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요즘 어르신들이 돋보기 맞추러 많이들 오시죠. 재난지원금 처음 풀렸던 주에 ‘재난지원금 되느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정말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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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시내 한 안경점에서 구매한 안경. 기자도 재난지원금 1순위 구매 품목은 안경이었다. (사진=뉴스포스트)

10일 서울 송파구 시내 한 안경점 사장 김모 씨는 ‘재난지원금 사용하시는 분이 많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김 씨는 “첫 주에는 안경을 사셨다가 카드 취소하고 재난지원금으로 다시 사시는 분도 있었다”며 “아마 벼르다가 용돈이 생기니 많이들 안경을 맞추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가 신용·체크카드 충전금 형태로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은 외식과 장보기 등에 가장 많이 쓰였지만, 정작 매출액이 폭증한 업종은 ‘안경’이었다.

이날 행정안전부는 8개 카드사(KB국민, 농협, 롯데, 비씨, 삼성, 신한, 하나, 현대)를 통해 지급한 재난지원금 사용 현황을 분석해 발표했다. 재난지원금 사용 기간은 지난달 11일부터 31일까지를 기준으로 했다.

재난지원금을 받은 시민들은 대부분 외식·장보기 등 생활을 위한 지출을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액이 가장 큰 업종은 ‘음식점’으로 총 1조 4042억 원이 사용돼 전체 매출의 34.8%를 차지했다. 마트와 식료품 업종에서도 1조 3772억 원이 사용돼 총 매출의 24.2%를 차지해 뒤를 이었다. 병원과 약국 매출은 5904억 원(10.4%), 주유는 3049억 원(5.4%), 의류·잡화는 3003억 원(5.3%) 순으로 많이 사용됐다.

하지만 매출액 증가율로 보면 순위는 완전히 뒤바뀐다. 지난 5월 첫째 주 대비 5월 마지막 주의 매출액 증가율 1위는 ‘안경’으로, 3주 만에 66.2%가 폭증했다. 비교적 구매 순위에서 뒤로 밀렸던 안경을 재난지원금으로 구매한 것. 다음으로는 병원·약국의 매출액이 63.8%가 늘어 뒤를 이었다. 학원(37.9%), 서점(34.9%), 헬스‧이미용(29.4%) 등 업종에서도 매출액이 늘었다. 반면 사용액에서 1위를 차지했던 음식점의 매출액 증가율은 오히려 마이너스(-1.2%)였다.

업종별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및 매출액 증가 현황. 사용액은 5월31일 기준 누적치, 매출액 변동은 5월 1주 대비 5월 4주 증가율이다. (자료=행전안전부 제공)
업종별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및 매출액 증가 현황. 사용액은 5월31일 기준 누적치, 매출액 변동은 5월 1주 대비 5월 4주 증가율이다. (자료=행전안전부 제공)

이 밖에 가맹점 규모별로는 신용·체크카드로 사용된 긴급재난지원금 5조 6,763억원 중 약 64%인 3조 6,200억원이 연매출 30억원 이하의 영세한 중소신용카드가맹점에서 사용됐다. 이 중 연매출 3억 원 이하 영세가맹점에서는 1조 4,693억원(전체 사용액의 약 26%)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시장의 경우 5월 첫 주에 비해 마지막 주 매출이 약 20%가 증가했다.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은 “행정안전부는 긴급재난지원금이 국민살림과 지역경제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추진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8월 말까지 긴급재난지원금이 다 소진될 수 있도록 소비촉진 캠페인도 전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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