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 알바생들 노동권 보호 큰 수확”

(뉴스포스트=백혜진 기자) 비인준 조합 ‘청년유니온’이 일을 냈다. 재벌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거대 프랜차이즈 산업인 커피전문점을 상대로 ‘공정무역 이전에 공정노동을 지키라’고 소리를 낸 것. 이에 ‘카페베네’는 즉각 청년유니온과 교섭을 요청하며 “미지급된 주휴수당을 지급하겠다”고 나섰다. 정부가 인정하지 않은 법외노조 청년유니온이 이뤄낸 쾌거다. 커피전문점에서 ‘주휴수당’이 뭔지도 모르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청년들을 대신해 정당한 권리를 찾고자, 거침없이 “떼인 돈 받아주겠다”고 이야기하는 청년유니온. 이에 <뉴스포스트>에서는 청년유니온을 만나 단체의 성격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21살의 김모 씨는 강남의 커피전문점 ‘카페베네’ 직영매장에서 시급은 4,320원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그는 하루 8시간씩 주5일을 일하고 있었지만 ‘주휴수당’은 한 번도 지급된 적이 없다. 김씨가 받아야 할 주휴수당은 한 달에 약 15만원 정도로, 해당 금액이 임금 체불되고 있는 것이다.

거대 골리앗과의 싸움서 ‘승리’

해당 카페베네는 매시간 5명 이상의 아르바이트생들이 일하고 있지만 누구도 주휴수당을 받은 적이 없었다.

‘주휴수당’은 ‘유급휴일수당’으로 풀어쓸 수 있다. 한 주간 정해진 근로일수를 채운 노동자에게 유급휴일을 지급하는 것인데, 주 15시간 이상 근무하는 근로자에게 모두 적용되는 근로법이다.

하지만 주휴수당을 실제로 지급하는 업체나 이를 받으려 하는 근로자는 없었기 때문에 ‘주휴수당’은 실제적인 효력이 없는 근로법이기도 했다.

근로자의 정당한 권리임에도 모르쇠로 일관하며 주휴수당을 미지급하는 업체들이 부지기수다.

청년유니온은 조합원을 통해서 접한 사문화된 주휴수당에 대해 지난 7월부터 커피빈, 카페베네를 비롯해 엔제리너스, 할리스, 파스구찌, 스타벅스, 탐앤탐스 등 거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7곳의 매장을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대상의 80% 이상이 주휴수당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었으며, 노동자인 청년 아르바이트생들 역시 주휴수당에 관해 무지한 경우가 많았다.

이에 청년유니온은 지난 6일, 커피전문점 주휴수당 미지급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기자회견을 열어 주휴수당 미지급에 따른 체불임금액 추정치를 발표했다.

예상 체불임금액은 무려 197억6,000만원이었다. 주요 재벌 커피전문점의 한 해 영업이익은  100~200억 수준임을 감안했을 때, 아르바이트생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데에 비해 거대 커피전문점이 주휴수당 미지급으로 취하는 이익금은 어마어마한 것이다.

이에 위 사례의 청년유니온 조합원 김씨는 “밀린 주휴수당을 지급하라”며 카페베네 김선권 대표를 고발했다. 이에 카페베네가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기자회견 후 5시간 만에 카페베네가 직접 청년유니온에게 교섭을 요청하며, “미지급된 주휴수당을 지급하겠다”고 한 것. 덧붙여 “가맹점도 주휴수당 지급에 대해 적극 교육하겠다”고 청년유니온과 합의를 이뤄냈다. 



이는 청년유니온에게 있어 고무적인 사건이다. 직접 피해자들이 나서 자신의 권리를 찾고자 움직였고, 주요 재벌 커피전문점과 합의를 이끌어낸 쾌거를 이뤘기 때문이다.

현재 ‘주휴수당’에 대해 묵인하고 있는 대형 커피전문점들이 많이 남아있어 ‘대형 커피전문점 습격’은 진행중에 있다.

올 초 피자 체인점들이 아르바이트생의 안전은 배제한 ‘30분 배달제’를 폐지한 것에 이어 ‘카페베네 주휴수당 지급’은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아가는 시작점에 불과하다.

