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 게임등급분류 논란 A to Z ④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게임 등급분류와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을 둘러싼 논쟁은 국내 게임업계에서 끊이지 않는 논쟁거리다.

먼저 게임 등급분류와 관련한 논란의 핵심은 스팀에 출시되는 수많은 인디 게임까지 ‘모두’ 국내 심의를 거쳐야 하느냐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우리나라는 게임산업법 상 국내 유통되는 모든 게임은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분류 심사를 반드시 받아야 하는데, 스팀에서 서비스하는 한글판 게임도 당연히 등급분류 심사 대상이다. 그러나 스팀에서 서비스하는 게임은 대부분 국내 등급분류 심사를 받지 않고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방치돼왔다.

국내 게이머들은 수천 수만 개에 이르는 해외 인디게임까지 모두 게임위의 심사를 받기 어려울뿐더러, 이를 하나하나 규제했다가는 게임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일례로 지난 2014년에는 게임위가 스팀에 미심의 게임의 등급분류 권고를 내리자 몇몇 해외 개발사들이 한국어 서비스를 아예 중단해버리는 ‘대참사’가 일어난 적도 있다.

그렇다고 게임 등급분류 관련 법안을 아예 없애기에는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게임에 대한 최소한의 제재를 풀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04년 유행한 ‘바다이야기’는 일본의 파칭코 시스템을 그대로 따온 아케이드 게임으로, 수많은 사람이 재산을 탕진하고 목숨을 끊는 등 심각한 사회 문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건강한 게임문화를 조성하는 동시에 게임산업의 발전을 저해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법적으로’ 게임 등급분류 심사를 규제하는 독일은 스팀 게임을 어떻게 대처하는지 독일 내 게임소프트웨어 자유심의기구(이하 USK)에 물었다.

독일 게임 등급분류를 주관하는 게임소프트웨어 자유심의기구(USK). (사진=USK 제공)
독일 게임 등급분류를 주관하는 게임소프트웨어 자유심의기구(USK). (사진=USK 제공)

게임심의 엄격한 독일, 스팀은 어떻게 대처할까

독일의 게임 심사는 각 16개 주정부에서 의무적으로 진행하며, 게임 등급분류는 USK가 위탁받아 하고 있다. 독일의 게임 등급분류 심사는 다른 유럽 국가보다 특히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의 게임 등급분류의 목적은 온전히 ‘청소년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때문에 게임 등급분류 관련법 역시 ‘등급 분류’ 자체를 목적이라기보다는,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게임으로부터 어떻게 청소년을 보호할지에 집중한다.

18일 USK가 <뉴스포스트>에 보내온 답변서에 따르면, 독일에서 게임 등급분류를 강제하는 법안은 ‘청소년 보호법’을 기반으로 두고 있다. 닌텐도나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등 콘솔에서 할 수 있는 ‘실물’ 게임이 이 법을 적용받는다.

USK 관계자는 “(콘솔 게임 같이) 소매시장에서 출시되는 모든 게임은 반드시 연령 분류(등급 분류)가 있어야 한다”며 “연령 분류를 받은 게임은 온라인 상점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스팀과 같이 온라인으로만 출판되는 게임은 등급분류가 필요하지 않다는 게 USK의 설명이다. 그러나 온라인 출시 게임은 ‘미성년자의 보호에 관한 주간 조약(이하 JMStV)’에 따라 청소년 보호를 위한 엄격한 규제가 적용된다. 스팀과 같이 온라인으로만 출판되는 게임은 일정 형태의 ‘청소년 보호 메커니즘’을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

USK 관계자는 △하루 중 특정 시간에만 게임을 제공하거나 △신분증을 통해 사용자의 나이 확인을 하거나 △청소년 보호 소프트웨어를 통해 웹 사이트를 차단할 수 있는 방식으로 웹 사이트 프로그래밍하는 방식으로 게임 유통사가 ‘청소년 보호 매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예를 들어 스팀은 웹 사이트를 프로그래밍하여 독일 청소년 보호 소프트웨어 ‘JusProg’가 사용자의 연령에 따라 접근을 제한할 수 있다”며 “이것은 가장 널리 사용되는 메커니즘”이라고 전했다. 그는 “스팀은 청소년 보호 프로그램인 ‘JusProg’를 지원한다. 사용자의 연령에 따라 (게임) 파일을 읽고 웹 브라우저 또는 Steam 클라이언트를 통해 온라인 상점에 대한 액세스를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종합하면, 독일의 게임 등급분류 심사 시스템은 ‘모든 게임에 대한 등급을 분류하는 것’보다는 ‘등급분류를 통한 청소년 보호’에 방점이 찍혀 있다. 청소년 보호에 대한 사항이 아니라면, USK는 게임 등급분류를 위한 사전 검열을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사행성 게임’ 단속을 이유로 모든 게임에 대한 등급분류 심사를 강제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이 관계자는 “(등급분류 심사를 받지 않아도) 스팀 게임 모니터링을 하지 않는다”며 “다만 독일 청소년 보호법에 따라 개발사 및 유통사가 관련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