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국공)의 보안검색요원 정규직 전환 논란이 ‘을대을’ 싸움으로 비화됐다. 인국공 정규직 노동조합은 공사의 일방적인 정규직 전환이 졸속으로 추진됐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기로 했다.

허인무 인천국제공항공사 사무국장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열린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일방적인 정규직 전환 추진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에서 공익감사청구서를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허인무 인천국제공항공사 사무국장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열린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일방적인 정규직 전환 추진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에서 공익감사청구서를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9일 한국노총 소속 인국공 정규직 노조는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사가 노·사·전(노조·사용자·전문가) 협의회 합의를 거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라는 정부의 지침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정규직 노조가 인국공에 대한 감사원 공익감사를 청구한 ‘표면적’ 이유는 공사가 채용 결격사유를 묵인하고 보안검색요원 등 정규직 전환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정규직 노조 측은 지난해 9월 감사원이 실시한 인천공항 비정규직 채용에 대한 감사 결과를 인용하며 “채용비리가 의심되는 협력사 및 공사 임직원의 친인척 채용은 93건”이라고 주장했다. 또 협력사 일부 직원들은 동료 직원을 대상으로 성추행 및 성희롱 가해자로 지목돼 직급 강등 및 정직 등의 인사징계를 받았다고 전했다.

공사가 보안검색인력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바꿔 직고용 하는 방안도 졸속으로 추진됐다는 게 정규직 노조 측 입장이다. 이들은 “청원경찰 제도는 관료화, 노령화에 따른 비효율성 등의 문제가 발생해 단계별로 축소 돼 왔지만, 공사가 이를 무시한 채 특수 경비원인 보안검색원을 청원경찰로 신분을 바꿔 직고용계획을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중단하지 않으면 공정성의 가치가 크게 훼손되고 다른 정규직 전환 사례와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는 등의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규직 노조에 보안검색 노조만 4개…커지는 노노갈등

언뜻 보면 인국공의 정규직 전환 정책은 노조에서 환영할 만한 정책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먼저 이번에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한 노조는 ‘정규직 노조’로 보안검색 요원들이 모두 정규직이 될 경우 받을 피해에 대해 강하게 우려하는 집단이다.

이들은 1천900여 명에 달하는 보안검색 요원들이 인국공 정규직으로 편입될 경우 ‘노조 주도권’을 빼앗길 것을 염려하고 있다. 인국공의 일반 정규직 수는 2019년 말 기준 1천480명으로 이번에 새롭게 직고용 되는 보안검색 요원들의 수보다 적다. 아직까지는 보안검색 요원들이 직고용 된다고 해서 임금 수준을 기존 정규직과 맞춘다거나 사무직렬 전환 등을 할 수 없지만, 이들은 새롭게 편입된 보안검색 요원 노조가 ‘머릿수 싸움’으로 이를 쟁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보안검색 요원 노조의 경우 내부 갈등으로 약 4개로 쪼개진 상황이다. 보안검색 요원 노조는 노조 집행부의 소통 방식 등 불만으로 ‘인천공항 보안검색노조’ 단일노조에서 ‘보안검색운영노조’, ‘보안검색서비스노조’, ‘항공보안노조’ 등으로 갈라졌다.

이들은 정규직 전환 정책이 발표된 2017년 5월을 기점으로 갈라진다. 기존 보안검색노조는 2017년 5월 이전 입사자가 대부분으로, 비교적 인국공 직고용 전환이 쉽게 이뤄진다. 그러나 2017년 5월 이후 입사자가 많은 ‘보안검색서비스노조’ 등은 공개경쟁채용 등 고용 승계가 어려워져 직고용을 반대하고 ‘자회사 설립 후 채용’을 선호한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은 노조 간 ‘을 대 을’ 싸움으로 비화됐다. 일각에서는 인국공의 원칙과 절차를 무시한 일방통행식 직고용 전환이 애꿎은 노조 갈등만 빚어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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