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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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이인권] 캐나다 생화학자 한스 휴고 브루나 젤리 박사는 1936년 스트레스를 ‘개인에게 의미 있는 것으로 지각되는 외적·내적 자극’이라고 정의했다. 그 스트레스가 지금 코로나19 대유행과 싸우고 있는 전 세계 인류를 짓누르고 있다.

그 코로나19 스트레스가 국가의 선진화 수준을 떠나 인류의 생활방식을 바꾸어 놓고 있다. 지금까지 전염병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은 미증유의 사태다. 이에 사회적 거리두기와 생활방역으로 직간접의 통제된 일상을 이어가야하다 보니 국민들의 무력감이나 침체감도 더해간다.

지금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은 이전의 ‘다이내믹 코리아’에서 ‘스트레스 코리아’의 상태다. 곁들여 시중의 경기가 침체 국면에 빠져 있어 전체적으로 민생이 어렵다.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한국은 모든 부문에서 세계 10위권 내외의 국가적 위상을 누렸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아니었더라도 풍족한 물질을 누리는 가운데에서도 우리 국민의 행복감은 오히려 하위권에 머물고 있었다. 세계가 놀랄 정도로 한국이 이룩한 경제성장에 비하면 아이러니컬하다. 그런 가운데 지금 엄중한 시국에서 행복의 느낌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반적으로 괄목할만한 경제 역동성에 비해 행복지수가 낮았다는 것은 단기간에 이룩한 압축성장에 걸맞게 국민들의 정신력이 경제적 부를 따라주지 못한 결과다. 오직 외형의 물질적 기준의 가치관으로 사회문화체계가 굳어지다보니 정신적 안정감이 경제적 조건에 휘둘리는 현상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보니 지금과 같이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 속에서 국민들이 느끼는 핍박감은 더욱 깊다. 어떻게 보면 이럴 때일수록 국민들이 내적으로 긍정의 힘을 모아야 할 터인데 외적인 환경에 대해 부정적 인식만 노출되고 있다.

이는 우리가 과도한 경쟁과 쟁취와 출세를 향한 물량적 사회문화 구도 속에서 줄곧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는 정서적 안정과 정신적 행복을 향유하는 삶의 방식을 터득하지 못한 탓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에 비하면 엄청나게 물질적인 복지(wellbeing)를 향유하면서도 정작 행복감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가 극복되더라도 지금과 같은 외향적 삶의 추구가 내향적 가치관으로 바뀌지 않는 한 어떤 물질적 성취가 있더라도 행복감을 느끼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높은 부탄은 가장 가난한 나라이면서도 가장 정신적으로 풍요한 나라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보편적 원칙 중에 ‘통제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사람이 외부의 조건에 의하여 좌우되면 환경에 따라 불행을 느끼게 된다. 그렇지만 자신의 내적 동기에 의해 지배되는 삶은 환경에 상관없이 행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내적 통제냐 외적 통제냐의 소재에 따라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는 현대 심리학의 이론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지금 우리나라 국민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은 바로 지나치게 외적 통제를 받는 사회문화 속에 있어왔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생존과 직접 연결돼 인간이 환경에 잘 적응하고 변화하기 위한 생리적 기능이 될 수도 있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잘 관리 대응하면 오히려 삶의 활력이 될 수 있도록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바로 유스트레스(eustress)다.

행복의 웰빙이 인간의 궁극적 목표이기에 이제는 국민총생산도 중요하지만 국민행복지수를 높이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그렇다면 행복한 국민이 되기 위해 코로나19를 계기로 우리의 사회문화체계를 혁신하는 유스트레스를 생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 칼럼니스트 · 문화커뮤니케이터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 · 예원예술대학교 겸임/객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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