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금융위기 사태에도 포스코는 흑자...2분기 만에 실적 회복
- 금융위기보다 거센 코로나19...포스코도 실물경제 위축 영향 피하지 못해
- 코로나19 확진 1,500만명...포스코 “친환경 수요 찾을 것” 정부 ‘그린뉴딜’ 마중물될까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포스코가 21일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했다고 공시했다. 2000년 이후 시작한 실적 집계 이후 처음이고, 사실상 1968년 4월 1일 창립한 포스코의 역사상 첫 적자다.

포스코는 지난 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 파산發 금융위기 당시에도 영업이익 흑자를 유지했다. 금융위기보다 코로나19로 막힌 실물경제 수요가 조강 생산량 감소에 더 큰 타격이 된 것이다.

포스코 측도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수요산업 부진 및 시황악화”가 실적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친환경차와 친환경에너지 등 성장산업 조기 수요 확보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코는 이로써 2분기에 저점을 찍고 3분기부터 실적을 회복한다는 복안이다.
 


포스코, 2008년 ‘대침체’에도 영업이익 1조3,980억원 흑자


포스코의 적자 전환이 한국 경제에 주는 충격은 남다르다. 포스코는 경제 여건에 휘둘리지 않고 언제나 흑자를 낼 것이란 시장의 믿음이 공고했던 까닭이다. 비 온 뒤 땅은 더 굳어졌다. 시장의 믿음은 2008년 9월 15일 글로벌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사태 이후 한층 단단해졌다.

2008년 9월 15일 리먼 브라더스가 미국 뉴욕 지방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다. 리먼 브라더스 뉴욕시 본사. (사진=Wikimedia Commons)
2008년 9월 15일 리먼 브라더스가 미국 뉴욕 지방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다. 리먼 브라더스 뉴욕시 본사. (사진=Wikimedia Commons)

이날 리먼 브라더스는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사태로 美 연방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다. 파산신청 당시 부채 규모는 6,130억 달러(한화 약 740조 원)였다. 1850년에 설립돼 16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투자은행이 천문학적인 부채를 시장에 떠넘긴 채 ‘망한 것’이다. 이후 세계 금융 시장은 대침체(great recession)를 맞아 도미노처럼 쓰러져갔다.

리먼이 던진 신용 블랙홀에 미국과 영국 등 각국 정부는 주요 은행을 살리기 위해 대규모 공적 자금을 투입해야 했고, 은행 간 대출은 전면 중단됐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2008년 경제성장률은 2007년보다 2.8% 포인트 떨어진 3.0%를 기록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친 2009년 경제성장률이 0.8%에 그쳤다.

금융위기의 격동 속에서도 포스코는 영업이익 흑자를 유지했다. 포스코는 이 기간 영업이익을 △2008년 4분기 1조 3,980억 원 △2009년 1분기 3,730억 원 △2009년 2분기 1,700억 원 △2009년 3분기 1조 180억 원 △2009년 4분기 1조 5,870억 원 등으로 공시했다. 흑자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리먼 사태 이후 2분기 만에 실적을 평상시 수준으로 회복한 것이다.
 


‘포스코, 너마저’...사상 첫 적자 전환에 시장 충격


지난 21일 경영실적을 공시한 포스코에 ‘포스코마저 코로나19로 적자를 봤다’는 언론보도가 쏟아졌다. 이날 포스코는 △매출액 5조 8,848억 원 △영업이익 –1,085억 원 등으로 포스코의 별도재무제표를 공시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7조 4,759억 원 대비 21.3% 줄었고,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7,243억 원 흑자에서 적자 전환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자동차와 건설 등 전방산업의 수요가 감소한 것이 포스코의 적자 전환을 이끈 주요 요인이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국내 조강 생산량은 전년 대비 8.9%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에 철강산업의 내수와 수출 모두 큰 타격을 입은 까닭이다.

지난 5월 철강산업 내수는 426만 톤으로 전년 동기 10.8%, 전월 대비 6.7% 줄었다. 수출도 글로벌 경기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얼어붙으면서 20% 대폭 감소했다.

포스코의 조강 생산도 2019년 2분기 944만 4,000톤에서 올해 2분기 779만 3,000톤으로 127만 3,000톤이 줄었다. 17% 이상 감소한 수준이다. 포스코는 2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수요 부진과 판매가격 하락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면서 “주요 수출 대상국의 락다운 및 경제활동 중단으로 판매량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자동차·조선 등 전방산업 회복 미지수...文정부 ‘그린뉴딜’ 마중물될까


철강산업 내수와 수출이 언제쯤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코로나19 확진 환자 수가 가파른 상승세이기 때문이다.

23일 GMT 기준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538만 명을 넘어섰다. (자료=Worldometer 갈무리)
23일 GMT 기준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538만 명을 넘어섰다. (자료=Worldometer 갈무리)

글로벌 통계사이트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23일 아침 6시 51분 기준(GMT)으로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538만 265명, 사망자 수는 63만 345명이다. 확진자 수가 1,000만 명을 넘어선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1,500만 명을 훌쩍 넘긴 것이다. WHO에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보고된 지 7개월 만에 코로나19는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자동차와 조선 등 전방산업 전망도 어둡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자동차 산업은 전년 대비 수출은 37.4%, 생산은 10.8% 감소했다. 조선산업도 글로벌 발주량이 전년 대비 58.3%로 대폭 줄면서, 한국과 중국, 일본 모두 수주 실적이 크게 위축됐다. 한국은 전년 대비 68.6%, 중국은 27.8%, 일본은 80.8% 등으로 수주가 줄었다.

포스코는 코로나19로 줄어든 철강산업 시장의 기존 파이를 빼앗는 동시에, 새로운 시장 수요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판매 수익성을 제고하고 미래 트렌드 판매 확대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론 △내수 900만 톤→1,000만 톤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시장 100만 톤→470만 톤 △고부가가치 자동차 강판 310만 톤→380만 톤 등으로 시장 확대가 목표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중국과 일본 철강을 수입하는 국내 수요처의 포스코 철강 대체 △자동차 강판과 태양광 구조물 등 고부가가가치 제품 확대 △전기차와 풍력발전, 태양광발전 등 미래 신수요 확보 등을 추진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제7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제7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포스코의 코로나19 위기 극복 전략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밝힌 ‘그린뉴딜’ 구상과도 맞아떨어진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 기조연설’을 통해 그린뉴딜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설계하겠다고 말했다.

산업부 계획안에 따르면 정부는 그린뉴딜을 달성하기 위해 오는 2025년까지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현재 12.7GW에서 42.7GW로 확충한다. 또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 비율을 현행 8%에서 2022년까지 10%로 높인다.

그린뉴딜을 위해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국고 42조7,000억 원 등 모두 74조 4,000억 원을 투입한다. 또 현재 정부는 의욕적으로 전기차와 수소차 보급을 늘리고 있다. 포스코의 친환경 전기차 계획과 통하는 지점이다. 정부의 대규모 투자 호재가 포스코의 코로나19 극복 전략에 마중물로 작용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포스코는 컨퍼런스콜에서 “친환경 제품 대상 집중 지원을 통한 관련 산업을 육성하겠다”면서 “친환경 전기차와 풍력 및 태양광발전 등 3대 미래 신수요 성장산업의 조기 수요 확보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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