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최근 경기도 안산의 한 유치원에서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식중독의 일종)이 집단 발병하면서 ‘햄버거병’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일명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은 정말 햄버거를 잘못 먹으면 걸리는 병일까.

사진과 기사 내용은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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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혈성요독증후군이 ‘햄버거병’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 것은 지난 1982년 미국에서 덜 익은 햄버거 패티를 먹은 어린이 수십 명이 감염된 사례 때문이다.

하지만 용혈성요독증후군은 ‘햄버거’가 주된 요인이 아니다. 30일 KMI한국의학연구소 학술위원회(위원장 신상엽 감염내과 전문의)는 “용혈성요독증후군을 햄버거병으로 부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햄버거가 주된 원인이 아니고 햄버거를 피한다고 이 병이 예방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용혈성요독증후군은 주로 장출혈성 대장균에 감염된 환자 일부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출혈성 대장균에 감염되면 이 대장균이 ‘시가 독소(shiga toxin)’를 생성하고, 환자 중 일부는 합병증으로 용혈성요독증후군이 나타난다. 대장균의 독소가 혈액에 들어가 적혈구를 비정상적으로 파괴하고, 손상된 적혈구는 신장을 거치면서 심각한 손상을 일으키게 된다는 것.

그러나 명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고, 감염 경로도 다양하다는 게 의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질병관리본부 ‘질환주요정보’에 따르면 용혈성요독증후군은 그 원인이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다. KMI연구소 역시 ‘용혈성요독증후군은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에 의해서만 생기나’라는 질문에 “원인은 감염, 유전, 약물 등 크게 세 가지가 있다”며 “감염이 원인이 되는 경우는 대개 설사가 동반되지만, 약물이나 유전적 요인에 의한 경우는 설사가 동반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용혈성요독증후군을 일으키는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도 그 감염 경로가 다양하다. KMI연구소에 따르면, 장출혈성 대장균은 소, 양, 돼지, 개, 닭 등 가금류 대변에 존재하고, 그중 ‘소’가 가장 중요한 병원소다. 만약 분쇄육 등이 충분히 익혀지지 않은 상태면 감염 위험이 높아지는데, ‘햄버거병’ 별칭이 붙은 미국의 집단 발병 사례가 그것이다.

가축분변에 오염된 물로 감염되는 사례도 있다. 오염된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해 키운 야채 등을 먹으면 감염되는데,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11년 독일에서 집단 발병한 사례다. 당시 독일에서는 3816명의 장염 환자 중 845명이 용혈성요독증후군에 걸렸는데,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장출혈성 대장균에 오염된 호로파 싹 채소를 감염 원인으로 의심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역시 지난 28일 브리핑에서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은 물이나 음식뿐 아니라 손을 통해서도 감염이 가능해 (원생이 아닌 2∼3세 확진자의 감염이) 물놀이를 통한 전염인지 등은 감염경로를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상엽 학술위원장은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 예방과 관련해 “수인성 감염병의 기본 예방 수칙을 잘 지켜주면 된다”며 “식사 전후 및 화장실 이용 후에 흐르는 물로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씻고, 물은 끓여 마시고 음식은 반드시 익혀 먹고, 채소 과일은 깨끗한 물에 씻어 껍질을 벗겨 먹고, 평소 변기 뚜껑 덮고 물내리기를 생활화하고, 설사 증상이 있는 경우 조리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검증 결과]

대체로 사실 아님.

용혈성요독증후군을 주로 일으키는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은 덜 익힌 패티 등으로 감염될 수 있지만, 덜 조리된 햄버거가 주요 감염원이 아니므로 ‘햄버거 잘못 먹으면 걸리는 병’이라고 말할 수 없다.

[참고 자료]

질병관리본부 건강정보

KMI한국의학연구소 학술위원회

독일에서 대장균 O104 : H4 발생 시가 독소 전염병 프로필

유럽식품안전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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