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 봉산 대벌레 떼...주민 불만 커져
따듯한 겨울 기온 때문...왜 은평구만?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이 난데없이 벌레 떼에게 점령당했다. 서울 은평구 구민들이 등산 코스 등으로 애용하는 대표적인 쉼터. 봉산 일대가 대벌레 떼로 뒤덮였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대벌레 떼에 등산객들은 물론 인근 주민들이 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 은평구 봉산에 대벌레 암컷 한마리가 나무에 붙어 있다. 오른쪽은 대벌레 떼 사체들이 엉겨있는 모습.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21일 서울 은평구 봉산에 대벌레 암컷 한마리가 나무에 붙어 있다. 오른쪽은 대벌레 떼 사체들이 엉겨있는 모습.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21일 이날 오후 서울 은평구 봉산 해맞이 공원 인근에는 작은 나뭇가지와 흡사한 대벌레의 사체들이 흩뿌려져 있었다. 살아있는 대벌레 역시 산자락에 빼곡하게 위치한 나무들 사이에 보호색으로 위장하며 숨어있었다. 나무와 바닥도 모자라 등산객들이 이용하는 운동 기구와 정자도 대벌레들이 덕지덕지 붙었다.

난데없는 대벌레 떼의 습격에 봉산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대벌레를 피해 발을 딛는 게 불가능할 정도다. 실제로 <뉴스포스트> 취재진이 정상 방향을 향해 등산로 계단과 흙바닥 위로 한 발짝씩 내밀 때마다 불쾌한 소리가 들렸다. 취재진의 발을 미처 피하지 못한 대벌레들의 소리였다. 밟힐 때마다 똑, 똑 소리가 울렸다. 대벌레 일부가 취재진의 발과 다리에 기어오르기도 했다.

산 입구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았던 대벌레들은 정상으로 다가갈수록 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산 중턱에 다다랐을 때에도 이미 등산로와 쉼터는 대벌레 떼로 뒤덮여 있었다. 인근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정상 부근 해맞이 공원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은평구에 거주한다는 A모 씨는 본지에 “(해맞이 공원에) 벌레가 잔뜩 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고 설명했다.

지난 21일 서울 은평구 봉산 일대 등산로에 대벌레 사체들이 흩뿌려져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21일 서울 은평구 봉산 일대 등산로에 대벌레 사체들이 흩뿌려져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21일 서울 은평구 봉산 일대에 대벌레 떼 사체가 서로 엉켜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21일 서울 은평구 봉산 일대에 대벌레 떼 사체가 서로 엉켜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대벌레 습격에 주민 불만 가속

해발 209m의 봉산은 은평구 구민들의 주요 쉼터다. 비교적 낮은 해발고도에 깔끔하게 정비된 둘레길을 구민들은 산책 코스와 간단한 등산 용도로 애용했다. 하지만 불과 약 한 달 반 전부터 대벌레 떼가 출몰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A씨는 “치우지 않으면 산에 다니기 힘들다”며 “벌레가 매우 징그럽다”고 말했다.

A씨처럼 불만을 호소하는 구민은 더 있었다. 봉산이 위치한 구산동에 거주한다는 B모 씨는 “밤나무와 무궁화나무, 벚나무 등을 대벌레가 죄다 갉아 먹었다. 작년엔 이러지 않았다”며 “요즘 제가 수백마리씩 잡고 다니지만, 소용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대벌레들이 나무에서 뚝뚝 떨어진다”며 “(구청에서) 약으로 처리했지만, 썩은 냄새까지 난다”고 덧붙였다.

대벌레 출몰에 대한 불만 호소가 커지는 상황에서 일부 구민들은 은평구청의 대응을 문제 삼기도 했다. 약 한 달 전부터 구청에 대벌레 관련 민원을 제기했다는 B씨는 “(산이) 높기 때문에 처리가 잘 안 된다고 했다”면서 “너무 끔찍하고, 심각한 상황이라 ‘헬기를 이용해서라도 잡아달라’고 호소했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서울 은평구 봉산 일대에 대벌레들이 나무 위에 올라가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21일 서울 은평구 봉산 일대에 대벌레들이 나무 위에 올라가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21일 서울 은평구 봉산 일대에 위치한 운동기구에 대벌레 사체가 붙어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21일 서울 은평구 봉산 일대에 위치한 운동기구에 대벌레 사체가 붙어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은평구민 떨게 하는 대벌레의 정체는?

산림청 산하 국립수목원에 따르면 대벌레는 대벌레목 대벌레과 곤충으로 한국과 일본 전역에 서식한다. 성충의 몸길이는 7~10cm 사이다. 산란기는 3개월 정도 지속되고, 1마리당 600~700개의 알을 낳는다. 수컷이 갈색인데에 비해 암컷은 갈색과 녹색, 황록색 등의 색을 띤다. 실제로 봉산 일대에서 확인한 대벌레 떼도 갈색과 녹색이 뒤엉켜 있었다.

봉산 일대의 대벌레 떼 출몰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기후가 가장 큰 원인일 것이라고 꼽았다. 산림청 산하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벌레는 지난해 겨울 기온이 2~3도가 높았다”며 “알의 월동치사량. 즉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죽어 부화하지 못하는 알이 있는데, (올해에는) 따듯한 기온 때문에 죽지 않았다”고 증가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유독 봉산 인근에 대벌레 떼가 출몰한 이유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역시 의아한 부분이라고 전했다. 해당 관계자는 “봉산 정상 부근에 가장 많고 정상으로 내려올수록 숫자가 적어진다”며 “정상에 대벌레들이 생존할 만한 큰 요소가 있을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숫자가 많아지다 보니 먹이 경쟁서 밀린 대벌레들이 정상 밑으로 점점 내려오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정확한 원인을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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