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법인 감사 세무회계전문가 “심각한 자본잠식 상태...혈세 나간 것”
- 농수산식품유통공사 ‘1992년 설립 이후 투자 없이 상당 기간 방치’ 인정
- “네덜란드법인 관련 소송 내용과 구체적인 재무제표 밝히기 어렵다”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내달 만성 자본잠식에 허덕이는 네덜란드 현지법인을 정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aT의 네덜란드 소재 ‘로테르담 aT센터’는 지난 2015년 이후 장부가액이 ‘0’원이다. 회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는 심각한 자본잠식 상태를 이어온 것이다.
 


1992년 설립된 로테르담 aT센터, 방만 운영 정황


aT가 100% 출자한 자회사인 로테르담 aT센터는 지난 1992년 6월 3일 설립됐다. 설립 목적은 농산물 수출알선과 해외정보조사였다. 당시 aT는 네덜란드 해외법인 진출 배경을 농산물 수출 기반 조성을 위해서라고 설명한 바 있다. 설립 당시 취득가액은 14억 4,400만 원이었다.

하지만 aT가 알리오에 공시한 로테르담 at센터 장부가액은 지난 2015년 이후 ‘0’원을 기록했다. aT 측은 <뉴스포스트>에 “해당 센터가 언제부터 장부가액이 0원이 됐는지, 설립 이후 매출액이 얼마인지는 2015년 이전 자료가 연결회계로 잡히지 않아 밝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알리오에 공시된 로테르담 aT센터의 장부가액 현황. (자료=알리오)
알리오에 공시된 로테르담 aT센터의 장부가액 현황. (자료=알리오)

이에 대해 십여 년간 해외법인 감사 업무에 종사했던 세무회계사무소 A 대표는 “해외법인 결산이 연결회계가 아니어서 밝히기 어렵다는 설명은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지분법이든 원가법이든 결산 자료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T 측에서 2015년 이전 자료가 없다고 하는 것은 이 시점을 전후로 기업의 해외현지법인명세서를 감사 시 필수적으로 제출하도록 규정이 바뀌었는데, 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2015년부터 자료를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015년 이전에는 해외현지법인명세서 등을 필수로 제출하지 않아도 돼, aT가 해당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가 규정이 바뀐 이후 공개했다는 분석이다.

2014년 1월 신설되고 12월 개정된 소득세법 제165조의2에 따르면 외국환거래법에 따른 해외직접투자를 하거나 외국에 있는 부동산이나 이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는 자는 △해외직접투자 명세서 △해외현지법인 재무제표 △해외부동산투자 명세서 등을 납세지 관할 세무서장에 신고해야 한다. 해당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최대 각 1,00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A 대표는 “취득가액이 14억 원이 넘었던 해외법인이 장부가액이 0원이 됐다는 건 자본잠식에 의한 것이고 상당히 드문 일”이라며 “aT의 해외법인 방만 경영 실태를 보여주는 것이고, 정부 지원과 투자를 받은 공사인 만큼 국민 혈세가 나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aT “네덜란드법인 상당 기간 방치...소송도 있었다”


aT 관계자는 “네덜란드 법인을 상당 기간 방치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14억 원 이상을 투자해 취득한 로테르담 aT센터를 상당 기간 활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aT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기간 투자와 사업도 없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네덜란드 현지법인을 내달 정리할 예정”이라며 “본래 올해 초 정리하려고 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일이 늦어졌다”면서 “어떤 소송 건인지는 구체적으로 알리기 곤란하다”고 했다. 해당 관계자는 방만 경영으로 해외법인이 자본잠식이 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알리오에 공시된 2019년 로테르담 aT센터 재무제표에 따르면, 네덜란드법인의 자본금 총계는 67억 원 이상 적자를 기록했다. 

알리오에 공시된 로테르담 aT센터의 지난해 재무제표. 자본금 총계가 67억 9,685만 원 적자를 기록했다. (자료=알리오)
알리오에 공시된 로테르담 aT센터의 지난해 재무제표. 자본금 총계가 67억 9,685만 원 적자를 기록했다. (자료=알리오)

본지는 2015년 이전의 네덜란드법인 재무제표를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정보공개청구와 aT 본사를 통한 직접 요청 등 다양한 창구로 요청했으나 받지 못했다.

at 측은 “알리오 공시 외 자료는 경영 관련 정보로 비공개 사유에 해당한다”고 답했다. 이에 본지는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사유로 규정된 사안 가운데 네덜란드법인의 정보 비공개 결정이 어떤 사례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aT 측에 물었으나,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정보공개법상 비공개에 해당하는 공공기관의 정보는 △다른 법률 또는 법률에서 위임한 명령에 따른 정보 △국가안전보장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정보 △국민의 생명 등 보호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는 정보 △진행 중인 재판에 관련된 정보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는 정보 △성명·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에 관한 정보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 △부동산 투기 등 특정인에게 이익 또는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는 정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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