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미래통합당의 반발을 무릎쓰고 지난 15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포함한 6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통합당 의원들의 재신임에도 원내대표직을 사퇴해 향후 원구성 협상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제379회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가 열렸다. (사진=뉴시스)

이날 국회는 오후 6시 본회의를 열고 18개 상임·특별위원회 중 법제사법위원회·기획재정위원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외교통일위원회·국방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 등 6개 상임위 위원장을 선출했다. 모두 민주당 몫의 상임위로, 여야가 가장 첨예했던 법사위원장은 윤호중 의원(4선, 경기 구리시)이 맡았다.

기획재정위원장에는 윤후덕 의원(3선, 경기 파주시갑), 외교통일위원장에 송영길 의원(5선, 인천 계양구을), 국방위원장에 민홍철 의원(3선, 경남 김해시갑),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에 이학영 의원(3선, 경기 군포시), 보건복지위원장에 한정애 의원(3선, 서울 강서구병)이 선출됐다.

나머지 예산결산특별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정무위원회·교육위원회·문화체육위원회·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환경노동위원회 등 7개 상임위와 5개 특별위원회는 통합당 등 야당의 몫으로 남겨뒀다.

민주당은 ‘일하는 국회’를 이유로 상임위 선출 강행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오늘 선출되는 상임위를 시작으로 국회가 바로 가동되는 모습을 국민들께 보여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통합당은 야당과의 원구성 협상 없이 거대 여당이 ‘독주’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통합당은 본회의를 보이콧하고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민주주의 파괴하는 의회독재 민주당은 각성하라”며 규탄대회를 열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홀로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진행발언에서 “1948년 제헌 국회 이래 국회에서 상대 당 상임위원들을 동의 없이 강제 배정한 것은 헌정사에 처음”이라며 “오늘은 역사에 국회가 없어진 날이고 일당 독재가 시작된 날”이라고 반박했다.

주호영 ‘사퇴’…남은 원구성 협상 공백

민주당 단독으로 일부 상임위원장 선출이 진행되자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금까지 제1야당이 맡아 온 법제사법위원회를 지켜내지 못하고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이렇게 무너지고 파괴되는 것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했다”며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의총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막지 못한 책임을 제가 지기로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당초 통합당에서는 앞선 의원총회에서 당내 의원들이 주 원내대표에 대한 ‘재신임 결의’를 했다는 게 최형두 통합당 원내대변인의 설명이다. 그러나 주 원내대표는 사의를 철회하지 않겠다는 완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주 원내대표가 원내 지도부 자리를 던지면서, 남은 상임위원장 배분 협상에 ‘공백’이 생기게 됐다. 최 원내대변인은 “여당이 협상할 상대가 없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야당을 ‘패스’하고 원구성을 강행했으니 차라리 ‘멋대로 하게 두라’는 식의 발언도 나왔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본회의 전 의원총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의 횡포로 국회의 전 상임위원회를 갖겠다고 한다면 차라리 그렇게 하는 게 낫지 않냐는 떳떳한 자세를 보이는 게 현명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어떤 법안이든 자기 멋대로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금 중요한 국토교통위원회나 정무위원회가 돌아온다고 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고도 했다.

민주당은 우선 위원장이 선출된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국회 문을 열 방침이다. 그러나 남은 상임위원장이 선출되지 않으면 정상적인 국회 개원이 어렵다. 특히 코로나19 대비 3차 추경 심사를 위해서는 예산결산위원회 위원장 선출이 시급하다. 16일 김태년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위원장 선출을 마치지 못한 상임위는 정부 관계자들을 불러 간담회를 열고 상임위 가동을 위한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 원구성이 완료되었을 때 즉시 추경심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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