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호인단 “범죄혐의 소명되지 않았고, 구속 필요성도 없다는 취지”
- 외신 “3년 간 회사 거의 마비…구속영장 기각, 이 부회장의 승리”

[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주요 외신은 이와 관련 ‘이 부회장의 승리‘라며 삼성전자의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됐다고 분석했다.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9일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등 3명의 자본시장법(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 위반 등의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원 부장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다”면서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했다고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불구속 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 소명이 부족하다”며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검찰은 “본 사안의 중대성, 지금까지 확보된 증거자료 등에 비춰 법원의 기각 결정을 아쉽게 받아들인다”며 “다만, 영장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향후 수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사건과 관련해 이 부회장에게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시세조종,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지난 4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후 지난 8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됐다.

주요 외신 “이 부회장의 승리”

주요 외신은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과 관련 삼성전자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3년간 이 부회장의 법적 문제로 회사는 거의 마비 상태에 놓인 것이나 다름 없었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헤쳐 나가야 하는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에게는 사법 리스크가 연장돼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장세진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에 따르면 이번 사건처럼 검찰의 공세가 수년간 이어진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삼성은 회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기 위한 전향적 변화 노력도 추진해 왔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법원의 이번 결정은 이재용 부회장의 승리”라며 “이 부회장 부재 시에는 M&A 또는 전략적 투자 등 중요 의사결정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이 부회장에 대한 사법 리스크는 여전히 삼성에 큰 우려로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은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이 부회장은 5월 이례적으로 과거 문제에 대해 직접 사과하고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는 뜻을 직접 밝혔다”고 덧붙였다.

(사진=뉴스포스트DB)
(사진=뉴스포스트DB)

삼성 “범죄혐의 소명 부족”

삼성그룹은 법원의 불구속 결정으로 한숨 돌린 모습이다.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한 차례 큰 고비를 넘긴 이 부회장은 최근 이어온 ‘뉴 삼성’으로의 공격적 투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판단에 대해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법원의 기각사유는 ‘기본적 사실관계 외에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등 범죄혐의가 소명되지 않았고, 구속 필요성도 없다’는 취지”라며 “향후 검찰 수사 심의 절차에서 엄정한 심의를 거쳐 수사 계속과 기소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삼성 계열사에서도 법원의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삼성 계열사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3년 전 총수 부재 사태를 겪으며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만큼 이 부회장이 구속되더라도 그룹에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분위기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총수가 구속되면 컨트롤 타워의 활동이 위축돼 계열사 간 부서 이기주의가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미래 먹거리용 대규모 투자를 위해서는 신속한 의사 결정과 계열사 간 협업이 필요한데 이러한 시너지 창출이 어려워 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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