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DB그룹의 50년 가까이 이어진 창업자 시대가 끝나고 2세 경영이 막을 올렸다. DB그룹은 2세 경영인인 김남호 DB금융연구소 부사장을 그룹 회장으로 선임했다고 1일 밝혔다.

김남호 DB그룹 신임 회장 (제공=DB그룹)
김남호 DB그룹 신임 회장 (사진=DB그룹)

창업주인 김준기 전 회장의 장남인 김 신임 회장은, 내년 초 정기주총을 거쳐 그룹 제조서비스부문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DB Inc.의 이사회 의장도 겸임하게 된다. 이에 맞춰 김 신임 회장을 보좌하는 새로운 경영진을 중심으로 세대교체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남호 회장 체제로의 전환은 이미 예견돼 있었다. 부친인 김준기 전 회장이 건강이 좋지 않아 경영복귀가 어려운 상황이고, 2017년부터 김 전 회장의 공백을 메우고 있었던 이근영 그룹 회장이 최근 고령으로 인한 체력적 부담으로 여러 차례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김남호 신임 회장 역시 이근영 회장을 보좌하며 그룹 경영을 위한 준비를 해왔다.

또한 김남호 회장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그룹 지배구조상 정점에 있는 계열사들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해왔다. 현재 김 회장은 DB손해보험(9.01%)과 DB Inc.(16.83%)의 최대주주다. DB손해보험은 DB생명, DB금융투자, DB캐피탈 등을, DB Inc.는 DB하이텍과 DB메탈 등을 지배하고 있다.

김 신임 회장의 취임식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DB금융센터 대강당에서 진행됐다. 취임식은 코로나19 생활 속 거리두기 차원에서 그룹 주요 경영진과 임직원 일부만 참석한 가운데 치러졌다.

김남호 신임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국내외 경제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중임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며 “앞으로 DB를 어떠한 환경변화도 헤쳐 나갈 수 있는 '지속성장하는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상품 기획, 생산, 판매, 고객서비스 등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 컨버전스 구축과 온택트(ontact) 사업역량을 강화해 줄 것”을 당부했다.

 

◇ 김남호 DB그룹 회장 프로필

김남호 회장은 1975년생으로 경기고를 졸업한 뒤 1999년 미국 미주리주에 위치한 웨스트민스터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2007년 미국 시애틀 소재의 워싱턴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한데 이어 UC버클리대학교에서 파이낸스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2009년 1월 그룹에 입사해 동부제철, 동부팜한농 등 주요 계열사에서 생산, 영업, 공정관리, 인사 등 각 분야 실무경험을 쌓으며 경영 참여를 위한 준비과정을 밟았다.

김 신임 회장은 2010년대 중반 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DB INC.의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동부팜한농·동부대우전자 등의 매각작업에 깊이 관여, DB그룹이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금융·IT 중심으로 그룹을 재정비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5년부터는 DB금융연구소로 자리를 옮겨 금융 계열사들의 중장기 발전전략을 구체화하고, 보험·금융 혁신TF를 이끌며 영업·마케팅 다변화, 자산운용 효율화, 해외시장 진출을 견인했다. 실제로 올해 DB금융부문은 1분기에 매출액 5조 8,000억 원, 순이익 1,600억 원을 기록하는 등 전년보다 개선된 실적을 거뒀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