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토론회에서 여 대표는 “피해자가 조사 과정에서 가해자로 둔갑된 경우를 굉장히 많이 봤다. 제가 선수 시절에도 힘들었고, 제 동기 중에도 힘들어하는 선수들을 많이 봤다”며 “피해 선수들을 돕고 싶어 젊은방상인연대를 만들었다. 최 선수 사건을 보니 ‘빙상계 말고도 도움이 필요한 곳이 많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여 대표는 “최 선수 사건의 가해자들이 해왔던 것은 여태까지 스포츠계 (폭력) 가해자들이 했던 매뉴얼대로 움직이는 것”이라며 “먼저 회유를 하고, 그게 안 되면 협박을 하고, 또 그게 안 되면 강압을 한다. 피해자는 그 상황이 되면 고립이 되고, 손 벌릴 때가 없어서 포기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건은 이렇게 덮이게 된다”고 덧붙였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최 선수의 사례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선수가 또 나올 수 있다고 여 대표는 경고했다. 하지만 체육계 내부에서 고통을 겪고 있을 선수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줄 방법은 많지 않다. 여 대표는 “요 근래 많은 의원님들이 입법 발의를 했는데, 지금 고통받고 있을 선수들이 피부로 느끼기에는 너무 멀게 느껴지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전했다.
여 대표는 스포츠계 폭력 문제에 대해 ▲ 비공개 ▲ 신속성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대한체육회나 시·도 단체의 조사 방식은 가해자 중심의 조사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굉장히 오래 걸리고, 조사 내용이 외부로 유출되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사 과정을 최대한 비공개로 하고, 신속하게 하는 방식을 빨리 제도화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여 대표는 “지금도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선수들이 정말 많다”며 “이슈가 일어났을 때 언론인들이 많이 찾아주시는데, 장기적이고 깊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한편 같은 날 최 선수의 동료들은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출석해 고소인 겸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최 선수 사건의 목격자이자 그와 마찬가지로 폭행 등을 당한 피해자다. 또한 가해자로 지목된 최 선수의 선배와 감독, 팀 닥터 등은 경찰에 의해 출국금지 조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