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웹사이트 ‘디지털 교도소’의 등장에 대중은 환호했다. 디지털 교도소의 등장은 현 사법체제가 정의롭게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대중의 분노를 그대로 보여준다.

(사진=디지털교도소 소개글 캡쳐)
(사진=디지털교도소 소개글 캡쳐)

디지털 교도소는 지난 6월 만들어졌지만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 다크웹 ‘월컴투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의 미국 송환불허 결정 직후다. 국내법보다 미국법에서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은 까닭에, 많은 이들이 손씨가 미국으로 송환돼 ‘제대로 된’ 처벌을 받길 바랐다. 하지만 사법부가 손씨에 대한 송환을 불허하는 결정을 내리자, 그동안 쌓인 성범죄자 처벌 등에 대한 불만이 ‘디지털 교도소’로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 역시 범죄자들의 신상 공개 이유로 ‘대한민국의 관대한 처벌’을 꼽았다. 이 운영자는 디지털 교도소 소개글에서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범죄자들은 점점 진화하며 레벨업을 거듭하고 있다. 범죄자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처벌, 즉 신상공개를 통해 피해자들을 위로하려 한다”며 “저희는 대한민국의 악성범죄자에 대한 관대한 처벌에 한계를 느끼고, 이들의 신상정보를 직접 공개하여 사회적인 심판을 받게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운영자는 자신을 ‘교도소장’으로 지칭하고, 성범죄자·아동학대·살인 등 명목으로 100여명의 신상을 공개해 ‘가뒀다’. 이미 신상이 공개된 이들 외에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이들의 신상을 공개하기 위한 ‘수배’ 게시판도 마련했다. 최근 유치원 단체 식중독으로 논란이 된 유치원 원장과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으로 논란이 된 ‘N번방’ 유죄 판결자 등이 수배 대상이다.

사법부 실망이 ‘사적 복수’로 진화

문제는 디지털 교도소로 인해 우리 사회가 ‘공적 제재’가 아닌 ‘사적 복수’로 얼룩진다는 점이다. 인류는 기원전 1750년 경부터 함무라비 법전을 만드는 등 사적 복수를 법률 시스템으로 억제하는 방법을 연구해왔다. 복수가 또 다른 복수를 낳는 비극을 멈추기 위해, 우리 사회는 공적 제재를 계속해서 발전시켜왔다.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 역시 신상 공개를 통한 명예훼손 등 법적 문제 외에도 개인적인 협박 등 고초를 겪고 있는 상황.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는 홈페이지 외 성범죄자 신상을 공개하는 sns를 운영하고 있는데, 익명의 한 사람으로부터 협박을 당한 사실도 공개하기도 했다. 운영자가 공개한 sns메시지에는 한 익명의 사람이 인육캡슐 사진을 보내면서 ‘가족이 이렇게 될 수 있다’고 협박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진=디지털교도소 sns게시글 캡쳐)
(사진=디지털교도소 sns게시글 캡쳐)

법률 전문가들도 디지털 교도소가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법률 전문가는 “현행법 상 디지털 교도소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다”면서 “이미 처벌을 받은 범죄자의 경우 ‘이중 처벌’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가 ‘일반인’인 만큼, 수사 능력이 없어 애먼 피해자를 양성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판결을 내린 판사들의 신상 공개는 과도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누리꾼은 “얼마 전에 N번방 가해자를 박제한다며 무관한 교사 사진을 올려서 그 사람 인생을 끝장낼 뻔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누리꾼은 “홈페이지 대문에 서버가 외국에 있다는 이유로 댓글로 마음껏 욕설을 하라고 안내하고 있는데 무책임하다”며 “판결문 한 글자도 안 읽어보고 판사들 그냥 무더기로 올려뒀다”고 말했다.

반면 디지털 교도소를 옹호하는 누리꾼들은 그동안 사법부의 판결이 ‘사법정의’를 실현하지 못했다는 절망감을 토로한다. 디지털 교도소 sns 댓글에서는 “경찰이 아닌 일반 시민이 지켜야 하는 나라가 되어 버리다니 너무 절망적”이라거나, “피해자 인권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고 범죄자의 인권만 중요시 하는 법과 사회”라는 분노가 쏟아지고 있다.

한편, 부산경찰청은 디지털 교도소에 대한 내사를 9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