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내년 최저임금이요? 사실 적절하다고 생각은 하지 못하죠. 코로나 19 때문에 손님이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니까요. 아무리 적게 오른다고는 하지만, 오르는 건 오르는 것이니까요”

지난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인근 먹자골목.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인근 먹자골목.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일대 거리에서는 지나가는 시민들의 발길이 많지 않았다. 해당 장소는 이른바 ‘먹자골목’으로 불리는 송파구의 ‘맛집’ 밀집 지대. 평일 오후임을 고려해도 소비자들이 많다고 볼 수 없었다. 일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모 씨는 <뉴스포스트>에 “코로나 19 사태로 길거리에 사람이 많이 감소했다”며 “상권 자체가 타격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자영업을 시작했다는 A씨가 코로나 19 사태 장기화로 받은 경제적 타격은 상당했다. A씨는 “코로나 19 사태로 손님들이 많이 줄어든 게 사실이고, 매출이 많이 떨어졌다”며 “저희가 여름 장사이다 보니까 지난해 같은 시기와 현재 매출을 비교해보면 정말 많이 떨어졌다”고 이야기했다.

코로나 19 사태 장기화로 강남 한복판 먹자골목에서도 ‘어렵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 이 같은 경제 위기를 반영한 듯 최저임금위원회는 전날인 14일 2021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을 1.5% 오른 8,720원으로 잠정 결정했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182만 2,480원으로 올해보다 불과 2만 7,170원 상승한 수준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1988년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이후 가장 낮은 인상률로 올랐다. 국가 비상상황이었던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2.7%보다도 낮은 수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저임금이 2018년 16.4%, 2019년 10.9%로 크게 올랐기 때문에 올해 1.5% 인상률도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5일 서울 송파구 인근 음식점에서 임대 표시가 붙어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15일 서울 송파구 인근 음식점에서 임대 표시가 붙어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실제로 자영업자들은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 결정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A씨는 “아무리 적게 올랐다고 하지만 (이번 최저임금 인상안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지는 못한다”며 “사실 인건비가 운영비에서 가장 많이 나가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이 부담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인근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B모 씨의 사정도 A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수년간 직원을 고용했다는 B씨는 현재 홀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B씨는 “7~8년 전 직원을 고용했을 때 현재의 최저임금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을 지불했지만, 지금은 혼자서 장사를 한다”면서 “코로나 19 이전과 비교해 매출이 반 토막 났다”고 달라진 경제 상황을 이야기했다.

홀로 장사를 하기 때문에 내년도 최저임금 상승이 크게 와 닿지는 않는다는 B씨는 주변 자영업자들의 상황을 대신 취재진에 전했다. 그는 “직원을 데리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어려움 호소가 많다”며 “직원들의 월급을 최저임금 이상으로 올려 줄 수 없는 상황이라서 코로나 19 사태가 끝나야 ‘올려 주겠다’고 말이나 할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서울 송파구 먹자골목에 즐비한 가게들.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15일 서울 송파구 먹자골목에 즐비한 가게들. (사진=이별님 기자)

B씨에 따르면 인건비와 더불어 월세까지 지불해야 하는 자영업자에게는 최저임금 인상이 더욱 부담스럽다. 그는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건물 주인에게 월세를 내려달라고 부탁할 수 있겠는가. 집주인들은 아예 상대도 안 할 것”이라며 “장사하는 사람도 직원들도 다 같이 어려운 시국이기 때문에 서로 협조를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자영업자들의 시름도 커지지만, 가장 크게 반발한 이들은 따로 있다.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고용할 수밖에 없는 편의점 점주들이다. 실제로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된 날 한국편의점주협의회는 입장문을 통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코로나 19 등의 여파로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송파구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C모 씨는 “최저임금을 올리면, 그만큼 물건값이 같이 오른다. 시급이 오르면 1천 원짜리가 1,200원이 되고, 1,200원짜리가 1,800원이 된다”며 “시급은 오르지만 물가가 오르지 많아야 효과가 있는 것이지, 같이 오르니까 악순환만 지속된다. 올리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자영업자들의 반발에도 2021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은 8,720원으로 결정됐다. 다음 달 5일까지 고용노동부 장관이 결정된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하면,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최저임금 인상과 더불어 코로나 19 사태 역시 좀처럼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 당분간 자영업자들의 시름은 깊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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