다음은 청년유니온과의 일문일답.

-우선 ‘청년유니온’이라는 단체에 대해 설명해 달라.

청년유니온은 2010년 3월에 창립한 청년세대들의 노동조합이다. 청년들의 노동권 향상을 위해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세대별 노동조합이다. 세대별 노동조합은 한국에서는 청년유니온이 처음이지만 이미 일본의 경우 2000년에 ‘일본수도권청년유니온’이 만들어져 정식 노동조합으로 인정받고 활동한지 11년이 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여성노조가 청년유니온과 유사하게 여성들이 가입할 수 있는 노동조합으로 법내노조로 인정받고 활동하고 있다. 청년유니온은 청년(15-39세)라면 고용형태(실업자, 비정규직, 정규직 관계없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노동조합이다.

-대형 커피전문점을 ‘습격’한 계기는 어떻게 되는지.

“청년유니온의 한 조합원이 대형커피전문점에서 일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청년유니온에서 노동법 교육을 받으면서 자신이 주휴수당을 받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때문에 청년유니온이 다른 커피전문점들에서도 이와 같은 사태가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았고, 이를 위해 청년유니온 조합원들이 직접 각 커피전문점 매장 251개에 직접 전화를 걸어 주휴수당 지급여부를 확인했다. 약 한 달이 넘게 걸린 이 과정을 통해 전국 251개 매장 중 82%가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를 언론을 통해서 고발하게 된 것이다.”

-아무래도 ‘대형 커피전문점’을 상대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에피소드는 없었나.  
 

“대부분의 커피전문점이 아예 ‘주휴수당’의 존재를 모르기 때문에 주휴수당지급 여부를 문의하면 ‘주유수당’이라고 알아들어서 기름값을 주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자료조사를 통해 고발을 한 후, 대형커피전문점들이 본인들은 주휴수당을 주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다가 고용노동부가 긴급전검에 나선다고 하자 꼬리를 내리는 등의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던 ‘커피전문점’은 어딘가.

가장 먼저 반응을 보였던 커피전문점은 ‘카페베네’다. ‘카페베네’의 경우 매장수로 따지면 국내에서 가장 많은 매장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문제가 터지자 즉각적인 반응을 통해 청년유니온을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이후 청년유니온과 ‘카페베네’가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카페베네’는 성실한 자세로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하고 이를 즉각 시정하겠다고 입장을 밝히는 모범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반면, ‘꼼수’를 부린 곳은 어딘지.

꼼수를 쓰는 커피전문점은 ‘스타벅스’를 들 수 있다. ‘스타벅스’의 경우 주휴수당 지급의 기준이 주당 15시간 이상 노동하는 노동자라는 법을 악용하여 14.5시간만 계약한 다음 실제 일은 20시간 이상 시키는 방식으로 법을 회피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노조 청년유니온이 이번 사업으로 얻어낸 수확은 무엇인가.

가장 먼저, 누구도 관심 가져주지 않던 커피전문점 아르바이트생들의 노동권을 보호했다는 데에 큰 수확이 있다. ‘카페베네’는 직영매장 103명, ‘커피빈’은 전매장 3,000여명에게 미지급된 주휴수당이 지급됐다. 다른 커피전문점들도 미지급된 돈들을 산정하여 지급하고 있다. 두 번째로 사문화되어있던 노동법의 주휴수당을 되살려냈다는 것이다. 법이 있어도 이것을 지키고 감시하는 사람이 없으면 법이 지켜지지 않는다. 이를 청년유니온이 해냈다는데 큰 수확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노동 현실을 바꾸고자 하는 단체로써 ‘대형 커피전문점 습격’ 이후의 사업 계획은.

향후에 베이커리 등 프랜차이즈 사업 전반의 노동권 감시에 나설 예정이다. 이외에도 법제도적인 개선을 고민하고 있고 최저임금 인상, 그리고 빈곤의 위험에 빠진 청년들을 위한 상호부조협동조합 건설 등의 사업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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