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엔 수천만원 명품을...‘덕후’도 고개젓는 팬덤 문화
생일엔 수천만원 명품을...‘덕후’도 고개젓는 팬덤 문화
  • 이별님 기자
  • 승인 2020.07.09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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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나 행복하자고 ‘덕질’ 하는데 왜 제가 듣지도 않은 음악을 24시간 동안 재생해야 하는 지 모르겠어요. 음악은 귀로 듣는 것이잖아요. 순위 신경 쓰느라 주객이 전도된 거 같습니다”

컴백을 앞두고 SNS상에서 음원 스밍 총공을 준비하는 아이돌 그룹 팬덤들. (사진=SNS 캡처)
컴백을 앞두고 SNS상에서 음원 스밍 총공을 준비하는 아이돌 그룹 팬덤들. (사진=SNS 캡처)

아이돌 문화가 10·20세대의 주류가 된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단순히 젊은 세대만 누리는 하위문화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하나의 산업이 됐다. 아이돌 음악이 해외 주요 음악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고, 아이돌이 대규모 해외 투어 콘서트를 진행하는 것은 더는 낯선 소식이 아니다. 하지만 K팝 산업이 성장할수록 아이돌 문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아이돌 산업에 대한 비판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목소리 일부는 이들의 팬덤으로 향한다. 아이돌 팬덤은 K팝 산업의 주요 소비자로 강한 충성심이 특징이다. 이들의 열렬한 충성심은 K팝 산업의 성장 동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K팝 문화의 꾸준한 비판 거리가 된다. 연예 매체에서는 K팝 산업과 함께 팬덤 문화를 비판하는 보도가 심심치 않게 쏟아지고 있고, ‘사생팬’ 등 일부 극소수 팬들의 범죄 수준의 일탈은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기도 한다.

아이돌 팬덤 문화에 대한 비판은 내부에서도 일어난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팬들 역시 팬덤 문화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다. 충성심 강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아이돌 팬들마저 고개를 갸웃한다는 팬덤 문화의 단면은 무엇일까.

한 인기 아이돌 그룹 팬덤이 음원 스트리밍 총공팀을 꾸려 준비하고 있다. (사진=SNS 캡처)
한 인기 아이돌 그룹 팬덤이 음원 스트리밍 총공팀을 꾸려 준비하고 있다. (사진=SNS 캡처)

음악의 본질 사라진 ‘스밍 문화’

인기 아이돌 그룹들 컴백할 때면 각 그룹의 팬들은 긴장 상태에 놓인다. 이른바 국내 주요 음원 사이트 실시간 순위에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새 앨범 타이틀곡과 수록곡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음원 순위에 따라 지상파와 케이블 음악 방송 순위가 결정될 뿐만 아니라 아이돌 그룹의 입지도 달라진다.

일명 ‘스밍 총공’이라고 불리는 음원 스트리밍은 아이돌 팬덤의 주요 문화가 됐다. 팬들은 새 앨범 타이틀곡과 수록곡들이 포함된 1시간 길이의 ‘스밍 리스트’를 만들고, 이를 트위터 등 SNS에 공유한다. 스밍 리스트에 적힌 곡들을 음원 사이트에서 24시간 내내 재생하는 것이 총공 방법이다. 일부 아이돌 팬들은 음소거를 해놓고 24시간 동안 음원을 재생하기도 한다.

지난 6일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이 실시간 차트를 기존 1시간 재생 단위에서 24시간 기준 집계 방식으로 변경했다. (사진=멜론 홈페이지 캡처)
지난 6일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이 실시간 차트를 기존 1시간 재생 단위에서 24시간 기준 집계 방식으로 변경했다. (사진=멜론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모든 팬이 스밍 문화를 당연히 여기는 것은 아니다. 인기 아이돌 A모 그룹의 팬이라는 최(27)모 씨는 <뉴스포스트>에 “팬 활동은 내가 행복해지자고 하는 것인데 왜 듣지도 않은 음악을 억지로 스트리밍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음악은 귀로 듣는 것인데, 순위 신경 쓰느라 주객이 전도된 거 같다”고 지적했다.

대형 팬덤을 거드린 아이돌 가수가 신곡을 내는 날에는 타이틀곡과 수록곡이 차트 상위권에 오르는 광경이 빚어진다. 팬덤의 스밍 총공이 팬들의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소비 행위라고는 하지만, 실제 이용자들의 취향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에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최근 차트 집계 기준을 변경하기도 했다.

팬들 허리띠 조르는 ‘조공 문화’

종속국이 종주국에 예물을 바치는 것을 말하는 과거의 조공(朝貢) 문화가 21세기 아이돌 팬덤 사이에서 쓰이고 있다. 주로 아이돌 멤버의 생일 때 서포트라는 명목으로 선물을 주는 행위를 말한다. 작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가격대도 다양하다. 선물의 종류는 값비싼 명품 브랜드 제품이 주를 이룬다.

경제적 여건이 되는 팬이 좋아하는 연예인에게 값비싼 선물을 주는 게 무엇이 문제냐고 묻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멤버의 생일 선물을 주기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상에서 모금 활동을 벌이는 팬들도 있다. 모인 돈으로 값비싼 선물을 사서 멤버가 소속돼 있는 소속사에 전달하는 형식이다.

일부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선물을 직접 고르기도 한다. 과거 아이돌 팬덤 활동을 했었다는 이(26)모 씨는 “멤버가 직접 스마트폰이나 인이어의 디자인을 골라서 선물을 받는 모습을 보고 팬 활동을 접었다”며 “조공이라는 표현 자체가 스타와 팬의 사이를 괴상하게 만드는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이 표현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일반적인 팬 문화로 자리 잡아서 면식도 없는 팬들끼리 돈까지 모으고 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금전적 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다”며 “팬과 아이돌은 음악과 무대를 통해 서로를 응원하고 사랑받는 관계가 됐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조공 문화를 개선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콘서트에 기부할 쌀 화환을 보내거나,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 이름으로 팬덤이 기부를 하는 방식 등이다. 또한 일부 아이돌 그룹은 소속사 차원에서 서포트 제공을 금지해 선물을 받지 않은 사례도 있다.

이별님 기자 leestarni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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