 비난한 바 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남조선 당국이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한다면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북남(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 마나 한 북남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단단히 각오는 해둬야 할 것”이라면서 “6·15(남북공동선언) 20돌을 맞는 마당에 이런 행위가 ‘개인의 자유’, ‘표현의 자유’로 방치된다면 남조선은 머지않아 최악의 국면까지 내다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통일부는 8일 정례브리핑에서 “대북전단 살포, 대북 페트병 살포 등은 4·27 판문점 선언에 위배되는 것으로 중단돼야 한다”며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자제를 요청했다.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를 막을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는 법률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하지만 탈북자 단체에서는 대북전단 살포가 ‘인권운동’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탈북자 출신인 지성호 미래통합당 의원은 “대북전단 배포는 북한 주민의 알 권리를 확보하는 인권 문제”라고 지적했다. 탈북자 단체 역시 8일 공동 성명을 내고 “북한 주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한 어떤 대책도 내어놓지 못한 채, 부조건 대북 전단을 금지해야 된다는 논리는 북한 세습 정권의 비위만 맞추겠다는 행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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