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 게임등급분류 논란 A to Z ③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세계 최대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에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게임 등급분류 심의를 권유하면서 시작된 ‘게임 등급분류 심의’ 논란이 게임산업법 개선에 대한 요구까지 번졌다.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상헌 의원(재선·울산 북구)과 전용기 의원(초선·비례대표)이 게임산업 진흥을 위한 개정안 마련에 나섰다.

최근 스팀 게임에 대한 게임 등급분류 논란에 국회에서도 게임산업법 개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최근 스팀 게임에 대한 게임 등급분류 논란에 국회에서도 게임산업법 개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국내 게임 등급분류 심사 관련 논란의 핵심은 스팀과 같은 플랫폼에서 출시하는 소규모 인디 게임까지 심사 범위에 넣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게임산업법에는 국내에 유통을 목적으로 하는 게임은 모두 등급분류를 받도록 강제하고 있다. 엄밀히 따지면 스팀 내 유통되는 인디 게임이 등급분류를 받지 않았다면 ‘불법’이다.

게임 이용자들은 이와 같은 등급분류 심사의 강제성 때문에 게임 산업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등급분류 심사를 강제할 경우, 소규모 해외 게임 제작사들은 심사비를 내고 복잡한 심사 과정을 거치는 방법보다 한국 서비스를 종료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14년에도 게임위가 스팀 측에 등급분류 심사를 권고하자 몇몇 게임 제작사들이 한국어 서비스를 종료한 바 있다.

반면 정부의 등급분류 심사는 ‘바다이야기’ 같은 사행성 게임을 제재하기 위한 장치이기 때문에 섣불리 강제성을 없앨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사행성 게임 제재와 인디 게임 부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이상헌 ‘제도권 안으로’ 전용기 ‘강제심의 폐지’

스팀 관련 논란에 가장 먼저 게임법 개정안을 언급한 이는 이상헌 민주당 의원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위원이었던 이 의원은 ‘스팀’ 사업자인 밸브가 국내의 자체등급분류 사업자로 편입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논란의 원인이자 핵심은 결국 현행 게임법 중 ‘등급분류’와 ‘자체등급분류사업자’ 부분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라며 “자체등급분류사업자 제도의 신청절차는 복잡하기 짝이 없고, 선정된 사업자들에 대한 관리 체계도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현행법 상 밸브가 자체등급분류 사업자로 편입되기 위해서는 ‘국내법인’이어야 한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인 밸브는 우리나라에 지사를 두지 않고 있다.

이상헌 의원실 관계자는 1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자체등급분류 사업자에 해외사업자가 들어오기 용이하게끔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준비 중”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구글이나 애플 등도 제도권 안에 있으면서 (게임 등급분류) 시행이 잘 되고 있다. 애플의 경우 지난번에 제도권 편입 과정에서 잘 들어오지 않으려고 했는데, 정부에서 많은 노력 끝에 들어왔다”면서 “해외 사업자들이 굳이 타국 제도권 안에 들어오고 싶지 않아 하는데, 이런 부분을 용이하게 해야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밸브 측은 국내 자체등급분류 사업자로 편입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게임위 관계자는 ‘밸브가 자체등록사업자 등록 의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전체적인 요건을 고려할 때 어려움을 느끼시는 것 같다”며 “현행법에 자체등록사업자 등록에 대한 몇 가지 조건이 있는데, 최근 3년간 평균 매출액을 공개해야 한다. 또 국내에 법인이 있는지 방송법에 따른 방송사업자인지 등이다. 밸브는 국내에 지사가 없다”고 말했다.

청년 국회의원인 전용기 의원의 경우 조금 더 파격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전심의제도’ 의무 자체를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에 의해 게임을 사전심의하는 규제는 헌법재판소의 위헌심판에 따라 폐지되었고, 현재의 사전심의 제도는 일부는 정부에 의해, 일부는 민간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게임의 법정 사전심의의무를 삭제 △게임의 등급분류 권한의 민간 이양 등을 제시했다.

다만 전 의원은 사전심의 의무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명확히 했다. 그는 “게관위와 게콘위를 거치는 1% 안에는 실제로 바다이야기와 유사한 온라인 도박 프로그램이 존재한다”며 “미국의 ESRB나 일본의 CERO와 같이 콘솔 장비와 판매 창구의 통제력을 가지지 않는 이상 현실적으로 법적 보장이 없는 자율심의성 민간기구가 권한을 가지기는 어렵다”고 인정했다. 또 민간에 게임 등급분류를 완전히 맡길 경우 비용 증가에 대한 우려와, 민간 등급분류 업체의 대기업친화적 운영 가능성 등도 밝혔다.

다만 전용기 의원의 게임산업법 개정안의 경우 아직 구체적인 안보다는 ‘의견 수렴’을 하고 있는 단계다. 전용기 의원실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SNS와 이메일 등을 통해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여러 분야에서 종사하시는 분들이 직접 찾아오셔서 의견을 전달해주시고 하시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하겠다’는 말씀은 딱 드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특히 전 의원실에서는 게임 사전심의 의무를 폐지할 경우 사행성 게임 제재에 ‘공백’이 생기는 부분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 의원실 관계자는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아케이드 게임은 도박물이지만 ‘게임’의 형태로 판단이 되니 게임위에서 관리하고 있다”며 “이것을 ‘게임’과 ‘도박’으로 나누자니 현행법을 완전히 뜯어고쳐야 하는 상황이라 어떻게 하면 제일 합리적일지 고민하고 있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이상헌 의원실 역시 구체적인 개정안 발의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상헌 의원실은 “개정안 발의는 당장에라도 할 수 있지만,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위와도 교감이 있어야 한다”며 “현실성에 맞게 개정안을 수정하고 있는 작업을 하고 있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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