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수 원자력정책연대 사무총장 “월성 1호기 생매장...타당한 이유 없다”
- 최재형 감사원장, 감사결과 발표 연장 공식 사과...“종결에 최선 다할 것”
- 한수원 “해명이 감사결과에 영향을 주려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어 우려”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이 1일 <뉴스포스트>에 “시민사회 단체와 한수원 내부에서 나오는 월성 1호기 폐쇄 결정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기가 곤란하다”고 밝혔다. 원자력정책연대 등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한 한수원의 결정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다.

지난해 10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송희경 의원 등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10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송희경 의원 등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원자력정책연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불법적 요소 많다”


이날 김기수 원자력정책연대 사무총장은 본지와의 서면인터뷰를 통해 한수원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법적인 요소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9년 5,925억 원을 투입해 설비를 개선한 월성 1호기가 타당한 이유 없이 조기 폐쇄됐다는 설명이다.

원자력정책연대 등에 따르면 한수원은 수천억 원을 투입해 보수한 월성 1호기를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에 맞춰 지난 2018년 6월 조기 폐쇄한 바 있다.

김기수 사무총장은 “월성 1호기는 종전 전력수급계획이나 에너지기본계획에도 반영된 터라, 월성 1호기 폐쇄 결정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담을 수 없었던 것인데, 이를 산업통상자원부가 한수원에 떠넘겼다”면서 “월성 1호기 생매장과정에서 매우 불법적인 요소가 명백하고 한수원이 너무나 거칠게 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실을 감사원도 알고 있는 까닭에 감사결과 발표를 미루고 있는데, 감사원은 하루빨리 감사결과를 발표해 명명백백히 시비를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감사원, 법정 감사기한 5개월 넘도록 감사결과 발표 못 해


최재형 감사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재형 감사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실제 감사원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의 타당성에 대한 감사결과를 법정 감사기한인 5개월이 지나도록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1일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타당성에 대한 감사에 돌입했다. 감사원의 1차 감사기한은 3개월, 2차 기한은 2개월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말 1차 감사기한 내 감사결과를 발표하지 못했고, 2차 기한인 지난 2월 말에도 감사결과 발표를 미뤘다.

지난달 5일 최재형 감사원장이 월성 1호기에 대한 감사결과 발표가 미뤄지는 데 대해 공식 사과까지 했지만, 아직도 감사결과는 발표되지 않고 있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에 관한 국회 감사 요구 사항을 국회법에 정해진 기간 내에 처리하지 못한 데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조사해 빠른 시일 내에 월성 1호기 감사를 종결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이 타당하지 않다는 결론을 두고 최재형 감사원장이 감사결과 발표를 강행하자는 반면, 추가 자료를 요청하는 감사위원들이 발표를 미루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재형 원장이 최근 월성 1호기 감사의 담당 국장을 교체한 까닭이다.
 


“한수원이 주장하는 월성 1호기 경제성분석보고서, 기초 자료에 문제”


원자력정책연대는 한수원이 월성 1호기 폐쇄 의결 당시 근거로 삼은 삼덕회계법인의 경제성분석보고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수원은 경제성분석보고서를 토대로 월성 1호기를 운영하는 실익보다 손해가 크다고 판단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월성 1호기 이용률이 80%이면 1,010억 원의 수익이 난다. 반면, 이용률이 60%면 224억 원의 수익이 나고 40%면 563억 원의 적자를 본다. 손익분기점은 54.4%였다.

당시 한수원은 노후한 월성 1호기가 손익분기점을 넘는 이용률을 유지할지 불확실하다고 주장했다. 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경주 지진 등에 따른 안전 설비의 추가 투자가 필요해 경제성에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기수 사무총장은 “경제성분석보고서는 짧은 기간에 두 차례 수정됐는데, 이 보고서가 나오기까지 한수원이 삼덕회계법인에 제공한 기초 자료에 문제가 많다”며 “전문적 분야에 대한 한수원의 개입에 따른 허위보고서 작성”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2009년 수명 연장을 위한 재가동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지진 발생 등에 대한 우려는 반영했어야 할 요소”라며 “이 부분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 당시 수명 연장을 결정했던 한수원 관계자 및 이사진과 공개토론회를 제안한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원자력업계 관계자도 “한수원이 타당한 근거도 없이 국가의 백년지대계인 에너지 정책, 특히 원자력 정책을 정부의 입맛에 따라 결정했다”며 “감사원은 감사결과를 조속히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수원 “피감 기관으로서 입장표명 곤란”


한수원 관계자는 월성 1호기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감사원의 감사를 받는 피감 기관으로서 입장표명이 상당히 곤란한 상황”이라며 “감사결과가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수원이 해명을 하면 감사결과에 영향을 주려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시민사회와 한수원 내부에서 나오는 지적에 대해서도 해명을 하면 우리가 그들과 대립한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어 밝힐 입장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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