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위조’ 하태원 공격에 “의원님 태어나지도 않은 시절”
대북송금 비밀서명 의혹엔 “위조된 것, 고소하겠다”
후원금 의혹에 “그분 하태경 의원과도 잘 아는 것으로 안다”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정치 9단’으로 통하는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질의응답이 화제다. 27일 박 후보자는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학력위조·대북송금 등 의혹을 제기하는 야당의 매서운 공격에 굴하지 않는 ‘철통 방어’에 나섰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자료 미제출하고 책임소재는 대학에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가장 먼저 의혹을 제기한 것은 박 의원의 단국대학교 학적 기록이다. 정보위원회 간사인 하태경 통합당 의원은 박 후보자가 지난 1965년 단국대에 편입하는 과정에서 조선대 학력을 허위로 꾸며서 제출했고, 2000년에 이를 광주교대 기록으로 바꿔치기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하 의원은 박 후보자에 단국대 학적부를 제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박 후보자는 학적 공개는 거절했다. 이에 박 후보자 청문회는 시작부터 자료제출 시비로 시작부터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하 의원은 “단국대 학력 위조 의혹을 받고 있고 그것을 확인할 자료로 학적부에 있는 성적표 원본을 공개하라고 했는데 끝까지 거부했다”며 “(성적 공개가) 개인정보 유출이라고 말했는데 성적을 가리고 충분히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학적부 공개를 요구했다.

그러나 박 후보자는 “학적 정리는 대학에서 책임질 일이지 제가 학적을 정리하는 사람은 아니다”라며 “성적을 가리고 제출해달라는 것은 대학에서 할 일이지 제가 할 일이 아니다. 학교 측에서도 본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공개하지 않는다는 법적 보장이기 때문에 저는 (제출)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하 의원은 박 후보자의 ‘화법’에 문제를 제기하며 전해철 정보위원장에 제재를 요청하기도 했다. 하 의원이 박 후보자에 “본질 흐리지 마시고. 저도 박 후보자님 전략을 잘 안다”고 지적하자 박 후보자는 “저도 위원님 전략 잘 안다”고 대꾸했다. 박 후보자는 “55년 전이면 존경하는 우리 하태경 위원님이 태어나지도 않은 시절”이라며 “저는 1965년 그 당시에 단국대 학칙을 모르니 저한테 묻지 마시고 단국대에 가서 물으시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대북송금 비밀서명 의혹엔 “고소” 반격

김대중 정부 시절 불법 대북사건 문제도 등장했다. 박 후보자는 대북송금과 관련해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당시 특검 수사에서는 현대가 북한에 돈을 송금하는 과정에서 국정원 계좌를 이용했고, 이 중 일부가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금이 포함됐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대해 박 후보자는 “대법원 최종 판결에 순종한다”면서도 “현대가 북한에 송금하는 과정에서 국정원 계좌를 활용했다는 것으로 저도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저는 지금까지도 어떤 계좌를 통해 현대가 북한으로 송금했는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내용의 ‘비밀 합의서’에 박 후보자가 서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전 체결된 4·8 남북 경제협력 합의서 외에 ‘비밀 합의’가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합의서에는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인도주의 정신에 입각해 5억 달러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합의서) 사인도 (박 후보자의 것과) 똑같다”고 주장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하태경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논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하태경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논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박 후보자는 공개된 4·8 합의서 외에는 다른 문건에 대한 기억도 없고, 서명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주 원내대표가 제시한 비밀 합의서는) 조작된 것 같다”며 “왜냐면 내 서명 날인이 맞다. 원본을 가져오면 내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가 합의서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국정원장 후보직에서 사퇴하겠느냐고 묻자 “후보 정도가 아니라 내 인생과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 내가 어떠한 책임도 다 감수하고 감수하겠다”고 답했다.

하 의원 역시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서’ 문건을 제시하고 박 후보자가 북한에 5억달러를 지급한다는 내용의 비밀 합의서에 서명했다고 주장했지만. 박 후보자는 “문건이 위조됐다”고 반박했다.

박 후보자는 “원본이나 복사본을 주면 검찰이나 경찰 혹은 기관에 수사의뢰를 하겠다. 문제에 대해서 확실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비겁하게 의정활동의 연장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확실하게 밝혀라. 이것은 모든 사람의 명예가 걸린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박 후보자는 하 의원에 ‘의원 면책특권’을 지적하면서 “그렇게 자신 있으면 면책특권을 빌리지 말고 밖에 나가서 공식적으로 밝히라고 하라”며 “제가 고소하겠다”고 말했다.

후원금 의혹에는 “갚든 안 갚든…”

지난 2015년 모 업체 대표 이모 씨에 5천만 원을 빌린 뒤 원금과 이자를 갚고 있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친구라서 5천만 원을 빌렸고, 재산신고도 했다. 갚든, 안 갚든 저와 제 친구 사이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박 후보자는 “전당대회에 쓸 일이 있어서 현금으로 빌렸고, 당시 국회 농협에서도 1억 원을 빌렸다”면서 “정치하는 사람이 전대 선거를 앞두고 돈을 빌리고 준비하는 것은 상식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 모 회장은 김대중 정부에서 어떤 특혜도 받은 적도 없고, 그분은 그전에도 성장해왔고 그 이후에도 특수 기술을 갖고 사업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태경 의원이 “그분(이씨) 말씀은 국정원장 자격이 없는 분이라고 한다”며 녹음파일을 공개하겠다고 하자 박 후보자는 “하세요! 하세요!”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박 후보자는 “어떻게 그렇게 친구 간 이간질을 하느냐”고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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