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두고 ‘말을 듣지 않는다’며 성토한 사실이 알려지자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여당에서는 윤 총장이 상위 부서인 추 장관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에서는 장관의 개입이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앉아 있다. (사진=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앉아 있다. (사진=뉴시스)

추 장관의 ‘말 안 듣는다’는 성토는 지난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연구원의 ‘초선의원 혁신포럼’에서 나왔다. 추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해 “틀린 지휘하지 않고, 장관 말을 들으면 지나갈 일을 지휘랍시고 해서 일을 꼬이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최근 추 장관이 한명숙 전 총리 사건 수사 조작 의혹에 대해서 대검찰청 감찰부를 통해 직접 조사하도록 명령을 내렸는데, 윤 총장이 대검 감찰부와 서울중앙지권 인권감독관실이 ‘투 트랙’으로 함께 조사하도록 지시를 내렸다는 것.

추 장관은 “지휘를 했으면 따라야 되는데도 본인(윤 총장)이 다시 지휘해 이것을 감찰부가 아닌 인권부가 하라고 하더라”면서 “대검 인권부는 조사권 밖에 없고, 인권부 자체가 인권부장이 지난 3월 인사하며 동부지검으로 발령나 그 자리가 비어있어 대검 공판부장이 겸직하고 있다. 공판부장이 바쁜데 직무대리 빈자리를 지휘하라면 되겠나”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윤 총장이 ‘틀린 지시’를 했다는 얘기다.

추 장관의 성토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여야에서는 이에 대한 ‘정당성’을 두고 옥신각신 말이 오갔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추 장관의 지시를 무시한 윤 총장에 잘못이 있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26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법무부 장관 말을 반을 잘라먹은 게 아니라 아예 이행하지 않고 무시한 것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어제 (추 장관이) 웃으면서 말을 하셨다고는 하지만 뼈있는 말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총장도 소신이나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좀 더 국민들이 원하는 검찰개혁의 방향이 무엇인지 거기에 조금 주안점을 두어서 검찰개혁에 힘을 보태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법무부가 검찰이 잘못됐을 때는 감찰하고 지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윤석열 총장은) 법무부 장관 명령에 따라야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야당에서는 추 장관의 검찰에 과도한 통제를 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휘랍시고’ ‘잘라먹었다’는 천박한 표현은 북한에서나 쓰는 말인 줄 알았는데 대한민국 법무부장관 입에서 들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지난 1월에 ‘(윤 총장이) 내 명을 거역했다’는 표현을 쓸 때부터 알아봤다”고 비판했다.

원 지사는 “이런 법무부장관은 처음 본다. 대한민국의 수치”라며 “추 장관의 수준이 문재인 정권의 수준을 보여준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의 무덤을 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정권의 무덤을 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윤 총장을 막기 위해 추 장관을 보냈겠지만 추 장관의 이성 잃은 말과 행동 때문에 검찰개혁의 정당성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덧붙였다.

최근 여당을 향해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놓고 있는 진보논객 진중권 전 교수도 추 장관을 향한 비판을 이어갔다. 진 전 교수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기관의 장이 되면, 권한의 분산이 필요하다”며 “옛날에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강정구 교수 국가보안법 사건과 관련해 처음으로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을 발동한 적이 있는데 그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관한 사안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 저너 교수는 “그것이 적절했느냐에 대해서는 판단이 엇갈리겠지만, 적어도 ‘장관’으로서 할 만한 개입이었다”며 “그런데 지금 이건 뭐냐? 사건을 어느 부서에 배당하느냐, 이런 문제까지 꼬치꼬치 장관이 개입을 해야 하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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